新계급론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
2015년 12월 18일(금) 15:40 |
과학적 사회주의에 따르면 계급은 역사적으로 사회적 분업의 발생과 발전, 그리고 생산수단의 사유화에 의해 발생한다. 따라서 인류 최초의 계급사회는 노예제 사회다. 즉 노예소유자와 노예가 그 기본 계급을 구성한다. 이어 나타나는 봉건사회는 토지를 소유하는 지주(귀족)와 지주에 종속되는 농노가 계급을 구성하며, 그 다음에 나타나는 자본주의사회는 자본을 소유하는 자본가와 그들에게 노동력을 파는 프롤레타리아가 기본적인 계급이다.
사회가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두 개 이상의 집단으로 분열되어 있다고 보는 계급론은 마르크스, 엥겔스 훨씬 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자본주의 발달 전의 노예사회나 봉건사회에서 계급은 신분차이였다. 계급이 사회의 경제관계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파악하게 되는 것은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다. 스미스와 리카도라는 경제학자는 계급 분열은 사회의 경제관계와 연관되어 있다고 보았다. 특히 스미스는 계급 분열은 소득을 얻는 방식에 원인이 있다고 보았다. 지대가 소득인 지주, 이윤이 소득인 자본가, 임금이 소득인 노동자 등이 그것이다.
계급을 경제적 관점이 아닌 다른 요인에서 찾는 견해도 있다. 어떤 역사가들은 계급의 발생 원인을 침략에서 찾기도 했다. 즉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정복해 지배계급으로 군림함으로써 계급이 발생했다는 견해가 그런 경우다. 생시몽 같은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은 아예 사회의 계급을 게으른 자와 산업가 등 두 계급으로 나누기도 했다. 산업가에는 노동자와 기업가가 모두 포함된다. 현대에 와서 많은 사회학자들은 계급을 수입이나 직업에 기초하는 '계층' 개념으로 보기도 하고, 계급을 사회 내부의 한 부분 또는 서열로도 규정하기도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 떠도는 '新계급론'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 욕구인 식욕을 해결하는 도구인 수저에 계급을 붙인다.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하는 식으로. 출신 성분이 좋다는 영어 관용표현인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다'(Born with Silver Spoon in His Mouth)에서 유래한 이 '수저계급론'은 다름 아닌 우리 사회 극심한 부의 불균형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금수저는 자산 20억원 이상에 연수입이 2억원 이상인 가구로 상위 1% 계층이다. 은수저는 자산 10억 이상에 연수입 8천만원 이상인 가구로 상위 5% 계층이다. 동수저는 자산 5억원 이상에 연수입은 5천500만원 이상인 상위 10%다. 흙수저는 자산 5천만원 이하에 가구 연수입 2천만원 이하인 상위 50% 이하 계층이다. 수저에 붙는 계급을 더 세분화 해 플라티늄수저, 다이아몬드수저, 놋수저, 플라스틱수저까지 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과학적 사회주의 이론을 통해 계급을 설명한 의도는 사회 변동(혁명)을 이해하려는데 있었다. 혁명은 계급 간 위기로 갈등과 대립이 심화해 특정한 동기에 의해 폭발한다. 계급투쟁은 필연적으로 프롤레타리아 독재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모든 계급의 소멸과 계급 없는 사회에 이른다고 본 이들의 이론은 냉전 종식과 함께 설득력은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자본주의사회의 변동을 설명하는 매우 명쾌한 이론적 틀이다. 마찬가지로 수저계급론 역시 배경의 차이가 삶을 좌우하는 암울한 현실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탤런트가 되려면 탤런트 부모를 둬야 하는 사회다. 공기업에 취직하려면 공기업에 다니는 부모를 두는 것이 빠르다. '개천의 용'은 벌써 옛말이다. 수저계급론은 다름 아닌 우리 사회 불균등으로 인한 위기가 대립 또는 갈등의 단계를 넘어 파국의 상황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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