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6년 01월 08일(금) 15:52
'사랑하는 맥스에게, 엄마와 아빠는 네가 우리에게 줄 희망을 묘사할 단어를 아직도 고르지 못했단다. 너의 새로운 삶은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고, 우리는 네가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바라고 있어.
다른 모든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맥스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를 바라고 있어. 신문의 헤드라인은 종종 잘못된 것에 초점을 맞추지만 세상은 여러 방면에서 더 나아지고 있단다. 의학기술은 향상되고, 가난은 줄어들고, 지식은 더 깊어지고 있어.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고 있어. 모든 분야의 기술적 진전은 너의 삶이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보다 더 극적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단다.
우리 역시 세상을 좋게 만들기 위해서 우리의 역할을 할 거야. 이는 단지 우리가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는 다음 세대의 모든 아이들에게 도덕적 책임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란다.
우리는 모든 생명이 동등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믿고 있어. 그리고 여기에는 오늘을 살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미래를 살아갈 더 많은 사람들도 포함되지. 사회는 이미 이 세상에 와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세상으로 올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투자할 의무가 있어….'
이렇게 시작하는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의 '우리 딸에게 보내는 편지'가 세밑 지구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저커버그 부부는 페이스북 홈페이지에 이 편지를 올리면서 '챈 저크버그 이니셔티브'를 설립, 소유하고 있는 페이스북 주식 99%를 3년에 걸쳐 기부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의 지분 가치는 약 450억달러, 한화 52조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저커버그 부부의 편지글 곳곳에서는 딸에 대한 진한 사랑이 묻어난다. "딸에게 재산 대신 좋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 그래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재산의 99%를 내놓겠다"는 대목에선 그 사랑의 깊이를 헤아리기 어렵다. 아니 부의 대물림에만 혈안인 우리나라 재벌들의 행태에 익숙한 우리로선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Bill Gates) 회장은 이런 저커버그에게 '기부 멘토' 격이다. 세계 최고 부자의 반열에 들어있는 그는 45살 때인 2000년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을 설립해 전 재산의 95%를 기부했다. 이후 그는 공공도서관 고속통신망 개선, 대학생 장학금과 저소득층 장학사업, 중국의 결핵 퇴치와 소아마비 퇴치, 결핵 백신과 말라리아 백신 개발 연구, 빈민지역 교육환경 개선 등에 기부를 이어갔다. 2008년까지 기부한 액수가 360억달러에 달했다.
빌 게이츠가 본격적인 자선사업을 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준 이가 바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Warren Buffett)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 겸 회장이다. 그는 67살이던 지난 2006년 재산의 99%인 436억달러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버핏과 게이츠는 지난 2010년 죽기 전에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는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저커버그를 비롯해 현재 137명의 세계 갑부들이 이에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모두는 지금 '세계 최고의 부자들'일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기부자들'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재벌들의 기부문화는 어떨까? 사회공헌을 위해 보유 재산의 절반 이상은커녕 상당 부분을 기부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자녀 출생 기념으로 기부 대신 주식을 선물한다. 부의 대물림을 확실하게 보장하기 위해서다. 제법 '통큰' 기부가 나오는 경우는 사법처리를 면한 답례인 경우가 많다.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논란에 많은 젊은이들이 '헬 조선'을 외치는 우리사회에 저커버그의 통큰 기부는 그야말로 믿기 힘든 신선한 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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