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의 주인은 바로 우리 청년들입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16년 01월 29일(금) 11:34
도움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법규나 제도상의 한계 때문에 방치되고 있는 이웃들이 있다.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다.
군서면 월곡리 천정자 할머니도 같은 처지다. 하지만 여느 복지사각지대에 처한 경우와는 사정이 좀 다르고 더 복잡하다. 주거환경이 열악하기 짝이 없다는 사실은 인근 주민, 면사무소, 사회단체 등에도 잘 알려져 있다. 요즘 활발하게 펼쳐지는 사랑의 집수리 대상이 될 법도 하건만 어느 단체도 선뜻 나서려 하지 않는다. 토지는 이미
사망한 타인 명의로 되어 있고, 다 쓰러져 가는 주택은 무허가다. 섣불리 집수리에 나섰다간 일이 더 커질 수밖에 없어 안타깝지만 모두가 애써 외면해온 터이다.
이런 답답한 상황인데도 집수리를 하겠다고 나선 단체가 있다. 아니 답답한 상황이어서 누구도 선뜻 나설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적극 나섰다고 해야 정확하다. 지난 30여년 동안 지역사회의 '참 주인' 역할을 자처해온 영암청년회(회장 김명진) 회원들이다.
이들은 연차사업으로 해마다 거르지 않고 추진해오고 있는 저소득층 가정 사랑의 연탄보일러 설치 및 배달사업을 하던 중 천 할머니의 사정을 알게 됐다. 부엌의
연탄보일러는 도저히 사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담장과 화장실은 무너진 채 방치되어 있고, 낡고 비좁은 방에서는 천 할머니와 농공단지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아들 노광철(50)씨, 상근예비역근무를 하는 손자 지수씨 등 세 식구가 생활하고 있다. 손자 지수씨를 제외하곤 천 할머니와 광철씨는 몸이 정상적이지 않다. 특히 광철씨는 부인이 오래 전 가출한 상태다. 더구나 열악한 생활상에도 불구하고 천 할머니만 차상위 계층으로 지정되어 있다.
천 할머니가 처한 딱한 사정을 접한 청년회도 처음에는 망설였다. 하지만 지역의 청년들조차 나서지 않으면 아무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방관할 수만은 없었다.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 것이다.
김명진 회장은 "우리의 고향인 영암을 위해 희망이 있는 곳에 선두에 서서 아픔이 있는 곳에 끝까지 함께하는 청년회가 되겠다는 다짐이 빈발이 되지 않도록 청년회가 사랑의 집수리에 나서자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문제가 만만치가 않았다. 2012년 태풍 볼라벤으로 인한 생채기가 그대로인 주택 곳곳은 집수리로 해결될 처지가 아니었다. 더구나 천 할머니가 모친이 구입해준 것으로 알고 있는 토지는 이미 사망한 타인 명의였다. '부동산소유권 이전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다시 시행되어야만 바로잡을 수 있는 일이다. 더구나 살고 있는 주택은 무허가여서 쉽게 건들 수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든 손사래 칠 일이나 영암청년회는 오히려 이왕 나선 일이니 집을 새로 짓자고 맘먹었다. 영암지역사회의 주인은 바로 청년들이고, 그 결집체인 영암청년회가 아니면 누가 나서겠느냐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집수리를 하기 위해 회원들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벗 등으로부터 찬조를 받았어요. 이들과 함께 일을 시작하고 보니 정말 끝도 없더군요. 치우고 치워도 끝이 없고, 주택을 수리하는 것보다 새로 짓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래서 이왕에 좋은 일 하러 나선 마당이니 차라리 집을 새로 짓자는 의견이 모아진 겁니다."
영암청년회가 이처럼 결정하자 찬조가 이어졌다. 김 회장 스스로 200만원을 냈고, 건축업을 하는 절친한 벗 최공열씨는 400만원을 찬조했다. 또 전용헌 영암하우징대표가 180만원 상당의 창틀 등을 지원하고 나섰고, 조대현 회원은 30만원 상당의 석분, 이경재 회원은 15만원 등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졌다. 이렇게 모아진 금액은 모두 975만원 가량으로, 총공사비 1천500만원에는 아직 부족하다. 하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십시일반 동참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회원들의 뜻이 모아지면서 집수리는 일사천리 진행되고 있다. 무너진 담장과 화장실을 철거하고, 오폐수도 깨끗이 치웠다. 정화조를 새로 깔고 배관 공사를 실시한 뒤 주택이 들어설 곳에 기초 바닥 레미콘 타설을 했다. 철골작업에 이어 판넬 작업까지 회원들이 직접 해냈다. 현재는 주택 내부공사가 한창이고, 이 공정이 끝나면 천 할머니 가족이 입주할 안락한 보금자리가 새로 생긴다.
김 회장은 "복지예산이 전체예산의 30%를 넘어서는 등 전국에서 가장 앞서가는 '복지 영암군'임에도 복지사각지대에 처해 있는 이들이 많다는 현실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며, "영암청년회가 사랑의 집수리에 다시 나선 것은 빗물이 모여 강이 되고 바다가 되듯이 영암군에 조직되어 있는 100개가 넘는 사회단체들이 적극 동참한다면 살기 좋은 영암, 정이 있는 영암, 따뜻한 영암이 될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라고 말했다.
"진정한 봉사는 도움의 손길이 꼭 필요한 곳에는 온몸을 던져 열정적으로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준 영암청년회 회원들과 특히 이번 사랑의 집수리를 위해 흔쾌히 거금을 쾌척하거나 물품을 아낌없이 지원해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면서, "희망을 주는 일에는 늘 선두에 서는 영암청년회의 임무를 절대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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