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주 안남도호부 영암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6년 03월 04일(금) 12:56
영암은 역사가 자못 오래 되었다. 시종과 장천리 선사유적을 비롯한 고인돌 군(群)과 미암면과 학산면 일대 고인돌 군(群), 영산강을 중심으로 한 옹관(甕棺)묘로 대표 되는 마한문화는 영암의 역사적인 위상이 매우 높음을 보여준다. 역사학자들은 영암을 중심으로 한 마한문화가 우리 고대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독자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고 평가한다. 이런 오랜 역사가 바탕이 되어 백제와 통일신라를 거치면서 왕인(王仁), 도선(道詵), 최지몽(崔知夢) 같은 역사적인 인물들이 배출된 것이다.
이중환 <택리지>는 월출산(달나산)을 중심으로 남도를 설명한다. 그 이유는 낭주 안남도호부 이래 영암이 남도에서 가장 큰 고을이고, 월출산이라는 명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월출산 북으로 몇 리에 나주, 광주가 있다는 식으로 설명할 만큼 지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남도의 중심이 영암이고 월출산이다. 다만 영암은 바다와 너무 가까운 것이 흠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제 흠은 없어졌다. 미암과 삼호 바다는 뭍이 되어 바다와 너무 가까운 흠이 없어진 것이다. 달나산은 달이 나오는 즉 달이 뜨는 산이다. 월나군(月奈郡), 월나악(月奈岳), 월출산(月出山)이라는 명칭은 잘못이다. 이름이 붙여진 시대를 무시하고 현대음으로 읽는 오류이다. 이 명칭들은 중세국어도 아니요 현대국어도 아닌 이두(吏讀) 표기다. 잘 아시다시피 이두는 한자의 음과 훈을 빌어 우리말을 기록하는 문자이다. 월(月)은 ‘달 월’이므로 훈을 따 ‘달’이고, 나(奈)는 음을 따서 ‘나’이므로 ‘달나’가 된다. 그러므로 월나군이 아니라 달나군이요, 월나악이 아니라 달나악 또는 달나산이요, 월출산아 아니라 달나산으로 읽어야 바른 명칭이다. ‘월출’은 음만 따서 부르면 월출이지만 훈을 따면 ‘달나’이다.
영암은 강과 바다, 들에서 나는 물산이 풍부한 고장이지만 예로부터 부자 고을은 아니었다. 미암면과 삼호면(현 삼호읍)은 바다를 끼고 있고, 삼호면 학산면 서호면 군서면 시종면 도포면은 영산강을 끼고 있는 해상교통과 군사적 요충지였다. 왕인 박사는 군서면 구림리 상대포에서 배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상대포는 당나라와 무역을 하던 항구로 고대에는 우리나라에서 당나라와 가장 가까운 무역 항구였다.
영암은 고려시대 낭주 안남도호부였다. 낭주 안남도호부는 고려 성종 15년(995)에 설치되어 현종 9년(1018)에 폐지되어 불과 23년이지만 고려시대 전라남도 중심지였다. 오늘날로 치면 도청소재지다. 무안 남악에 전라남도청이 들어선 것도 우연이 아니다. 낭주(朗州)는 역사상 유래를 찾기 어려울 만큼 큰 고을이었다. 현재 나주(반남군), 강진(도강현), 해남(옥천, 북평, 송지), 진도, 완도 보길도, 추자도까지 아우르는 면적으로 따지면 어마어마하게 큰 고을이다. 진도는 1409년 영암에서 떨어져 나가 진도군으로, 강진 도강현은 고려 명종 2년(1172)에 영암군에서 떨어져 나가 강진군으로, 보길도와 추자도는 1896년에 영암군에서 떨어져 나가 완도군으로, 해남 북평면과 송지면 역시 1896년 영암에서 떨어져 나가 해남군으로 편입된다. 중종 10년(1555) 5월 왜선 50척이 영암 달량포를 점령해 강진 병영성을 함락하고 영암읍성까지 들이쳤지만 봉호정 출신 양달사 장군 등 의병과 조정에서 파견한 방어사들과 군사들이 합심해 영암읍성을 지켜낸 바 있다. 여기서 말한 달량포는 현재 해남군 북평면 남창으로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1896년까지 영암군에 속했다.
도호부(都護府)는 당나라 때 반란이 일어난 지역을 평정하고 설치했던 지방 관청이다. 본디 안남도호부는 후백제가 있었던 고부에 있다가 추자도까지 이르는 넓은 바다를 방어할 목적으로 낭주에 설치한 것이다. 낭주 안남도호부는 외적(外敵)을 방어할 군사적 목적으로 설치된 것으로 반란 등 부정적 의미와는 거리가 멀다. 지금은 인구가 줄어 강진, 장흥과 같은 선거구가 됐다가 이젠 무안, 신안과 같은 선거구가 되였지만 영암 사람들은 한때 남도에서 가장 큰 고을이었으며, 오늘날 도청소재지와도 같은 남도의 중심이 낭주 안남도호부였다는 자부심을 늘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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