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vs알파고' 세기의 바둑대국 그 後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
2016년 03월 18일(금) 10:25 |
군, 조훈현 기념관 조성 박차 바둑박물관 유치 등 적극 대처 절실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세기의 바둑대국'이 진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국수(國手) 조훈현의 고향인 영암군의 경우 총사업비 10억원을 들여 조성하기로 한 '조훈현 기념관'이 언론 등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특히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이낙연 전남지사는 3월16일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에 전남의 할 일'이란 주제의 발표문을 내고 바둑과 전남 발전을 연계하는 정책구상에 돌입했음을 내비쳤다.
이 지사는 이 발표문에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3명(김인·조훈현·이세돌)의 국수를 배출한 전남에 인류에 대한 책임이 주어졌다"며 "국내 최초로 바둑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인류문명사에 획을 그을 세기적 사건인 인간 이세돌과 기계 알파고의 바둑 대국은 인류에게 충격과 공포, 안도와 감동을 한꺼번에 안겨줬다. 전남은 바둑의 메카로 더욱 확고하게 역할을 해야 하는 의무를 안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따라 이 지사는 "한국기원과 함께 전남도가 오는 8월 3회째 주최하는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를 더욱 체계화, 활성화하고 이세돌의 고향 신안 비금도에 2008년 세워진 '이세돌 바둑기념관'과 순천 주암에 2013년 문을 연 '바둑 특성화 고등학교'를 더욱 내실화 하겠다"며 "바둑교사 양성 등을 위한 도내 대학의 노력도 당부 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많은 전남 사람은 AI가 조류인플루엔자만이 아니라 인공지능도 된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고,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의 파도로부터 전남이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처음 실감했다"며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기 위한 광주과기원대학과 전남대학교 등 지역 대학의 노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또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이 인류에게 예고편으로 제공한 신문명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인문학적 준비도 필요할 것"이라며 "광주시와 전남도가 일정한 지원을 하도록 협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가 이처럼 바둑과 전남 발전을 연계한 정책구상을 언급하자 지난 민선4,5기 바둑테마파크조성사업을 추진했다가 무산되는 것을 지켜본 영암군민들은 못내 아쉬운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영암군이 보다 치밀하고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더라면 전국 유일의 바둑테마파크로 각광을 받았을 것이고,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세기의 바둑대국이 월출산 기슭 바둑테마파크에서 벌어졌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군민들은 이에 따라 이제라도 군이 바둑을 테마로 한 체계적인 정책구상과 적극적 추진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바둑테마파크조성사업이 국·도비까지 확보해놓고도 전혀 진전이 없다가 백지화된 것은 군정의 치밀함 부족이 근본원인이었기 때문이다. 군민들은 또 이 지사가 밝힌 바둑박물관의 영암유치 등 군의 적극적이고 발 빠른 대처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군은 최근 조훈현 국수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총사업비 10억원을 투입, 오는 2018년까지 기존 '氣건강센터' 건물을 리모델링해 전시실, 영상관, 대국실, 기념품 수장고 등을 마련하고, 주변경관을 재정비하기로 했다. 군은 이를 계기로 조훈현이라는 한국 최고의 바둑스타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다. 또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를 포함한 각종 바둑대회를 유치해 바둑의 본고장으로서 위상을 제고하고, 바둑 동호인들에게 영암군의 수준 높은 관광 인프라를 소개하는 등 지역발전의 초석을 다지는 계기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군이 이처럼 바둑을 테마로 한 정책구상을 실천에 옮기고 있는 단계에 있는 만큼 하루빨리 전문가들의 조언 등을 거쳐 이 지사의 정책구상과의 접점을 찾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비록 백지화되기는 했지만 바둑테마파크조성사업 부지가 그대로 남아 있는 점을 감안해 이 지사가 구상하고 있는 바둑박물관을 유치하는 시도도 필요하다.
오는 8월 열리는 제3회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는 지금의 바둑 열기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인 관심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소극적 입장이었던 강진군이나 신안군이 적극적인 입장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영암군은 주최 군이나 다름없는 만큼 참가선수단에 대한 편의제공이나 관광객 수용대책에 지금부터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수산맥 바둑대회가 영암에서 개최되는 세계적인 바둑대회임을 각인시켜야 한다.
인간 이세돌과 기계 알파고의 바둑대국을 지켜본 전남도백(道伯)이 무거운 의무감을 느낀 마당이다. 하물며 바둑의 본고장임을 자처하는 영암군의 군정책임자인 군수나 고위공무원들은 밤잠을 설쳐야 마땅한 일이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