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열과 떠나는 북한여행 북한방문 8일째 이야기<11>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
2016년 03월 18일(금) 11: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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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산 기슭. 그러고 보니 이 지역이 바로 427년부터 586년까지 160년 동안 고구려 궁전이 있던 안학궁 자리가 아닌가 싶다. 유흥준의 <우리문화유산답사기>를 읽고 나서 깨닫게 된 사실이다. 대성산의 생김새가 학이 편안하게 쉬고 있는 형세인지라 편안할 안(安), 학 학(鶴), 안학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했다.

60만평, 대단한 규모다. 여기저기 관람객이 몰려다니고 있다. 젊은 학생들도 보이고 신혼 부부로 보이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커플들도 보인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토요일이다.
<사진8>
입구에 여러 개의 벽화를 그려 놓았다. ‘우리나라는 인류문화 발생지의 하나’라는 그림부터 시작하여 ‘우리민족의 첫 국가 고조선’ ‘고구려를 계승한 해동성국 발해’로 이어지는 그림이 꽤 길게 이어진다.


매점 앞에 관광객들이 모여 있다. 막걸리를 판다고 한다. 함경도 북청에서 왔다는 젊은이들에게 막걸리나 한 잔 하자고 하니 흔쾌히 응한다. 사람들이 선이 굵고 시원시원하다. 말씨가 투박하지만 남성답다는 느낌이 든다. 각 지방마다 저렇게 특성이 드러난다. 사람이 환경에 적응하는 동안 환경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미국에서 왔다고 하니 이것저것 물음이 많다. 북청분들이

7층 전망대에 올라보니 한반도 모형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금강산 모형, 백두산 모형도 보인다. 한 무리의 학생들이 올라오기에 물어보니 평양 외국어대학 학생들이라고 한다. 수업이 없어 단체로 구경 왔다고 한다.
고구려와 고려, 발해, 조선시대의 궁궐, 관청, 가옥 등 역사 유적이 실물크기로 재현되어 있다.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 등 각 지역 살림집을 전시해 놓았다. 양갓집의 안방 모형과 부엌까지 재현해 놓았다. 전라도 살림집에서는 아주머니들이 수틀을 들고 수를 놓고 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현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전통 혼례를 경험할 수 있도록 말을 만들어 놓고 가마를 대령해 놓았다. 혼례식이 끝나고 기념 촬영을 하는데 필자가 끼어들어 사진을 함께 찍었다.

안내원이 "평양민속공원의 특별한 점은 건축물뿐 아니라 조선의 역사유적과 문화, 풍속을 보고 느낄 수 있는 대규모 노천박물관의 면모를 갖춘다는 데 있다"고 얘기한다.
이런 시설은 통일 이후의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개선문, 그리고 사람 살아가는 모습들

멀지 않는 곳에 개선문이 서있다. 그쪽으로 천천히 걸어서 갔다. 개선문은 은백색 대리석으로 60미터 높이다. 파리의 개선문과 닮은 모습이다. 개선문은 주체사상탑과 함께 1982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이 두 건축물은 ‘혁명전통의 계승’을 내외에 선언하는 정치적 의미를 가진다고 김 참사가 설명을 한다.

전 민족이 단결하여 자주독립국가를 건설해 나가자는 내용이다. 연설문 중 “힘있는 사람은 힘으로, 지식 있는 사람은 지식으로, 돈 있는 사람은 돈으로 건국 사업에 적극 이바지하여야 하며….”라는 대목은 기억에 남는 구절이다. 글모임에서 공부할 때 “글은 곱고 쉬운 우리말로 자세하게”써야 한다고 얘기하곤 했으니까.
내일 지방에 내려가는데 필요한 물건을 미리 사두는 게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근처 상점에 들렀다. 음료수에서부터 옷가지까지 여러 가지 물건을 함께 취급하는 잡화 상점이다. 낮이긴 하지만 좀 더 밝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전등이 희미하다. 그렇지만 손님들은 그런 것은 개의치도 않고 옷을 입고 거울에 비춰보는 등 흥정들을 잘도 한다. 대낮에도 환하게 전등을 켜놓고 사는 세상에서 살아 온 사람이라 그런 생각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물건을 사서 나오는데 아파트 앞에 연탄을 쌓아놓았다. 100장쯤 될까. 40대 남자가 쌓아 놓은 연탁을 옮기고 있다. 우리도 옛날 김장을 마치고 연탄을 창고 그득히 들여 놓으면 겨울 준비를 끝냈구나 싶어 한 시름 덜곤 했었다. 뭐니 뭐니 해도 먹고 살아가는 일이 크고 중한 일이다.
주체사상탑의 여성 안내원

탑 윗부분에 노동자, 농민, 인텔리가 주체의 기치를 높이 들고 나아가는 상이 조각되어 있고, 탑 꼭대기에는 횃불모양의 20m 봉화를 만들어 세웠다. 밤에 멀리서 보면 횃불이 타오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주체탑 벽에 붉은 글씨로 새겨진 ‘누리에 빛나라 주체사상이여’라는 글 중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며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이 주체사상의 기초입니다.”는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인본주의(人本主義), 인내천(人乃天), 이런 단어들이 떠오른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사상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얼핏 스쳐간다. 결국 사상을 어떻게 현실로 구현해 낼 수 있는가 하는 게 핵심이 아닐까.

안내원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로 올라갔다. 평양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빙 돌아가면서 평양시 동서남북을 볼 수가 있다. 대동강 왼쪽으로는 멀리 대동교와 양각도 호텔이 보이고, 강 건너편에는 인민대학습당 김일성 광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좀 오른쪽으로 창전거리 아파트와 멀리 유경호텔이 서있다. 대동강 오른쪽으로 능라도와 모란봉이 자리잡고, 눈을 돌려 뒤쪽으로는 아파트와 각종 건물들이 보인다.
평양 경치를 구경하던 중, 안내원이 얘기를 건넨다.

당시 미군이 40만발 이상의 폭탄을 투하했다고 김 참사가 거든다. 잿더미 위에서 도시를 새로 건설했다는 얘기다.
“사상과 제도는 그대로 두고 연방제를 하자는 김일성 장군님의 말씀이 얼마나 당연한 말입네까. 빨리 통일이 되어야 합네다.”
“아시안 게임에서 일본과 싸울 때, 남쪽에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까지 우리 조선을 응원했다고 하지 않습네까. 그래서 한 핏줄을 가진 동족이 아니겠습네까”
안내원이 열심히 얘기를 풀어간다. 내가 물었다.
“결혼은 하셨습니까”
“아이가 세 살 입네다”
“선생님도 손자가 있으십니까”
“…”
“할아버지 할머니가 세 살 손녀에게 꼼짝못합네다. 손녀가 하자는대로 다 해 주십네다”
얘기하는 새댁의 얼굴에 행복이 넘쳐난다. 열심히 안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히 보인다.
주체탑을 돌아본 다음, 바로 근처에 있다는 맥주집을 방문했다. 맥주 전문집이라고 했다. 여러 가지 맥주를 만들어 파는 집이라고 한다.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운전사 방동무가 “메뉴좀 게오라”고 한다. 가지고 오라는 말이라고 김 참사가 통역을 해준다. #2 맥주를 주문했다. 좀 쌉싸름하지만 맛은 괜찮다. 종업원이 무어라 말을 건네자 방동무가 “와그니” 대꾸를 한다. ‘왜 그러니’라는 함경도 사투리라고 역시 김 참사가 설명해준다. 사투리에 감칠맛이 들어있다.
일정을 끝내고 김세을 신부님과 함께 고려호텔 부근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었다. 식사 후 차 한 잔 하자고 양각도 호텔 47층에 올라갔다. 꽤 큰 호텔이다. 복도가 침침하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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