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과 여론조사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
2016년 04월 01일(금) 13:49 |
이미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우리 지역 유권자들은 총선 40일 전까지도 우리 선거구가 어떻게 변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각 정당의 후보확정도 매우 늦었다. 그 과정에서 안심번호, 여론조사, 전략공천 등 갖가지 용어가 등장했다. 특히 여론조사 결과가 언론이나 자체 선거캠프, 정당 등을 통해 발표되는데 우리가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여론조사는 민심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다. 이보다 더 정확하게 선거에서의 후보자 경쟁력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당이 각종 선거의 후보자를 뽑을 때 하향식 공천, 낙점식 공천을 없애고 여론조사를 주요한 지표로 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여론조사는 주로 미국에서 발달하였는데, 시초가 된 것은 대통령선거 결과를 사전에 예상하는 모의투표(straw poll)였다. 그것은 1824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나 실질적으로는 20세기 초부터 많은 언론기관이 경쟁적으로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초기에는 주로 전화·자동차의 등록명부를 이용, 대량의 모의투표 용지를 송부하여 임의기입 후 회수하는 식이었다. 특히 《리터러리 다이제스트》지(誌)의 조사는 정평이 있었다. 그런데 1936년 대통령선거 때 갤럽·로퍼·크로슬리 등의 신흥 조사기관이 비례할당법(quota sampling)에 의한 소수표본조사라는 근대식 방법을 채용하여 거의 정확한 조사결과를 얻은 데 비하여 《리터러리 다이제스트》는 1,000만 표를 송부, 약 4분의 1을 회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반대의 부정확한 결과를 냄으로써 조사에 실패를 하고 말았다. 이 사건 이후 대량표본에 의한 조사 대신 표본의 선택방에 의한 표본조사가 일반적인 여론조사, 특히 선거용 여론조사의 대세를 이루게 된다. 또한 예측을 실패한 《리터러리 다이제스트》는 그 후 폐간의 길로 접어들었다.
리터러리 다이제스트의 참담한 실패가 가져다 준 교훈은 두 가지다. 우선 여론조사시 피조사자의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안심할 수 없고, 둘째 표본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 인데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표본추출의 방법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선거에 여론조사가 도입된 것은 1987년에 치러진 13대 대선이었다. 직선제 개헌이 여론조사 활용의 계기가 된 것이다. 1997년부터는 출구조사까지 실시되었으니 빠른 시간 안에 선거여론조사가 여론조사가 정착되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여론조사의 기술적인 발전의 한계성에 비춰 몇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예를 들면 전반적인 '민의’를 추계(推計)할 수 있지만 그것보다 세부적인 분석은 곤란하다. 예를 들면 1993년 총선거에서 일본 신당의 후보자가 있는 선거구의 투표행동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전국적인 여론조사보다 그 선거구를 조사하는 것이 적절하지만 그때 몇 개 만들어진 신당의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막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여론조사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현시점’에서의 의견이며 여론이 왜 변하였는지를 분석하는 것은 곤란하다. 선거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유권자 전체보다 투표하는 유권자의 행동을 파악해야 하지만 여론조사는 아직 누가 투표하고 기권하였는지를 판별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선거를 앞둔 현재 각 후보가 유리한 조사 결과 도출에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으며, 이 와중에 여론조작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현재 여론조사를 조작하는 대표적인 유형은 조사기간에 맞춰 단기전화를 대량으로 개통한 뒤 여론조사 전화가 걸려오면 여러 개의 전화로 착신토록 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대답을 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무더기 단기전화 개설 의혹이 제기되고 또 무더기 전화 착신에 따른 여론 호도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여론조사를 조작하는 것은 민의를 왜곡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중대한 선거범죄이다. 또 유권자들은 여론조사를 참고는 하되 100% 신뢰해서도 안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선관위와 경찰은 불법 선거행위를 끝까지 추적, 조사하고 처벌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어떤 종류의 선거든 공정한 규칙과 평등한 기회 및 조건하에서 치러져야 뒷말이 없다. 그런 점에서 민심을 왜곡하는 엉터리 여론조사는 선거가 끝난 후에도 엄혹하게 책임을 물어 뿌리까지 솎아내야 한다.(crose@db.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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