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마당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16년 04월 15일(금) 10:15
'3선 도지사'를 지낸 후보와 '3선 군수' 경력의 후보 대결로 압축된 이번 선거는 3선 도지사 출신의 국민의당 박준영 후보 승리로 끝났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을 창당, 공동대표를 맡았던 박 당선자는 국민의당에 뒤늦게 합류한 뒤 전략공천을 받아 이번 총선에 출마했다.
박 당선자는 20대 총선 출마의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뒤 불과 45일 동안의 짧은 기간 선거를 치르면서 높은 인지도의 프리미엄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겪었다. 3선 도지사를 역임한데 이어 국회의원에 출마한데 따른 일부의 거부감(?)이 엄존한데다 선거를 치르기 위한 조직도 전무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 당선자는 지난 2월22일 처음으로 20대 총선 출마를 공식 표명하고, 같은 달 28일 영암·무안·신안으로 선거구가 획정된 이후, 3월14일 국민의당에 입당해 본격적인 총선 대비에 나섰다. 사실상 선거 준비 기간은 1개월에 불과했다.
또 고향인 영암지역의 경우 종전 지역구(장흥·강진·영암) 국회의원인 황주홍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에 입당하는 등의 여파로 조직이 거의 붕괴되었거나 더불어민주당 조직으로 되어 있는 상태였고,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경선이 치러진 무안·신안에는 아예 국민의당 조직이 전무한 상태였다.
박 당선자는 선거 후 이처럼 조직이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옛 민주당 조직만으로 상대 후보와 경쟁한다는 것이 너무나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선의 영예를 차지한 것은 3선 도지사를 10년 동안 지내면서 도민들에게 신뢰를 쌓아왔고, 고향 영암은 물론 무안, 신안 등에서 인지도가 가장 앞선다는 장점을 십분 활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대중 정부시절 청와대 공보수석 및 대변인과 국정홍보처장을 비롯해 10년간의 전남지사 시절 도정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국내외 탄탄한 인맥을 가진 점이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이어지면서 표심을 얻었다는 분석도 있다. 뿐만 아니라 호남정치의 재창조, 낙후된 지역과 소득 불평등이 심각한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꿔나가는 일꾼이 되겠다는 신념이 매우 강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 선거기간 여론조사 결과가 '藥'
여론조사 열세 선거전략 수정 전열재정비 계기
선거운동기간 방송사 등의 여론조사 결과가 박준영 당선자에게는 오히려 약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5파전으로 전개된 선거전에서 가장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어 여론조사 결과도 다른 후보자들을 압도할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을 깨고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후보에 밀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전열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4·13 총선을 일주일가량 앞두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KBC 광주방송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후보가 37.6%인데 비해 박준영 후보는 24.8%에 머물렀고, 목포 MBC 조사에서도 서 후보 39%, 박 후보 33%, 목포 KBS 조사에서도 서 후보 34.2%, 박 후보 32.3%로 나타나 비록 오차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서 후보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역신문의 여론조사 결과 앞서고 있다는 분석도 있기는 했으나 전반적으로 뒤쳐진 것으로 발표되자 박 후보 선거캠프는 한밤중 긴급대책회의가 열릴 정도로 긴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여론조사 결과 서 후보가 고향인 무안에서 박 후보를 압도적인 차이로 앞서는 반면 박 후보는 고향인 영암에서 서 후보와의 지지율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선거전략을 대폭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는 여론조사 결과를 본 영암지역 유권자들이 '이대로 가다가는 이번 총선에서도 영암 출신 국회의원을 배출하기 어렵다'는 여론과 맞물려지면서 표심을 제대로 가다듬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 국민의당 '바람'에 지역주의도 작용
막판 녹색 돌풍에 영암지역 표심 단합도 勝因
박 당선자의 당선에는 선거운동기간 광주를 시작으로 전남·북에 분 국민의당 '바람'도 큰 영향을 미쳤다.
반문(反文, 반 문재인) 혹은 반친노(反親盧, 반 친노무현)로 표현되는 국민의당 바람의 실체에 대해서는 보다 정확한 연구가 필요하기는 하나, 어쨌든 각종 여론조사에서 열세에 있었던 박 당선자의 지지율을 크게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편 바람 덕택에 호남을 거의 싹쓸이하다시피 한 국민의당이 향후 정개개편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과 제1야당의 지위를 확고히 한 더불어민주당 사이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큰 관심거리다.
일각에서는 국민의당을 과거 충청지방을 기반으로 탄생했던 자민련의 재현으로 보는 등 우려의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의당 바람으로 대변되는 반문 또는 반친노의 실체가 국민의당에 대한 절대적 지지이기에 앞서, 이른바 야권이 호남지역주의에 기반 하면서도 의도적이든 의도하지 않았든 '호남 배제' 또는 '호남 고립화'에 나서온 결과물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대선을 앞두고 예상되는 야권통합과정에서 박 당선자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진다.
박 당선자의 당선에는 지역주의도 한몫을 했다. 박 후보가 영암 출신이고, 서 후보가 무안 출신인 점에서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특히 서 후보가 기반으로 둔 무안의 경우 유권자가 가장 많다는 점에서 박 후보는 고향 영암과 신안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뒤 무안에서 지지율 격차를 최대한 좁혀야 하는 전략이 필요했다. 더구나 당내 공천을 놓고 한때 최측근이었던 김재원 세한대 교수의 반발로 빚어진 지역여론까지 다독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박 후보는 3선 도지사 재임 시 섬 지역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토대로 신안에서 상당한 지지세를 확보하고 있었다. 여기에 고길호 신안군수가 선거 막판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에 입당하는 등 지역정치권이 힘을 실었다.
무안에서도 현직 국회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면서 그 파장이 기초의원들의 탈당 등 지역정치권으로까지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막판에 서 후보 반대세력을 중심으로 온갖 의혹이 제기되면서 무안에서도 지지율 격차를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에 영암의 경우 박 당선자가 끝까지 애를 태웠다. 현직 군수가 측근들을 동원해 거의 노골적으로 서 후보를 지지한데다, 조정기 영암군의원은 아예 선거유세를 통해 '서 후보가 당선되어야 전동평 군수가 재선에 성공할 수 있다'는 식으로 연설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막판 영암지역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이번에는 영암출신을 밀자"는 지역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역풍이 됐고, 박 후보의 영암지역 지지율이 55.77%로 서 후보의 지지율 30.03%를 훨씬 뛰어넘게 만드는 결과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른 득표 차이가 무려 7천626표로 무안에서 서 후보(득표율 47.56%)에 5천594표 뒤진 박 후보(득표율 34.69%)의 열세를 크게 만회하고도 남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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