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좋아…도시를 떠나 왔다”
이준상 기자 theaan@hanmail.net
2008년 06월 19일(목) 18:49
참 살기 좋은 마을
금정면 신유토

마을에 들어서면 우선 원시림이 자연 그대로 사방에 펼쳐져 있고 계곡 아래로는 안개인 듯 구름인 듯 깔려 있는 산들의 풍경에 넋을 잃고 만다.
친환경 청정지역인 관계로 곰보배추, 적하수오 등 야생토종약초가 지천에 널려 있어 토종약초 테마공원을 조성하기에는 최적지
국사봉 아래 고즈넉한 자리

“산세 좋고 물과 공기가 으뜸이며 10가구 전체가 서울 등 도시민들이 내려와 정착한 우리 동네 구경 한번 다녀가세요”

영암군 금정면 소재지에서 장흥으로 가는 도로를 따라 8km정도 달리다 보면 도로 좌측에 연소리 유토마을과 만난다. 다시 이곳에서 1km가량 산속으로 나 있는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국사봉 7부능선쯤에 신유토마을이 산속에 고즈넉이 자리 잡고 반긴다.

마을에 들어서면 우선 원시림이 자연 그대로 사방에 펼쳐져 있고 계곡 아래로는 안개인 듯 구름인 듯 깔려 있는 산들의 풍경에 넋을 잃고 만다.


무릉도원이 있다면 이곳이 그런 곳이 아닐까 할 정도로 경치가 빼어나게 아름답다.

마을 이름에 새로울 신(新)이 접두어로 붙은 것으로 미루어 이 마을이 새롭게 생겨났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2003년새로운 터전으로

이 마을은 6·25동란중에 빨치산을 토벌한다는 명목 아래 완전히 소개된 뒤 50여년동안 자연속에 방치돼 있어 왔다.

마을의 현무격인 국사봉이 영암과 장흥 유치면과의 경계에 위치해 있어 6·25때 전남도당 빨치산 유치지구의 주요 활동무대였기 때문에 마을 자체가 사라지는 비운을 겪은 것이다. 이런 슬픈 역사를 가진 유토마을이 50여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인 지난 2003년에 부활, 찬란한 꽃을 피우고 있다.

마을을 부활시킨 주인공은 영암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지만 이 곳 경치를 너무 사랑한 박말려씨(51).

신안군 장산면이 고향인 박씨는 경기도 성남시에서 살았으나 늘 회색도시를 벗어나 자연과 함께 살기를 간절히 원하다 마침내 이곳 마을을 발견하는 행운을 안았다.


박씨는 곧바로 집 지을 땅을 사고 지난 2003년말 또 다른 가구와 함께 달랑 2가구로 마을을 새롭게 열었다. 이후 박씨가 이곳으로 이사하기전에 서울, 경기, 인천 등지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던 ‘전원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에게 소개해 지금은 10가구가 현대식 집을 짓고 사회적 지위나 돈이 아닌 끈끈한 정으로 살아가는 마을로 발전됐다.
청정 그대로의 자연 간직

마을을 개촌하면서 주민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한다. 휴전선 일대의 비무장지대처럼 50여동안이나 울창한 숲과 풀 등 자연에 파묻혀 있었던 땅을 집터로, 또는 마을 안길로 만들는 작업이 오죽했으랴.

그러나 50여년동안 폐촌되었던 덕분에 지금 이 마을은 보물이 됐다. 청정 그대로의 자연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될 수 있으면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이 마을 주민들은 집도 자연 그대로를 최대한 활용, 마당에 집채 만한 바위들이 서 있을 정도다.

마을 주민들의 구성도 다채롭다. 10대이하 2명, 10~20대가 4명, 30~40대 10명, 50~60명 3명, 60대이상이 5명 등 모두 24명이 살고 있다.

유치원생 2명, 초등학생 3명, 중학생 1명 등 학생들만 6명이고 78세 할머니가 최고령이다. 마을주민 평균 연령이 36세로 아마 우리나라 시골마을 가운데서 최연소 마을이 아닐까 싶다.

주민들의 직업도 영어강사, 인테리어 디자이너, 산림기사, 복음강사, 미용사가 있는가 하면 최근 2가구가 완전 귀농을 위해 금정면의 명품인 대봉감나무 농사를 준비하고 있다.

주민들은 서로간에 격의없이 지내기 때문에 이발이 필요하면 미용사 출신 주민이, 아이들 영어공부가 필요하면 영어강사가, 집을 짓거나 하면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나서 스스로 품을 나누며 산다.
‘토종약초’ 테마공원 조성 계획


이처럼 오순도순 이웃으로 살아가는 이 마을이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영암군에서 실시하고 있는 ‘참 살기 좋은 마을가꾸기’ 사업에 응모해 우수 계획 마을로 선정됐기 때문.

주민들은 군 사업비 2천5백만원을 지원받아 마을 곳곳에 널려 있는 토종약초를 종류별 또는 효능별로 분류해 테마공원을 조성, 마을 전체를 ‘토종약초마을’로 브랜드화시킬 계획이다.

이 지역은 친환경 청정지역인 관계로 곰보배추, 적하수오 등 야생토종약초가 지천에 널려 있어 토종약초 테마공원을 조성하기에는 최적지인 셈이다.

특히 일부 주민들은 자칭 토종약초연구소라는 모임을 만들어 연구소장과 연구원들이라 부르며 약초 연구와 재배를 해오던 터이다. 주민들은 토종약초를 상품화 및 지역 특산품으로 만들어 마을의 수익창출과 안정적인 정착기반이 될 수 있도록 발전시킬 요량이다.

주민들은 또 토종약초 황토찜질방을 설치, 운영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각 4평규모로 전통 구들장, 운형 돔지붕의 한옥형 건물를 황토흙, 황토벽돌, 볏짚, 대나무 등 친환경 소재로 짓고 각기 다른 약초의 효능과 황토 원적외선 효과 등을 활용해 도시성 아토피 등 질병치료는 물론 도시민들의 체험방문객 등을 유치할 방침이다.

마을 주민들은 이같은 원대한 사업계획이 구체화되면 이미 귀농하기로 약속된 20여가구가 더 빠른 시일내에 들어오는 겹경사를 맞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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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양행남씨
"자연의 혜택 즐기느라 세월 가는것도 잊어요”


“사람다운 사람들끼리 모여 정답고 오순도순하게 살아가는 이곳이 너무 좋아요. 그리고 앞으로 마을에서 추진하고 있는 토종약초공원과 황토찜질방 등이 만들어지면 천혜의 자연조건과 더불어 진짜 좋은 마을이 될 것입니다”

신유토마을에 정착해 살고 있는 양행님씨(33·사진)는 “서울 토박이로 서울에서만 살다 이곳으로 이사한 후 자연과 함께 하는 삶에 취해 있다”며 “자연이 주는 혜택을 즐기느라 세월 가는 것도 잊는다”고 말했다.

양씨는 “친언니네 식구들이 이 마을에 먼저 정착한 이후 언니 집에 왔다가 이곳 자연에 빠져 우리 가족들도 모두 이사를 해 이제는 자매가 한 마을에 살게 됐다”고 밝게 웃으며 동네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이 동네는 단순히 나이 들면 시골에 가서 살아야지 하는 부류의 사람들이라기보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살기 좋은 곳을 찾아 온가족들이 도시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농촌의 가족들이 도시로 떠나는 가장 큰 이유가 아이들 교육문제 때문인데 어떻게 아이들까지 데리고 시골로 들어올 수 있냐는 어리석은 질문에 양씨는 “아이들도 스스로 공부하려고 할 때 하는 것이다”며 “이곳으로 이사 온 뒤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 이사를 잘 왔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하게 됐다”고 현답을 내 놓았다.

양씨는 “지난 3월 완공한 마을회관이 공부방으로 바뀌어 서울에서 영어강사를 하시는 분이 아이들 영어도 가르치고 인터넷 등을 통한 학습법도 많아 아이들 공부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며 “산과 나무 등 자연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이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칭 이 마을 약초연구원이기도 한 양씨는 “야생약초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으나 이사 후 하나하나 배워가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며 “약초를 이용한 마을 소득원을 개발해 안정적인 정착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마을 주민 모두의 꿈이다”고 소개했다



이준상 기자 thea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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