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心>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
2016년 04월 29일(금) 14:09 |
4·13 총선이 끝난 뒤 박근혜 대통령이 꼬박 5일이나 걸려 내놓은 대국민 메시지다. 선거에 참패한 새누리당이나, '절반의 성공'을 거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내놓은 메시지에 공통적으로 담긴 진지한 '반성'은 없다. 대신 오기(傲氣)가 여전하다. '민의를 생각해보긴 했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고,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국민들이 이런 투표결과를 내놓았는지 모르겠다.'가 결론이지 싶다.
4·13 총선은 '야권 분열 때문에 여당 압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거의 모두의 예상을 깼다는 점에서 가히 '혁명'이다. 그 충격은 종합편성채널들까지도 박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을 꼬집게 만들 정도였다. 그것이 충격 때문이든 아니면 레임덕(Lame Duck)을 넘어 황혼(黃昏)에 접어든 권력의 속성 때문이든, 종편들은 '반성하지 않는 대통령'에 매서운 질타를 쏟아냈다. 4·13 총선 결과는 이렇듯 분명 정부 실정에 대한 유권자들의 단호한 심판이었음에도 아쉽게도 오기와 독선은 여전히 박 대통령의 상징이다.
선거기간이나 선거가 끝난 지금 풀리지 않는 숙제는 '호남 민심'의 실체다. 4·13 총선은 분명 박근혜 정부 실정에 대한 유권자들의 단호한 심판이었다. 하지만 야권에 주는 의미는 아전인수(我田引水)다. 자기 논에 물대기 식 해석도 유분수지 싶다. 4·13 총선은 분명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다. 반면 텃밭 호남서는 국민의당이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4·13 총선을 더불어민주당의 '승리이자 패배'로 규정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호남은 왜 국민의당을 선택했을까? 선거기간 광주와 전남·북을 휩쓴 '녹색돌풍'의 실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는 김태일 영남대 교수가 '감정'의 문제, '정체성'의 문제, '이익'의 문제로 접근하려는 시도 모두 문제가 있다는 주장에 공감한다. 호남 민심을 '이익'의 문제로 접근하려는 시도는 이른바 '호남홀대론'이다. '정체성'의 문제는 무슨 일만 있으면 5·18묘역에 무릎을 꿇는 의례를 뜻한다. '감정'의 문제는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이 인정하지 않으면 정치를 떠나겠다"는 실언에 가까운 발언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렇다고 '호남 민심'을 지역주의에 가두는 일은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 모두에 재앙에 가까운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이 호남에서 참패한 까닭은 감정의 문제도 아니요 정체성의 문제도 아니며 이익의 문제는 더구나 아니다. 참여정부, 더 나아가 국민의정부에서조차 호남은 오랜 차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더구나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에게 몰표를 던진 이유는 호남이 우대를 받아서가 아니었다. 국민의당 역시 '녹색돌풍'의 의미를 곡해해선 어림없다. 그것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반대급부'였지 국민의당에 대한 오롯한 지지가 아니었다.
이점에서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종합상황실장과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아 이번 총선을 이끌었던 이철희 당선인의 지적은 옳다. "호남의 총선결과는 대선주자로 문재인에 대한 불신임이 아니다. 반대로 안철수에 대한 전폭적인 신임도 아니다. 호남 민심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호남에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는 것이 아니다. 어느 당이 얼마나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보여주는지 그 능력을 보자는 것이다."
호남지역주의는 군부독재와 결합했던 영남지역주의에 대응한 것이다. 구태정치의 상징인 '난닝구'로 여기는 일은 호남에 대한 모독이다. 이는 더불어민주당보다 국민의당이 깊이 새길 일이다. 몰표에 가까운 호남의 지지를 자칫 잘못 인식해 자만에 빠지거나, 과거 충청도를 기반으로 탄생해 집권세력과 야합했던 자민련의 전철을 밟는 일은 특히 경계할 일이다. 그것이야말로 호남 민심과는 정반대의 길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다가올 대선을 앞두고 두 야당이 호남지역민들에게 해야 할 일은 호남 우대도 아니요, 무슨 일만 있으면 5·18 묘역이나 하의도를 뻔질나게 찾는 일도 아니다. 이 보다는 지난 대선 패배를 극복할 치밀한 수권비전을 제시하는 일이 더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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