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과 25년의 인연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
2016년 05월 20일(금) 14:10 |
하나의 기념일이 탄생하기까지 정부의 주도없이 순수하게 학생들의 힘으로, 선생님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탄생한 것이 큰 감동을 준다. 그런데 시대가 지나면서 스승의 날이 점점 자리를 잃어가는 것 같아 가슴 한 켠이 짠해온다.
스승의 날을 1주일 앞두고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이셨던 윤00 선생님께서 딸이 결혼을 하니 참석해달라는 것이었다. 사실 선생님의 딸이 결혼을 늦게 한 덕(?)에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청첩장을 받을 수 있었다. 몇 년 전이었으면 내가 조금은 어색했을 수도 있겠지만 40살을 넘기고 이런 소식을 받게 되어 참으로 감사하다.
돌이켜보니 윤 선생님과 인연이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졌으니 25년이 된 것이다. 내가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의리의 돌쇠’라고 불릴 만한데, 그 표현이 싫지는 않다. 고교 졸업을 하고 대학교에 진학하고서도 인연은 계속되었고 군대에 있으면서도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아 지금까지 오게 되었으니 한편으로는 자랑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25년을 살아오면서 졸업한 제자가 성장하기도 하고 좌절도 했던 이야기는 선생님과 함께 엮어가는 인생이야기였다. 제자의 성장에 자랑스러워 하시고 좌절에 위로를 아끼지 않으시는 그런 분과 함께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일이 아닐까?
선생님께서는 전공이 수학인 관계로 꽤 많은 수업시간이 배정되어 고교시절 선생님과 수업시간에 자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수학을 아주 싫어했던 관계로 눈을 반짝이며 칠판을 보고 있었지만 학습내용이 내 머리에 들어와 오랫동안 머물지는 않았다. 좋게 말하면 내 머리가 나쁜 것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선생님 수업이 재미가 없었다고나 할까?
내 기억 속에 선생님은 사실 수업시간보다 자율학습시간에 보여주시는 인간미 넘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선생님은 “자율학습은 진짜 자유롭게 자습을 하고 싶은 사람만 하는 것이 진짜 자율학습이다!”라며 “자율 학습하기 싫은 사람은 거짓말만 하지 말고 좋게 허락받고 쉬어라!”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우리 반 교실 빈자리에 앉아 평소 좋아하시는 책을 펼쳐두고 학생들과 함께 자율학습 지도를 하셨다. 다른 반 선생님과는 뭔가 다른 따뜻한 모습에 큰 감동을 받은 것은 두 말 할 나위 없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동참하는 자율학습시간 덕분일까? 전에는 지도감독 선생님의 눈치를 봐가며 만화책을 돌려보던 분위기가 있었으나 그런 것도 없어지고 자연스럽게 면학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이런 면학분위기는 우리들의 집중력을 높여줬고 학기초 12개 반 중에 11등 하던 우리 반은 3달 만인 5월에 3등을 하고 6월에는 기어이 1등을 기록했다. 생각해보면 선생님은 늘 우리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기 위해 사소한 현상을 보시면서도 동기부여에 애쓰셨던 것으로 보였다.
예를 들면 체육대회 때 농구경기 중 우리 반이 함께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너희들은 다른 아이들과 달리 유독 ‘동기애’가 강한 친구들이다. 그러니 그 우정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함께 유익한 학창시절을 보내도록 하자!”면서 은근한 감동 메시지를 전했다. 그 시절엔 몰랐지만 그 당시 선생님들께서 하신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자양분이 되어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일까? 나에게 있어서 스승님들은 늘 감사한 존재이며 자주 연락을 드리지는 못하지만 해마다 5월 15일이면 수화기를 들게 만드는 이유이다. 그분들의 전화번호가 바뀌지 않았다는 것, 여전히 목소리가 맑다는 것에 감사한다. 바쁜 일상 중에 받은 메시지 한 통이었지만 25년을 거슬러 추억을 되새기게 해 준 감사한 이벤트였다.
다음에 통화할 때는 더욱 성장한 이야기로 선생님께 안부를 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오늘도 학생들을 위해 애쓰시는 대한민국의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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