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각서(MOU)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6년 05월 20일(금) 14:14
양해각서(諒解覺書, memorandum of understanding), 즉 MOU는 '국제사회에서 본 조약이나 정식계약의 체결에 앞서 국가 사이에 이뤄지는 문서로 된 합의'를 뜻한다. 당사국 사이의 외교교섭의 결과에 따라 서로 양해된 사항을 확인 또는 기록하거나, 본 조약이나 협정의 후속 조치를 목적으로 작성된다. 공식적으로는 법적 구속력을 갖지는 않지만, 조약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요즘 들어서 MOU는 국가 사이의 협정이나 조약과는 상관없는 내용을 담는, 좀 더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포괄적 의미의 양해각서 역시 법적 구속력이나 효력은 원래 의미의 양해각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양해각서가 국가 사이뿐 아니라 국가기관 사이, 기관 사이, 기업 사이 등에서도 다양한 문서의 형태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MOU는 내용상 제한이 없다. 일반계약서가 구속력을 부여하는 반면 MOU는 당사자의 원칙적인 합의가 표시되는 것이 보통이다.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느니, '적극 노력한다.'느니, '협력한다.'는 등 구속력을 배제하는 표현들이 쓰인다. 아예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는 규정을 넣어놓기도 한다. 이처럼 MOU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위반했을 경우 도덕적 책임은 면하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 순방으로 42조원에 이르는 프로젝트에 한국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밝힌 66건의 MOU가 논란이다. 본 계약이 아닐뿐더러, 체결되지도 않은 사업까지 들어있어서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가 풀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더 결정적이다. 미국은 핵 합의 이후 핵 활동과 관련한 제재를 해제했을 뿐, 금융제재는 유지하고 있다. 국제통화인 달러는 물론이고 유로화를 이용한 이란과의 거래까지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체결한 MOU 대부분은 '파이낸싱'방식이다. 우리 기업들이 국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이란 현지에 가서 필요한 물자, 인력을 구입해 철도, 도로 등을 건설한 뒤 이의 운영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미국의 금융제재가 풀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들이 리스크를 감당해가며 투자를 결정할 이유가 없다. 박 대통령의 '이란 마케팅'을 과거 우리 기업들이 벌어들인 '오일 달러'를 연상하며 '제2의 중동붐'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이유다.
MOU는 이처럼 정부는 물론 지자체들의 성과물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자주 쓰이는 만큼 그 뜻이 자주 부풀려진다. MB정부 당시 자원외교와 관련해 체결한 96건의 양해각서 가운데 본 계약으로 이어진 사례는 16건에 불과했다고 한다. 지자체들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기업들과 투자 MOU를 체결하면서 건수와 액수, 그리고 고용효과가 앞다퉈 발표되지만 실제 투자로 실현된 경우는 10%도 채 안 될 것이다. 외교용어에서 출발한 MOU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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