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무너진 영암지역 응급의료체계 어떻게?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16년 08월 12일(금) 11:08
2015년 5월 이래 두 번째 군청소재지 영암읍과 덕진면 등 주민건강에 '적신호'
군 보건소 활용 새 당직의료기관 지정 등 항구적 지역응급의료체계 대책 절실
영암병원 응급실이 또 다시 문을 닫았다. 지난 2014년 5월 '응급의료기관' 지정서를 반납하고 15개월 동안 응급실 문을 닫은 이후 두 번째 사태다. 이번에는 '당직의료기관' 지정서를 반납했다. 하지만 내부 경영비리가 원인이 됐던 첫 응급실 폐쇄와 이번 사태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인 것 같다.
이번 폐쇄사태는 응급실 운영에 따른 적자누적이 표면상의 이유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행정처분이 직격탄이 됐다. 다시 말하면 여러 가지 병원 여건상 응급실을 계속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보건복지부의 '중징계'까지 겹쳐진 것이 그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영암병원의 현재 경영여건이나 의료인력 등을 감안할 때 응급실 문을 다시 열기는 어렵다는 판단까지 나오고 있다. 그나마 2015년 7월 취임해 응급실 운영재개에 앞장섰던 영암 출신 양현승 원장 같은 의료진이 다시 오기를 더는 기대하기 어려운 점도 응급실 폐쇄사태에 더해진 암울함이다.
이로 인해 지역사회 내에서는 군 보건소의 인력, 시설 및 장비 등을 확충해 당직의료기관으로 지정하는 등 다른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국적으로 경북 의성군이 군 보건소를 당직의료기관으로 지정해 지난 7월1일 매일 오후6시부터 익일 오전9시까지 야간진료를 실시하고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 영암병원 응급실 운영중단에서 재개까지
내부 경영비리 2014년 5월 응급의료기관 역할 중단
2015년 8월1일 당직의료기관으로 응급실 운영 재개
영암병원은 지난 2008년 응급실이 개설되어 지역 유일의 24시간 응급의료기관 역할을 해 왔다. 2011년 7천612명, 2012년 7천567명, 2013년 7천369명이 각각 이용하는 등 3년 동안 응급실 이용자가 월평균 620여명에 이를 정도로 많은 군민들이 응급을 요할 때 영암병원을 찾았다.
이 응급실이 2014년 5월부터 2015년 7월31일까지 15개월 동안 폐쇄됐다. 당시 병원 측은 경영난을 이유로 2014년 4월 응급의료기관 지정서를 반납한데 이어, 5월부터는 24시간 운영해온 응급실을 밤9시까지 야간진료형태로 운영하다 12월부터는 이마저도 중단, 아예 문을 닫았다. 인구 6만명의 영암군에 24시간 응급의료기관이 아예 부재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병원 측이 당시 응급실을 폐쇄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역시 매월 발생하는 적자(5천여만원)를 감당할 수 없어서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병원이 내부 경영 비리로 수사를 받게 되면서 24시간 응급실 운영을 위한 전남도의 공중보건의 배정이 제외된 것이 결정적인 이유로 꼽힌다. 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되어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하면 연간 운영비 2억5천만원과 공중보건의사 2명을 배정받게 되지만 경영비리가 불거지면서 이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또 병원 측이 밤 9시까지 야간진료형태로 이어온 응급실 운영마저 중단한 것은 당시 이사장으로 부임한 광주 첨단한방병원 문형철 원장이 광주지방법원에 낸 법인회생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전해지면서 더 이상 의료진을 확보할 수 없게 됐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응급의료체계 복원을 위한 군과 우승희 전남도의원 등의 적극적인 노력이 이어진다. 군 보건소는 지역 응급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보건복지부에 '취약지 응급실 위탁운영사업' 대상지역 선정을 건의하기도 했고, 전남도와 황주홍 국회의원, 우승희 의원 등 각계에서도 영암병원 응급실 운영 재개를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이 같은 노력 속에 응급실 운영이 재개된 것은 지난해 8월1일부터다. 여기에는 이해 7월1일 취임한 영암 출신 양현승 병원장의 노력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외과전문의로, 소화기내시경, 유방암 전문자격 등을 취득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은 것으로 알려진 양 원장은 당시 병원의 열악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고향인 영암지역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한다는 차원에서 응급실 문을 다시 여는데 앞장섰다는 후문이다. 양 원장은 최근 병원을 떠났다.
24시간 운영되는 '응급의료기관'이 아니라 야간진료 형태인 '당직의료기관'으로 다시 문을 연 응급실에 대해 군은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2015년 8월1일 영암병원을 당직의료기관으로 지정하고,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기금 4천100만원을 지원했다. 올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건강검진기관 지정 취소 통보를 받은 영암병원에 대해 지정취소 대신 3개월 업무정지로 경감해줬다. 또 의과분야 공중보건의가 줄어드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올해 공중보건의사 1명을 배치하고, 응급실 운영비로 1억5천만원의 보건복지부 보조금을 확정 받기도 했다.
영암병원이 이번에 응급실을 폐쇄하면서 엉뚱하게 압류조치 등을 문제 삼고 나선데 대해 군이 이례적일 정도로 적극 항변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응급실 문을 닫은데 대한 배신감이 매우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당직의료기관 지정서 반납의 사정은?
응급실 적자누적 이유 8월4일 반납 7일부터 폐쇄
열악한 경영여건에 보건복지부 행정처분이 직격탄

영암병원이 또 다시 응급실 폐쇄 예정 사실을 군에 통보한 것은 지난 7월19일이다. 병원 측은 7월31일까지 응급실을 운영하겠다고 통보했다. 당시 병원 이곳저곳에는 군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내용이 적힌 대자보가 나붙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금 확인할 길은 없다.
어쨌든 병원 측의 폐쇄 예정 통보를 받은 군은 곧바로 21일 김양수 부군수 주재로 병원 측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후 병원 관계자 면담과 대책회의는 전남도 관계자까지 참석한 가운데 7월27일과 8월1일 두 차례 더 이어졌으나, 병원 측은 8월4일 당직의료기관 지정서를 반납한데 이어, 5일에는 '재정악화 등 병원 내 사정으로 8월7일 자정부터 당직의료기관을 반납하고 응급실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군에 최종 통보했다.
군과의 세 차례 면담 및 대책회의에서 병원 측은 보건복지부의 행정처분에 따른 부당이득금(26억5천393만3천610원) 7년(84개월) 분할납부 및 외환은행(KEB 하나은행) 통장 압류해지를 요구했다.
영암병원은 지난 2010년 11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의사 등의 근무일수 조작, 간호사 부풀리기, 입원료 등급 상향, 약제비 및 주사료 부당청구 등의 수법으로 38억원에 이르는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이 적발됐고, 그 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어 지난 2월2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업무정지 246일(2016년 7월1일부터 2017년 3월3일까지)과 부당이득금 환수 등의 가중된 행정처분을 받았다. 가까스로 정상화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재정압박이 심한 새 경영진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타격이었다.
병원 측은 이에 업무정지에 대해서는 그동안 이의신청을 내는 등의 노력으로 경감조치를 받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당이득금은 징수기관인 군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함에 따라 채권 및 예금 등이 압류조치 되는 상황에 처해있다.
군이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병원 측은 당초 공탁금으로 내건 46억원을 활용해 부당이득금 가운데 10억원을 일시금으로 납부하고, 나머지 잔액은 24개월 균등 상환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았다. 공탁금은 모두 다른 곳에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군은 국민건강보험, 신협, 외환은행 등의 채권 및 예금 압류에 들어갔으나 대부분이 후순위 채권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여곡절 끝에 군은 채권확보를 위해 외환은행 통장에 있는 3억여원을 압류하고 추심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병원 측이 압류 해지를 요구한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병원 측의 요구에 대해 군은 부당이득금 환수를 담보할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점에서 난색을 표시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병원 측은 '군이 자신의 입장만 고수한다면 병원으로서도 적자를 감수해가며 응급실을 운영할 이유가 없다'는 식의 논리로 대응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응급실이 또다시 폐쇄된 것은 병원 측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인 재정악화 등 병원 내 사정 외에도, 병원 스스로 저지른 부당의료행위로 인해 보건당국의 행정처분을 받게 되자 엉뚱하게도 지역민의 생명과 직결된 응급실 운영에 '분풀이'를 한 격이 됐다.
■ 향후 전망 및 대책은?
장기화·되풀이 우려 항구적 응급의료대책 필요
군 보건소 당직의료기관 지정 등 대안 서둘러야
이번 응급실 폐쇄에 대해 군은 홈페이지 등에 인근 시군 의료기관의 응급실을 소개하고 영암소방서와 택시회사, 언론 등에 긴급환자 발생 시 신속한 후송대책을 적극 주문하고 나섰다. 첫 응급실 폐쇄 때보다 이번 응급의료체계의 붕괴에 따른 위기의식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특히 군은 지난 8월10일 영암병원의 대대적인 조직혁신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고 군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응급실 폐쇄 조치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또 "보건복지부의 정당한 행정처분에 반발해 응급실 폐쇄 조치를 단행한 것은 의료기관으로서의 도의를 져버린 무책임한 처사"라며, "조속히 응급실 운영을 재개하지 않는다면 법과 원칙의 틀 안에서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군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영암병원은 대대적인 혁신과 자구책 마련을 통해 의료기관으로서의 본분을 다해줄 것을 강력 촉구한다"면서, "병원 측이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등 의료기관으로서의 본분을 다한다면 보건복지부와 전남도에 영암병원의 회생의 길을 열어줄 것을 건의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군은 아울러 "지난 7월27일 군과의 면담에서 병원 측이 요구한 부당환수금의 84개월 분할 납부 문제도 법적인 틀 안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주거래은행 계좌의 압류조치 해제도 원만히 풀어나가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군의 이 같은 사태 해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지금 영암병원의 재정상황이나 인력 등을 감안하고, 보건복지부의 행정처분을 고려할 때 영암병원의 응급실 폐쇄 조치는 돌이키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더구나 영암 출신 양현승 원장 같은 지역사회를 위한 사명감을 가진 의료진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걱정을 더욱 키우고 있다.
그렇다면 영암병원이 응급실을 폐쇄함으로써 발생한 영암지역 응급의료체계의 붕괴는 실제로 지역민들에게 어떤 피해를 주게 될까?
일단 영암 관내 삼호읍을 중심으로 한 학산, 미암, 서호, 군서면 등 서부권은 별다른 피해가 없을 전망이다. 목포지역 의료기관 응급실이 지척에 있기 때문이다. 또 금정면이나 신북, 도포, 시종면 등의 경우도 불편하기는 하나 나주지역 의료기관 응급실을 이용하면 큰 문제는 없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응급의료체계가 무너져 당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은 군청 소재지인 영암읍과 덕진면 등이 꼽힌다. 특히 영암읍민들은 그렇지 않아도 지역상권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당에 응급의료체계에까지 적신호가 켜지게 됐다. 실제로 응급실이 폐쇄된 최근 하루 3∼4명의 응급환자가 소방서 구급차에 실려 영암 인근 시군 의료기관에 후송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에서는 이번에야말로 지역 응급의료체계의 항구적 복원을 위한 근본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영암병원이 당장 응급실 문을 다시 열더라도 병원 여건상 언제 다시 문을 닫는 사태가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인 점에서 이참에 아예 당직의료기관을 새로 지정하는 방안 등을 항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인 것이다.
전국적으로도 특정 지자체가 관내 지역 중 일부의 야간 진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보건소를 당직의료기관으로 지정해 운영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경북 의성군의 경우 지난 7월1일부터 군 보건소를 당직의료기관으로 지정해 매일 오후6시부터 익일 오전9시까지 야간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의성군보건소는 그동안 의성읍을 중심으로 한 동부지역의 야간 진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밤10시까지 야간진료를 해왔다. 그러나 심뇌혈관질환, 갑작스런 상해, 급성 복통 등 응급상황 발생 시 빠른 대처로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의료장비 및 기자재를 보강하고 공중보건의사 4명(소아청소년과, 내과, 신경과)과 임상경험이 풍부한 간호사 3명을 채용했다. 이를 통해 환자진료, 응급처치, 1일분 투약, 조제와 응급환자 후송을 하고 있으며,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구급차 운전기사의 비상대기(재택)와, 보건소의 당직자를 재택근무하지 않고 익일 오전 9시까지 숙직을 하게하며 야간진료에 따른 행정지원업무를 수행하도록해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또 중증 응급환자는 의성소방서 119구급대와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 신속하게 응급의료기관에 후송하고 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는 '보건복지가족부장관, 시ㆍ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공휴일 또는 야간 그 밖에 응급환자 진료에 지장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만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응급환자의 응급의료를 위하여 보건복지가족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의료기관의 종별ㆍ진료과목별 및 진료기간별로 당직의료기관을 지정하고 이들로 하여금 응급의료를 하게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영암군의 지역여건이 비록 의성군과는 다르지만 지역 응급의료체계의 구멍을 언제까지나 방치할 수 없는 만큼 이제는 항구적인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는 여론에 귀 기울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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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암병원은?
영암지역 최대 규모 내부 경영 비리로 위상 추락
삼선의료법인 인수 경영정상화 불구 경영난 여전
영암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 등 7개 과목을 진료과목으로 한 병상수 62실, 485병상(일반 159, 정신 299)의 영암지역 최대 규모다. 종사자만 140여명에 이르고, 입원환자도 300여명을 넘는다.
광주시 동구 '김병원' 김계윤 원장의 아들인 김대익 이사장과 김 이사장의 사촌 김영관 이사장으로 병원 경영권이 이어지면서 영암지역 최대 규모의 병원 위상은 해를 거듭할수록 추락해갔다.
특히 지난 2013년 김영관 이사장이 임명한 이모 병원장과 병원 경영 문제를 놓고 다툼이 벌어지고, 이 과정에서 납품비리 등이 불거지면서 전남지방경찰청의 수사를 받게 되며, 김대익, 김영관 두 이사장이 모두 구속되는 사태로 이어지면서 영암병원의 위상은 급속히 추락했다. 또 간호사 등 병원 직원들에 대한 체불임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생계를 위협할 정도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14년 9월 광주 첨단한방병원 문형철 원장이 이사장으로 부임했고, 체불임금과 노사갈등을 해결하는 등 정상운영에 대한 비전을 밝히면서 채권단의 양보를 이끌어 내 법인회생 절차가 철회되는 등 정상운영의 발판을 만들었다.
삼선의료재단이 경영을 맡은 영암병원은 이후 2015년 1월부터 일반외과, 정신과, 한방과, 정형외과, 내과 등 5개 과목에 대해 정상진료를 시작했으며, 이해 8월부터는 당직의료기관으로 지정되어 응급실 운영까지 재개한 바 있다. 하지만 내부 경영난은 여전해 이번 응급실 폐쇄 조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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