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20년 지역 지도자의 의미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
2016년 08월 26일(금) 14:17 |
유명 관광명소인 산막이 옛길 관광안내판에 근거 없는 공적과 모험담을 올렸던 임각수 전 괴산군수의 얘기이다. 2011년 산막이 옛길을 개장하면서 호랑이굴과 호랑이 조형물을 설치한 충북 괴산군은 산막이 옛길을 보수하며 호랑이굴 사연을 소개하는 표지판을 세웠다. 그런데 안내판의 문구가 전래 동화 수준이다. 이 표지판에는 '겨울이면 눈 속에 호랑이 발자국이 남겨져 있어 1968년까지 호랑이가 드나들며 살았던 굴로 산막이 옛길을 만든 임각수 군수가 청년 시절 창을 들고 사냥하러 다녔던 곳'이라는 글이 실려 있었다. 진위여부를 떠나 실소를 금하게 하는 대목이다. 군청 직원이 임 군수의 자서전 등을 참고해 문구를 만들었는데 임 군수의 결재까지 받았다고 한다. "군수공적을 알리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자 결국 문제의 표지판을 서둘러 철거했다.
여기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뉴스를 인용해 본다.
"2010년 문을 연 괴산군의 산막이옛길은 괴산호를 끼고 도는 4km의 산책로다. 이렇게 평범한 산길이 개장 4년 만에 전국에서 방문객이 가장 많은 명소가 되었다.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사오랑마을에서 사은리 산막이마을을 연결하는 산막이옛길은 괴산 주민들이 만들었다. 이 지역 4개 산골마을 주민들은 권역별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을 함께 추진하면서 관광객 유치 방안을 놓고 고민 중이었는데 이 때 사은리 출신인 임각수군수가 "옛길을 되살려 도시민의 향수를 자극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고 한다. 주민들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더듬어 옛길을 정비했고 거기에 다양한 사연과 이야기를 덧그림을 그리듯 입혔다. 1968년까지 실제 호랑이가 드나들며 살았다는 '호랑이굴', 여우비나 여름 한낮 더위를 피해 잠시 쉬어간 '여우비 바위굴', 앉은뱅이가 마신 후 벌떡 일어나 걸어갔다는 '앉은뱅이 약수', 골짜기 안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얼음 바람골', 옛날 서당에서 여름철 야외학습장으로 썼다는 '고인돌쉼터', 산짐승이 지나다니며 목을 축인 '노루샘'. 산막이옛길을 걷다보면 이렇게 옛정취를 간직한 볼거리가 끊임없이 나타난다. 지루할 틈이 없다. 산막이옛길은 입소문을 타면서 단박에 전국적인 명소로 떠올랐다. 개장 첫해인 2010년 30만명이던 방문객이 이듬해 88만명으로 급증했다. 2012년에는 130만명, 지난해엔 140만명을 돌파했다. 실제 파급효과가 단일 길로는 제주 '올레길'을 능가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상가, 숙박업소, 교통(버스ㆍ택시)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가 160억원대에 달한다는 전문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산막이옛길 덕분에 고소득을 올리게 된 주민들은 고마움의 표시로 매년 일정액을 괴산군민장학회에 장학기금으로 내놓고 있다."
전국 590여곳에 걷기 길이 탄생했고, 저마다 '명품길'이라 자부한 길들은 정작 사람들의 발길을 끌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이 별다른 특징도 없이 마구잡이로 조성된 탓이다. 하지만 괴산군의 산막이 옛길은 어찌 보면 지방자치단체 풀뿌리 민주주의, 풀뿌리 지역관광개발의 대표적 사례이지만 표지판 하나 때문에 크게 왜곡 되고 말았다.
같은 지역의 사례이지만 상반된 평가를 보면서 '호랑이 표지판'의 문제가 자치단체장의 잘못일까? 아니면 부하직원의 잘못일까?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누구의 잘못인가 판단하기에 앞서 괴산군의 호랑이굴 사연 소개 표지판은 일면 해프닝 같지만 그 정신은 주민들을 통솔하겠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여진다. 전통적 통솔방법, 즉 "행정권이나 지배권을 가진 사람은 일반인보다 우월하다, 심지어 남자가 여자보다 우월하다, 때로는 많이 배운 사람이 배우지 못한 사람보다 우위에 있다"라는 낡은 정신에 기초한다. 전통적인 공덕비와 같은 것이고 심지어 과거 우리 지역사회에 귀감이 되었던 열녀비 건립의 정신과도 연결되는 것이다.
이 땅에 지방자치가 실시 된지 20년이다. 또 우리 사회의 지방화`분권화는 시대적 조류이다. 거부하거나 거스를 수 없다. 이러한 때, 지역 정책의 옥석을 가리고 정책의 일관성을 통해 성과를 이끌어내는 것은 지도자의 덕목이자 리더십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을 집행함에 있어 겸손하고 자랑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도 지도자와 이를 따르는 공무원들의 덕목이다.
시 한 구절이 생각난다. '자랑할 일이 생긴 사람은/그 자체로도 눈이 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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