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앞둔 우리의 자세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6년 09월 09일(금) 13:00
요즘 벌과 뱀에 쏘이고 물리는 사고가 속출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최근 5년간 통계에 의하면 벌에 쏘인 건수는 5만6천여건, 뱀에 물리는 건수도 2만여건에 달한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사고의 63%가 8월부터 10월 사이에 집중 됐다는 것인데, 집에 가만히 있었으면 이런 탈도 없었을 텐데 왜 그랬을까?
이는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그 기간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추석이면 조상의 묘소를 찾아 절을 하고 묘를 살피는 예(禮)가 있는데 이것이 성묘이다. 조상의 묘를 살피면서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벌초인데, 이 과정에서 갑자기 나타난 벌과 뱀에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해 사고를 당하는 것이다. 조상님을 보살피다가 정작 자신의 몸을 상하게 하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벌초는 보통 추석 이전에 조상의 묘에 자란 잡초를 베고 묘 주위를 정리하는 풍속으로 벌초 시기는 백중 이후인 7월 말부터 추석 전까지 이루어진다. 백중 이후에 벌초를 하는 이유는 처서가 되면 풀의 성장이 더뎌지는데 한번 벌초를 하면 오랫동안 묘소가 깨끗함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벌초가 되어 있으면 추석에 성묘를 하는데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추석 전에는 반드시 벌초를 미리 해서 조상의 묘소를 늘 깨끗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로 경기도에서는 "8월에 벌초하는 사람은 자식으로 안 친다"라는 말도 있다고 하니 조상을 어떻게 모셔야 하는지 가르치는 말씀되겠다.
우리나라는 조상과 하늘에 감사드리는 제사나 풍습이 많은데 다른 나라는 어떨까?
중국 한족의 경우는 특히 우리와 흡사한데 조상을 숭배하는 의식으로 매년 묘를 살피며 소묘(掃墓:묘를 청소함) 때를 정해 제사하고 절하는 전통이 있다. 보통 제일(除日:음력 섣달그믐), 청명절, 중원절(음력 7월 15일), 중구절(음력 9월 9일), 이 4대 명절과 부모 기일에 모여서 제사를 하고 절을 한다.
일본에서 추석과 가장 근접한 명절로는 오봉(お盆, Obon)이 있는데 오봉(お盆)은 매년 양력 8월 15일을 중심으로 치러지며 조상의 영혼을 모시고 대접하며 가족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날이다. 조상의 영혼을 모시는 행위는 불(火)과 등(燈)이 결합되는데 조상들이 길을 잘 찾아올 수 있도록 마중불을 피우고, 집에는 임시 제단을 설치해 예를 올리거나 절을 찾아 공양을 하며, 성묘를 가기도 하며 조상의 영혼이 돌아가실 때 편안히 가시라고 배웅 불을 피운다고 한다.
서양의 경우 미국은 11월 네 번째 목요일 온 가족이 모이는 기독교 절기인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이 있다. 추수감사절은 영국의 Harvest thanksgiving 이라는 행사에서 유래됐다. 9월 또는 10월 추수가 끝난 직후 맞는 첫 주일, 땅에서 곡식을 수확하게 해준 하늘에 감사함을 표하기 위해 축제를 치렀던 것이고 이것이 미국 대륙에 정착한 영국인들에 의해 전래됐고 지금의 추수감사절이 된 것이다.
러시아도 11월 8일 직전 토요일에 '성 드미트리 토요일'(일명 Great and holy saturday)이라는 명절을 보낸다. 우리나라의 추석과 아주 비슷한데 이날 러시아인들은 조상들의 묘소에 들러 성묘를 하고 친척들과 함께 모여 햇곡식으로 빚은 보드카를 마시며, 햇과일로 만든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하고 새들에게 곡식을 던져주는 풍습도 있다고 한다.
프랑스는 매년 11월 1일 투생(Toussaint)이라는 명절을 지내는데 영어로 표현하자면 All Saint day에 해당하는데 굳이 해석하자면 '모든 성인들의 축일'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날 프랑스인들은 고인의 무덤에 헌화하는 풍습이 있어서 묘지가 있는 곳은 꽃다발과 불을 켠 양초들로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한편 구약성서 중 레위기에 제사하는 법이 친절하게 설명이 되어 있어서 중동지역 사람들은 그대로 실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제사의 종류는 크게 다섯 가지(번제, 소제, 화목제, 속죄제 속건제)인데, 그 제사의 형태에 따라 제물이 다르다(수송아지, 수양, 수염소, 비둘기, 누룩 넣지 않은 고운 가루, 처음 익은 곡식 등). 그러나 그 제물에는 가장 처음 얻은 것, 흠 없는 것, 가장 좋은 것이라는 큰 원칙이 정해져 있다. 또한 제사를 지낼 때 반드시 제사장이 경건한 옷차림을 해야 하며 몸을 깨끗이 하고 부정한 것을 멀리하라고 가르친다.
지금까지 추석을 앞두고 차례와 성묘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생각을 해보자는 뜻으로 다른 나라의 풍습을 알아봤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기도를 하거나 제사를 통해 감사의 뜻을 전할 때 기본자세는 목욕재계이며, 제물을 준비할 때는 그해 가장 처음 얻은 것, 흠이 없는 것 중에 가장 좋은 것을 강조한다. 이는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에게 아낌없이 주고 싶은 그 심정이 제물을 통해 표현되는 것이라고 가르쳐주는 것이다. 가정의 형편을 감안해서 정성을 들여 준비한다면 받는 분도 행복해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이번 추석에는 허례허식 없이 진짜 정성이 담기고 사랑이 가득한 추석이 되길 바란다. 또한 차례상 준비를 위해 힘쓴 가족과 뱀, 벌, 무더운 날씨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벌초를 해준 가족, 먼 곳에서 고향까지 안전하게 운전해 준 가족에게 서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귀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 명절은 그런 시간을 가지라고 만들어준 조상님들의 지혜의 산물이니까.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이 기사는 영암군민신문 홈페이지(yanews.net)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yanews.net/article.php?aid=1757989568
프린트 시간 : 2024년 10월 19일 13:3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