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볍씨와 농업경제의 파탄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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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전국 농민들이 상경 투쟁을 하면서 벼를 싣고 서울에 집결하려다 경찰이 일방적으로 가로막아 한남대교 어름에서 하루 종일 경찰과 대치를 한 일이 있었다. 경찰은 벼가 시위용품이기 때문에 집회 장소로 가지고 갈 수 없다는 궁색한 이유를 댔다. 농민들 상경 시위를 각 지역 톨게이트에서부터 막은 것은 불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진즉 났지만 법을 지켜 법을 제대로 집행해야 할 경찰은 시위와 관련해서는 불법을 저지르기 일쑤다. 백남기 농민 사망도 경찰, 공권력이 저지른 살인이다. 벼농사는 우리 민족이 지켜낸 자존심이다. 어느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걸고 쌀시장 개방만은 막겠다'고 큰소리 쳤지만 스스로 쌀시장을 개방했다. 지금 현재는 수입쌀 때문에 더 이상 벼농사를 지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해마다 수입 쿼터가 늘어나는 밥쌀 때문에 벼 수매는 중단되고 벼농사는 위기를 넘어 파탄 국면에 접어들었다. 현재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18%정도이다. 그것도 쌀 자급률이 76%정도 되어서 18%이지 나머지 잡곡 자급률은 미미하다. 정부가 벼 수매를 중단하면 식량 자급률이 10%이하로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다. 오래 전부터 학자들은 식량이 무기가 되면 핵무기보다 무서울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전쟁에서 식량이 떨어지면 패배한다는 건 어린아이도 다 안다. 대기업에게 농사마저 맡겨 기업농이 중심이 되면 농업도 공산품처럼 마음대로 가격을 매겨 쌀 한가마가 세탁기 한 대, 점점 올라 냉장고 한 대, 더 올라 차 한 대 값이 될 수도 있다. 이제 그런 불행한 일이 현실이 되지 않기만을 바라고 빌어야 하는 계륵 같은 벼농사가 되었다. 지금 인류는 종자전쟁 중이다. 종자(씨앗) 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우수한 종자는 로열티가 높다. IMF 때 외국에 넘긴 씨앗 가운데 청양고추 하나만 해도 지난 5년간 로열티를 8천억원이나 지급했다. 그동안 우리가 지불한 로열티는 진즉 매각대금을 넘어섰다. 현재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것이 없다. 모두 국적 세탁이 돼버렸다. 새로 종자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유전자조작으로 만든 유전자변형생물체(GMO)라는 괴물이 태어났다. 수입쌀이 넘쳐 쌀이 남아돌고, 수매도 안 해줘 벼농사가 파탄에 이르렀는데 농촌진흥청은 완주에서 GMO 벼를 시험 재배까지 하고 있다. 정신이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다. 서양 크리스마스를 장식하는 크리스마스트리는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구상나무다. 서양에서 가장 사랑받는 꽃인 튤립은 울릉도가 원산지인 나리다. 미스김 라일락은 북한산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털개회나무이다. 털개회나무는 수수꽃다리라는 예쁜 이름이 따로 있다. 콩도 만주와 우리나라가 원산지다. 인삼 원산지는 우리나라지만 이미 원산지를 주장할 수 없게 됐다. 볍씨는 역사다. 사람 뼈와 더불어 가장 확실한 고고학적인 증거물이다. 씨앗 하나가 몇 천 년 몇 만 년 역사를 증명한다. 우리 주식(主食)은 쌀이다. 대체로 동양은 쌀이 주식이고, 서양은 밀이 주식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벼가 BC17,000년, 밀이 BC12,000년이므로 벼(쌀)문명이 밀문명보다 5,000년 앞선다. 동양 3국 주식이 쌀이라고 말하지만 아니다. 우리와 일본은 주식이 쌀이다. 그러나 지나(차이나)는 주식이 쌀이 아니라 밀(가루)이다. 우리 주식이 밀이 아닌 것은 우리는 밀가루에 들어 있는 글루텐 소화능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소로리 볍씨는 현재 전해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볍씨다. 탄소측정연대가 무려 1만7천년 전이다. 이 볍씨가 발견된 곳이 청주시 옥산면 소로리다. 그래서 '소로리 볍씨'라고 부른다. 소로리는 오창과학단지에 들어있다. 여기에 오창과학단지를 조성하면서 발견, 발굴되었다. 현대 인류 역사가 시작된 곳 즉 시원지(始原地)다. 인류 역사를 바꾼 발견, 발굴임에도 유적지 조성이나 박물관 등 보존 조치가 전혀 없다. 표지석 하나 달랑 세워 놓고 역사적 현장은 보존되지 못한 채 묻혀 있다. 이를 보면 우리는 '문화민족'이라는 말을 쓸 자격이 없다. 세계 4대문명으로 불리는 황하문명이지만 황하 볍씨는 4천년이 조금 넘을 뿐이다. 가와지 볍씨는 일산신도시를 개발하면서 대화동 가와지(지명)에서 발견, 발굴되었다. 탄소측정연대는 5,020년 전이다. 고양시는 학술회의 등을 대대적으로 개최하는 등 활발한 연구와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또 고양시농업기술센터에 '가와지 볍씨 박물관'을 세워 역사의식과 자부심을 심어주고 있다. 우리들 모두에게 자부심과 자존감을 심어준 벼농사는 파탄에 이르렀다. 벼농사가 파탄나면 필연적으로 농촌 경제, 농업 경제는 파탄나기 마련이다. 람사르협약에 의해 습지로 보존되어야 할 논이 사라질 날이 머지않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 모두는 농업, 농촌만큼은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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