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역자(附逆者)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
2016년 12월 09일(금) 14:42 |
시민의 집단지성으로 작성되는 명단에는 공영방송과 종편채널 등 주요 언론도 들어있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았던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의원도 있다. "(박근혜) 이 분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정상적으로 가겠다, 이런 생각으로 대통령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5년 전부터 대화를 나눴다.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후보를 그런 점에서 따라올 수가 없다." 그의 행적에 기록되어 있는 발언이다.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도 박근혜 퀸 메이커다. 새누리당에서는 김무성, 유승민, 나경원 의원이 보인다. 지금은 모두 '비박' 핵심으로 분류되며, 탄핵정국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시인 김지하는 "엄마 육영수를 따라서 너그러운 여성정치가의 길을 가겠다는 (박근혜) 후보에게 믿음이 간다"는 인터뷰 내용이 행적에 담겨있다. 주말마다 광화문 광장과 전국 주요도시 한복판을 가득 메우는 수백만 촛불을 시인은 어떻게 보고 있을지 궁금하다.
'박근혜-최순실 정권 부역자' 명단도 점점 그 숫자가 불어난다. 김기춘, 우병우, 이원종, 안종범 등 청와대 참모들, 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등 '문고리 3인방'과 윤전추 행정관, 황교안, 정홍원, 이완구, 조윤선, 강은희, 김희정 등 전·현직 총리와 장관들, 이정현, 김진태, 김태흠, 민경욱 등 새누리당의 '친박'들이 망라되어 있다. 부역자들 중에는 수백만 촛불 뒤에 한편인양 숨어있는 이도 있고, 막무가내 '모르쇠'로 일신의 영달만 걱정하는 이도 보인다.
세 야당이 박근혜 탄핵안을 발의한 뒤에는 '박근핵닷컴(https://parkgeunhack.com)'이 생겨났다. 시민들이 자신의 지역구 의원에게 직접 탄핵을 청원할 수 있는 사이트다. 거주지역 해당 국회의원 이메일과 연락처를 알 수 있고, 사이트를 통해 간편하게 탄핵 청원을 할 수 있다. 사이트를 통해 접수된 탄핵 요청에 국회의원들은 '예' 또는 '아니오' 버튼을 눌러 탄핵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할 수도 있다. 이곳에서도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앞장섰거나, 국정농단을 초래한 부역자들의 면면이 확인된다.
부역자(附逆者)란 본래 '적의 침공으로 인한 적의 치하에서 적군에게 직·간접으로 도움을 제공해 반역행위를 한 자'를 뜻한다. 역사적으로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때 일제와 북한에 유리한 제반 편의를 제공한 이들이 부역자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식민지정책에 호응한 사람들을 특히 '친일부역자'라 하는데, 이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우리의 역사적 과오로 인한 후유증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아무도 모를 정도로 심각하다.
박 정권 탄생에 기여했거나 국정농단에 관여한 사람들의 명단을 기록하는 작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한 부역자 처단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권력의 타락을 방조하는 것은 다름 아닌 무지와 무기력이다. 부역자 처단은 바로 이 무지와 무기력을 딛고 일어서려는 '깨어있는 시민운동'이다. 독재나 파시즘은 지배집단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권력에 맹종하고 아부하는 순간, 대다수 시민이 무지 또는 무기력에 빠져 침묵하는 순간, 그 사회에는 제2, 제3의 박근혜와 최순실이 나타난다. 정치 스타트업 '와글'이나 '박근핵닷컴'에서 바야흐로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느껴져 힘이 불끈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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