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각지대 해소 앞장 박정희 ㈜왕인식품 대표

“어렵게 시작한 회사…이젠 어려운 이웃 도울 수 있어 감사할 뿐”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16년 12월 16일(금) 14:16
“어렵게 시작했던 회사였던 만큼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습니다. 비록 공장 설립 당시에는 결사 반대하셨지만 군서면 지역민들의 도움도 컸습니다. 김치공장이 무슨 요란한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겠어요? 지금처럼만 소문 내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만 있으면 정말 좋겠어요.”
군서면에 자리한 농업회사법인 ㈜왕인식품의 박정희(63) 대표. 인터뷰를 주선한 박종대 군서면장이 “지역사회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는 소개에 이처럼 해명(?)하려 애썼다.
사실 박 면장 소개대로 박 대표는 요즘 소외된 이웃에 부쩍 신경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1월22일에는 임직원들과 함께 봉사활동에 나서 땀과 정성으로 담근 김장김치 1천200㎏를 영암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 김치는 영암 관내 복지사각지대 저소득층 120여세대에 전해졌다. 박 대표는 최근 군서면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으로도 위촉됐다. 그동안 보이지 않게 봉사해왔는데 박 면장의 권유를 받아들여 복지사각지대를 돌보는 일 뿐만 아니라 군서면에서 개최되는 대소사에 빠짐없이 지원하고 있다.
워낙 편법과 거짓 없이 원칙만 중시하다보니 올해로 17년째 김치공장을 경영하면서도 별 이윤은 남지 않는다. 이윤을 남기려면 김치에 들어가는 양념을 덜 써야 하지만, 이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신 현대삼호중공업과 기아자동차, 삼성에버랜드 등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어 제때 대금정산이 이뤄진다. 이 때문에 모두 49명에 달하는 종업원들에게 꼬박꼬박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것이 박 대표의 가장 큰 자부심이자, 회사의 자랑거리다. 그래서 이젠 회사 밖, 특히 군서면을 비롯한 지역사회로 눈을 돌리게 됐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제5회 김치품평회 우수브랜드 선정
㈜왕인식품의 김치 브랜드 ‘미가’는 지난 11월20일 광주광역시 김치타운에서 개최된 ‘2016 제5회 김치품평회’에서 우수브랜드로 선정됐다. 이 행사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우리 김치의 품질 향상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개최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김치 20㎏을 가져가 농산물품질관리원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염도, 숙성도, 국산 원료사용 여부 등을 검사했고, 소비자들이 직접 맛을 평가했다. 그 결과에 대해 박 대표는 “오로지 김치만을 생산하는 기업인으로서 명실 공히 최고의 맛과 품질을 인정받은 것이어서 무척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이끄는 ㈜왕인식품은 사실 광주·전남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잘 알려진 유망업체다. 2000년5월 군서면 성양저수지 옆에 주민들의 완강한 반대를 설득하고 회사 설립에 나서 이듬해 말 공장을 완공한 뒤 2002년3월 곧바로 일본에 김치 수출을 개시했다. 입맛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시장을 뚫은 박 대표는 이해 12월 ‘영암군 수출 우수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2012년까지 무려 11년 동안 일본 수출을 계속했을 정도로 맛과 품질을 인정받았다. 다름 아닌 광주·전남 김치 생산업체로는 최초로 지난 2008년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지정을 받았고, 2007년에는 정부의 전통식품인증을 획득하는 등 꾸준한 품질관리 노력의 결과이기도 했다.
전국 명성 김치제조전문회사 발 돋음
㈜왕인식품이 이처럼 전국적 명성을 가진 김치제조전문회사로 발 돋음 하게 된 비결은 첫째로, 최근 수질오염 우려가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는 지하수를 폐공하고, 오염의 우려가 없는 수돗물 사용만을 고집하는데 있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norovirus)를 원천차단 함으로써 집단급식 등에 있어 안정성을 확보한 것이다.
㈜왕인식품의 두 번째 품질관리의 비결은 엄선된 원료사용이다. 주재료인 배추는 도포와 시종면, 그리고 해남군에서 생산된 것과 여름에는 강원도에서 직접 공수해온다. 생새우 등 젓갈도 당연히 국산이다. 최근에는 영암군의 대표 특산물인 대봉감을 첨가하고 있다. 지난달 영암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 전달한 김장김치 1천200㎏가 이 방법으로 처음 생산한 김치다. 달큼한 맛이 나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으나 숙성이 빨라질 수도 있다는 단점이 예상됐다.
식약청 HACCP 시스템을 도입해 엄격한 위생관리를 통한 안전하고 청결한 김치를 생산하고 있는 것도 ㈜왕인식품이 김치제조전문회사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비결이다. 박 대표는 “오염 우려가 없는 수돗물을 사용하고 까다롭게 엄선한 재료만을 사용해 엄격한 위생관리를 통한 안전하고 청결한 김치를 생산함으로써 1월에 생산하는 김치나 12월에서 생산하는 김치, 여름에 생산하는 김치가 맛과 품질에서 모두 균일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늘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한다.
연 매출 55억 고용창출효과도 ‘톡톡’
㈜왕인식품이 국내 굴지의 김치생산회사들을 제치고 현대삼호중공업과 기아자동차, 삼성 에버랜드 등 대기업에 김치를 납품할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1년 내내 맛과 품질에서 변함없는 김치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갖춘 덕택이다. 이는 어느 회사나 가능한 일이 아니다. 특히 김치공장으로서는 하루 3톤씩 소비하는 이들 대기업에 김치를 차질 없이 납품하려면 적어도 배추 2∼3개월 치를 미리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왕인식품은 5톤 트럭 40여대분을 늘 저장해놓고 있다. 그래서 연중 맛과 품질이 균일한 김치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군서면 성양리에 자리한 ㈜왕인식품은 대지 1만1천570㎡에 건물 1천650㎡ 규모로 원재료 창고 620㎡, 부재료 창고 200㎡, 숙성실 190㎡ 등을 갖추고 있다. 생산능력은 하루 10톤을 생산할 수 있으며, 종업원은 모두 49명이다. 주5일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요즘 납품물량이 많아 주6일 근무를 하는 중이다. 당연히 잔업수당을 빠뜨리지 않고 있다. 박 대표는 “다른 농공단지 중소기업들은 인력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왕인식품은 49명이 주 5일 근무를 원칙으로 고용되어 있고, 취업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인력도 있다”고 자랑했다.
세 대기업에 납품하는 외에 전남도내 학교급식도 하고 있다. 한때 광주시내 학교급식도 했지만 지역 업체에 우선권을 주는 관행 때문에 끊겼다. 군납도 했었다. 그 인연으로 31향토사단장으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다. 연중 맛과 품질에 변화가 없는 깨끗한 김치를 공급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왕인식품의 김치를 맛본 이들은 한결같이 “시중에서 판매하는 김치와 달리 젓갈 등 속 재료가 많이 들어가 고향집에서 먹었던 그 맛처럼 깊은 맛이 난다”고 말한다. 워낙 원칙을 중시해 김치를 생산하다보니 듣는 평가였지만 군납은 이윤이 너무 적어 힘들었다고 박 대표는 토로했다.
광주 토박이인 박 대표는 앞으로도 김치 생산 외엔 한눈 팔 생각이 없다. ‘작은 꿈’이 있다면 적당한 곳에 해외 수출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공장을 새로 짓는 것이다. 지금은 내수가 100%인 회사지만 수출 100%였던 적도 있었으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언젠가는 중국에서 투자제의가 왔으나 거절했다. 기술만 전수하고 50% 이상 지분을 갖는 조건이었지만 그동안 쌓아온 김치 생산 노하우가 아까울 뿐만 아니라 그런 방법으로는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을 김치를 제대로 생산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전남김치생산자협회 회장으로 어느 누구보다도 우리 김치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김치산업 활성화를 강조하는 박 대표는 “김치 생산은 축적된 기술력과 경험 등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제조기술과 철저한 위생 및 품질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왕인식품이 한국 김치의 자존심을 지키는 김치생산업체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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