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민수(君舟民水)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6년 12월 30일(금) 14:19
지난 2001년부터 매년 말 그 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四字成語)를 선정해온 교수신문이 2016년의 사자성어로 '군주민수(君舟民水)'를 꼽았다. 전국의 교수 611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가장 많은 198명(32.4%)의 교수가 이 성어를 꼽았다는 것이다.
군주민수는 순자(荀子)의 왕제(王制)편에 나오는 말이다. '군자주야 서인자수야(君者舟也 庶人者水也), 수즉재주 수즉복주(水則載舟 水則覆舟), 군이차사위 즉위장언이부지의(君以此思危 則危將焉而不至矣)'. 즉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군주민수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성난 민심이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며 촛불을 밝혀 들었고, 결국 대통령 탄핵안까지 가결된 상황을 빗댄 것이다. 이를 추천한 육영수 중앙대 교수는 "분노한 국민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재확인하며 박근혜 선장이 지휘하는 배를 흔들고 침몰시키려 한다"며, "박근혜 정권의 행로와 결말은 유신정권의 역사적 성격과 한계를 계승하려는 욕심의 필연적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설문에 참여한 또 다른 교수는 "2천500년 전에 이처럼 주권재민의 원리를 이야기한 순자에게 소름 끼치는 경외감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교수신문은 전했다.
올해의 사자성어 2위는 176명(28.8%)의 교수들이 꼽은 '역천자망(逆天者亡)'이다. 맹자(孟子)에 나오는 말로, '천리(天理)를 거스르는 자는 패망하기 마련이다'라는 뜻이다. 이 성어를 추천한 이승환 고려대 교수는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의 헌정농단은 입헌민주주의의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원리를 거스른 일"이라고 밝혔다.
올해의 사자성어 3위도 가슴에 와 닿는다. 교수 113명(18.5%)이 꼽은 '노적성해(露積成海)'다. '작은 이슬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룬다'는 뜻이다. 이를 추천한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작은 이슬방울이 모여 창대한 바다를 이루듯 한국 역사의 큰길을 시민들의 촛불 바다가 장엄하게 밝혔다"고 해석했다.
이밖에도 '빙공영사'(憑公營私 :공공의 것을 빙자해 사적인 이득을 꾀함), '인중승천'(人衆勝天 : 사람이 많으면 하늘도 이길 수 있음), '백사불해'(百思不解 : 백번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양두구육'(羊頭狗肉 : 양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으로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음을 꼬집는 말) 등 20여개의 사자성어가 제시됐다.
한편 취업포털 '사람인'이 구직자자들과 직장인 등 1천259명을 대상으로 '올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를 조사한 결과, 구직자는 '구지부득'(求之不得 : 구하려고 해도 얻지 못함), 직장인은 '구복지루(口腹之累)'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고 한다. 최악의 구직난에 최종 합격은커녕 서류접수에서부터 번번이 광탈당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것이자,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자조 섞인 농담처럼 직장인들에게는 먹고 사는 문제 그자체로 고민해야 했던 한해가 바로 병신년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구직자와 직장인들이 올 한해 대한민국을 가장 잘 드러낸 사자성어로는 '혼용무도(昏庸無道)'를 꼽았다. 나라 상황이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는 뜻으로, '혼용(昏庸)'과 '무도(無道)'의 합성어다. 혼용은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함께 일컫는 말이며, 무도는 논어(論語)의 '천하무도'(天下無道,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행해지지 않음)에서 온 말이다. 다름 아닌 교수신문이 2015년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채택했던 말이기도 하다. 교수신문은 바야흐로 2015년 혼용무도의 시대가 2016년 군주민수, 역천자망의 필연적인 결과로 이어졌음을 말하고 있음이다. 그렇다면 2017년 새해는 명실공히 주권재민의 시대로, 젊은이들은 절망하지 않고, 직장인들은 모두가 활짝 웃는 해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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