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혼밥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
2017년 01월 06일(금) 15:54 |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한 끼 식사를 같이 때운다는 것 이상의 상호관계를 의미한다. 함께 밥을 먹음으로서 서로 간에 정이 두터워지고 사람과 사람이 연결이 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기회의 장이 된다. 그래서 밥을 함께 먹는 일은 사람에게 있어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특히 사람을 상대로 하는 정치인들에게 있어서 식사는 개인적 휴식이 아니라 업무의 연장이다. 정치인이 밥을 함께 먹는 것은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가 되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여론을 수렴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또 껄끄러운 상대를 식사에 초대하여 포용하고 설득하는 모습을 보이는 정치적 제스처로 활용되기도 한다.
최근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하여 대통령에게 쏟아지는 온갖 이야기 중 눈길을 끄는 것은 대통령의 혼밥이다. 한 전직 대통령 수석비서관에 의하면 "박 대통령은 낯선 사람과 밥을 먹으면 소화가 안 되는 체질이다"고 말했고, 오랫동안 박 대통령의 조리사로 일했던 한모씨는 "대통령은 평소에도 TV를 보면서 혼자 식사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해외 순방 때도 일정이 없으면 호텔에서 혼자 식사를 했다"고 증언했다. 최순실이 청와대에 들어와 이른바 문고리 3인방에게 지시를 내리고 식사를 할 때도 박 대통령은 홀로 TV를 보며 식사를 했다고 한다.
혼자서 밥을 먹는다는 것은 편할 때도 있을 것이다. 격식을 차리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메뉴만 골라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밥문화가 늘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나라의 지도자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통령은 공식적으로는 수시로 장관, 수석비서관 등과 대면해서 국정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사적으로는 때때로 식사를 같이 하면서 격의 없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통해 국정현안의 흐름과 문제점을 파악함으로서 국정운영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을 청와대로 초청하여 곰탕이라도 한 그릇 같이 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들을 줄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시장 국밥집에도 불쑥 찾아가 서민들과 국밥 한 그릇 같이 말아먹으면서 그들의 고단한 삶의 이야기도 들어 보는 소통하는 국정을 펼쳐야 함에도 혼자서 밥을 먹고 가장 소통을 해야 할 장관들과의 대면마저도 기피 했다고 하니 기가 차서 할 말이 없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그러나 대통령의 책임만은 아니다.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 애초에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뽑았어야 할 일이다. 대통령의 딸이라는 이미지, 자기지역 출신이라는 지역주의의 포로가 되어 투표를 했고, 정치인들은 애당초 능력과 자질이 없는 사람인줄 알면서도 대중적 지지도가 높아 당선가능성이 높은 것을 보고 한자리 해보겠다고 무식하게 충성을 보인 결과가 오늘날 이러한 재앙을 초래했다고 본다.
이제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 결정이 나면 곧바로 대선정국으로 들어간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이번에는 감성이 아닌 이성으로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하고 지긋지긋한 지역주의를 벗어나 진정으로 이 나라를 잘 이끌어 갈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를 기회로 극복한 국민으로 기억될 것이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