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暗殺)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7년 02월 27일(월) 17:10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정치지도자의 ‘자질’ 가운데 하나로까지 표현했던 암살(暗殺)은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을 정치적 ·사상적 이유 때문에 비합법적으로 몰래 살해하는 행위’를 뜻한다. 개인적인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조직이나 권력자와 관련되는 경우가 많아 쿠데타(coup)나 궁정혁명(宮廷革命)과도 무관치 않은 개념이다.
암살을 뜻하는 영어 ‘assassination’이나 프랑스어 ‘assassina’는 아랍어 하시신(hashishin)에서 유래했다 한다. 하시신은 '대마초를 피우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암살교단이다. 이 교단의 암살자들이 대마초와 같은 일종의 환각제를 복용하고 암살에 나섰다고 해서 유래했다고 전한다. 11세기부터 13세기까지 시리아, 이란, 이라크 등지에서 활동하면서 엄격한 규율과 훈련을 통해 종파상의 적대자와 정적을 암살하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암살은 마키아벨리가 살았던 시대보다 훨씬 전인 고대부터 행해졌다.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중세에 이르기까지 지배자 암살은 간접적으로 정당화됐고, 중세 가톨릭교회나 칼뱅주의자들까지도 교의를 지지하지 않는 지배자를 폭군으로 간주하며, 종교적 제재로서의 지배자 암살과 죄악으로서의 살인을 구분했다.
암살은 보통 권력투쟁의 수단이지만 요즘은 이런 직접적 효과보다는 테러리즘에 의한 심리적 효과를 노린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정치적 영향력도 커 암살이 세계대전을 촉발하는 계기가 된 적도 있다. 1914년 6월 28일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가 사라예보에서 두 명의 세르비아 청년에게 암살되자, 오스트리아 정부는 즉각 세르비아에 최후통첩을 보내고, 7월 28일 선전포고를 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시작이다.
지구상 가장 큰 반향을 일으켰던 암살은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사건이다. 1963년 11월 22일 케네디는 유세지인 텍사스 주(州) 댈러스에서 자동차 퍼레이드 중 저격범의 총탄에 암살된다. 사건발생 2시간 후 용의자 오즈월드가 체포되지만 그 역시 FBI 정보원인 루비에게 사살됨으로써 사건의 진상은 아직까지도 베일에 가려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암살은 권력투쟁의 한 수단으로 자행됐다. 1949년 김구 선생이 안두희의 총탄에 맞아 서거했다. 1979년 박정희가 시해된 10·26사태도 암살사건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살해돼 파장이 일고 있다. 김정남은 2월 13일 오전 9시 마카오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8시부터 줄을 서 있다가 참변을 당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밝히지 않아 증거가 없는 상황이지만 북한의 소행을 제외하고는 달리 추론할 근거도 없다는 점에서 김정은의 공포통치에 새삼 전율이 느껴진다.
설상가상 일부 정치세력들 ‘이때다’ 싶었는지 이번 사건을 안보 불안 심리와 연계하려 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당연시하는가 하면,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국민 전체를 보호하기 위해서 사드를 (1기에서) 3기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뜬금없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사드 반대 입장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공격하고 나섰다. 도대체 사드와 김정남 피살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확인된 사실 외에는 일절 발표하지 않기로 한 모양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온갖 첩보 소설이 난무하고 안보에 큰 구멍이라도 뚫린 양 온통 어수선하다. 정말 이상한 보수들이 사는 답답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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