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일곱 자매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7년 03월 03일(금) 13:18
지구와 비슷한 크기의 행성 7개가 발견됐다. 이들은 태양처럼 붉은 빛을 발하는 모체 항성(parent star)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다. 벨기에, 미국, 영국, 스위스, 사우디아라비아 등 각국 연구자들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팀이 과학전문지 '네이처' 2월23일자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해 천문학계가 술렁이고 있다.
‘트라피스트(TRAPPIST)-1’로 명명된 이 항성은 지구에서 39광년(1광년은 약 9조4670억㎞) 떨어진 물병자리(Aquarius) 인근에서 찾아냈다. 트라피스트-1 주위를 공전하는 외계 행성 7개는 모두 지구와 크기가 비슷하다. 중심에 있는 별과 가까운 순서대로 이름에 소문자 알파벳을 b부터 붙여 부르는데, 트라피스트-1 왜성을 중심으로 b, c, d, e, f, g, h 행성의 반지름은 지구의 0.76~1.13배, 질량도 0.41~1.38배다.
연구진은 행성들의 표면온도가 섭씨 0~100 안팎이기 때문에 액체상태의 물과 생명체가 있을 것으로도 추정했다. 특히 5번째 행성인 트라피스트-1f는 크기가 지구의 1.04배로 가장 비슷하다. 지구보다는 조금 춥지만 물 등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을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7개 행성 가운데 중심에 있는 별에서 가까운 6개는 지구처럼 암석으로 이뤄져 있고,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온도(섭씨 0∼100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는 지구형 행성에는 당연히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논문의 대표저자인 벨기에 리에주대학 우주과학기술천체물리학연구소 미카엘 질롱 교수는 "행성의 숫자가 많을 뿐 아니라 놀랍게도 모두 지구와 비슷한 크기를 가진 굉장한 행성계"라면서, "7개의 별의 기온이 온난해 보인다. 표면에 물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생명체도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그동안 NASA의 스피처 우주망원경을 사용해 지난 2015년 이 행성계를 처음 발견했다. 지난해 5월에는 네이처에 트라피스트(TRAPPIST)-1로 불리는 조그만 왜성(dwarf star) 주변에서 지구형 행성 3개를 발견했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이번 논문은 그 후속 연구 결과다. 특히 연구팀은 내년에 선보이게 될 제임스 웨브 우주망원경을 이용하면 행성들의 대기 성분과 열복사를 관측해 지구형 행성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호 네이처에 ‘지구의 일곱 자매들’이라는 제목의 해설을 실은 네덜란드 라이덴 천문대 이그나스 스넬렌 박사는 “목성의 위성 유로파는 목성의 인력 때문에 내부 마찰열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지하의 얼음이 녹아 바다를 이루고 있다. 트라피스트-1 행성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이것은 정말로 새로운 발견이다. 그들이 몇 년 전 이 연구를 시작했을 때 나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내가 정말 잘못 생각한 것 같다”고 연구결과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특히 “지구의 일곱 자매들 중에 생명이 존재할 것인가. 한 마디로 우리는 모른다”면서도, 작은 왜성인 트라피스트-1의 수소 소모 속도가 매우 느린 만큼 수명이 10조년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는 현재 우주가 존재해 온 시간보다 700배 이상 길어 생명이 진화하기에 충분히 긴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코페르니쿠스는 이미 14세기에 지동설(地動說)을 제창했다. 그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더구나 ‘지구는 특별하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인류의 ‘인식의 패러다임’을 바꾼 코페르니쿠스의 영향을 받은 천문학자들은 은하계에 태양 같은 항성이 무수히 많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그 주위를 도는 행성계도 무수히 많아 외계 생명체가 충분히 존재할 것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이제 바야흐로 그 믿음이 조만간 현실로 확인될 모양이다. 지구의 자매들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지구상 어느 누구도 살아생전 그 곳에 가보기는 불가능한 일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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