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무화과' 神話 일군 故 박부길 선생

'무화과 용기재배법' 개발 변만호 연구관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7년 04월 07일(금) 10:16
'전남 농업을 빛낸 사람들'에 영암 무화과 '어제' '오늘' 일군 2人 수록
이낙연 전남도지사, 인물선 수록 70인에 공로패와 스토리북 전달식 가져
전남도는 지난 3월31일 도청 왕인실에서 '전남농업을 빛낸 사람들' 스토리 북 발간을 기념해 '인물선'에 수록된 70명의 명예와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공로패와 책자 전달식을 가졌다.
'전남농업을 빛낸 사람들'(1945∼2015)은 광복 이후 어려운 여건에서도 창의적인 사고, 불굴의 의지로 전남 농업 발전에 기여한 농업인들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농업 및 지역사회 기여도, 신기술 개발 또는 새로운 시도 등의 선정 기준에 따라 전·현직 농정국장과 외부 전문가, 집필진이 참여하는 선정위원회를 통해 철저한 검증과 논의과정 등 엄정한 심사를 거쳐 선정됐다.
특히 영암 출신으로는 '영암 무화과'의 신화(神話)를 만든 주인공인 故 박부길 삼호농협 초대 조합장과 영암 무화과의 이미지를 '겨울에도 좋은 과일'로 바꾼 전남농업기술원 변만호 연구관(공로연수중)이 포함됐다. 영암군의 산업지도를 바꾼 무화과의 '어제'와 '오늘'을 일군 두 주인공이 나란히 선정된 것이다.
'영암 무화과' 신화를 일군 선각자로 소개된 故 박부길(1941∼1973) 선생은 1964년 서울대 농대를 졸업한 뒤 농업에 투신해 1969년 '전남 새 농민상'을 수상할 정도로 농업에 열정적이었다.
삼호농협 초대 조합장에 취임한 뒤 외국에서 새로 발견한 무화과 품종인 '마쓰이도우핀'이 삼호지역 환경에 적절하면서도 경제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이를 처음 재배하기 시작한 인물이기도 했다.
당시 우리 땅에서 볼 수 있었던 무화과는 작고 당도가 낮은데다 맛이 떫어 일반적인 과일로 활용되지 못하던 때였다. 더구나 영산강과 영암호에 둘러싸인 삼호지역은 당시 만해도 뚜렷한 특산물도 없었다.
반면 박 조합장에 의해 보급되기 시작한 무화과는 가지만 꺾어 꽂으면 금방 뿌리가 나는데다 병충해에도 강해 유리한 점이 많았다. 터키를 비롯한 지중해지역이 원산지인 아열대식물 무화과는 지중해지역과 기후가 비슷한 삼호지역에서 특히 잘 자랐다. 노지에서 농약도 하지 않는 작물이었으니 효자작물이기도 했다. 당시에는 다른 곳에서 따라 심어도 제대로 크지 않았다는 기록도 있다. 하지만 삼호지역에서 생산된 무화과는 부러움을 넘어 질시의 대상이 될 정도로 잘 팔렸다. 故 박부길 선생 한 사람의 열정이 고향의 산업과 풍경을 바꿔놓은 것이다.
그러나 故 박부길 선생은 그토록 정성들였던 무화과 첫 수확을 앞두고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 해 부인 최금자씨는 '전국 새 농민 대상'을 받았다. 이듬해 삼호농협은 그를 추모하는 비석을 세웠다. 그의 유시가 적힌 비석에는 '어느 산 비탈길에서/ 무거운 지게 짐에 눌려 쓰러진다 해도 / 이 길이 조국과 농민과 영광에의 길이기에 / 나는 이 길을 택하노라'고 쓰여 있다.
'겨울에도 과일이 좋은 풍성한 전남을 만든 사람'으로 소개된 전남농업기술원 변만호 연구관은 '겨울에도 좋은 과일'을 늘 궁리해온 끝에, 지난 2000년 적절한 원예용 상토가 든 상자에 무화과를 심고 특별한 배양액으로 영양을 공급하면서 하우스의 온도를 맞춰주는 매뉴얼을 개발했다.
5년여의 시간이 걸려 개발된 이 '무화과 용기재배법'으로 초봄에 생산된 무화과는 초가을에 생산된 것보다 10배 가격에 판매됐다. 더 부드럽고 당도도 높았다. 동해(凍害)에 유달리 약한 무화과의 이미지를 '겨울의 과일'로 바꿔놓은 것이다. 연료비 부담이 있기는 하나 1년에 두 번 수확하는 2기작 재배도 가능해졌다.
변 연구관이 개발한 '무화과 용기재배법'은 수확시기를 조절하는 이로움 뿐 아니라 밀식(密植)으로 인한 단위면적당 수확량 증가도 주목할 만 했다. 이로 인해 무화과는 한 해에 삽목(揷木)부터 수확까지 가능한 작목이 됐다. 육묘(育苗)기간이 30일 가량 짧아졌기 때문이다. 아열대 과일이어서 땅 온도를 섭씨 13도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관건인데, 용기재배법은 이를 해결하기 좋은 방법이었다. 섭씨 16도인 지하수를 끌어올리거나, 전열(電熱)온상 등으로 하우스의 온도를 맞추면 되기 때문이다.
변 연구관이 개발한 '무화과 용기재배법' 매뉴얼은 현재 특허등록되어 영암 삼호읍 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의 농가에서 활용되고 있다. 또 몇 해 전부터는 무화과 용기재배법에 필요한 배양액을 만들기 위한 연구도 시작, 3년 연구와 시험 끝에 '과실 상자재배용 양액조성물 개발'이라는 제목으로 2014년 특허등록을 할 수 있었다.
변 연구관의 노력은 불과 반세기 전만해도 우리에게 생소했던 무화과를 생활속의 과일로 만들었다. 그 성과는 인류가 당면한 큰 문제인 기후변화의 영향을 이겨내기위한 노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변 연구관은 다름 아닌 기후변화 즉 지구온난화에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전남농업의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것이다.
변 연구관은 "피할 수 없는 것이 온난화 또는 기후변화라면 이를 역으로 기회로 삼으면 된다"고 늘 강조했다.
한편 이낙연 전남도지사는 이날 전달식에서 "전남농업을 빛낸 사람들에 선정된 한 분 한 분이 걸어온 길이 전남을 넘어 대한민국 농업의 역사가 됐다"며 "남들이 하지 않은 일을 하고, 남들과 다른 방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수많은 실패도 했겠지만 결국 한국농업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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