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7년 05월 19일(금) 13:55

어느 길에 있었는지 잊고
반쯤 무너진 어깨와 덜렁거리는 다리 한 쪽으로 서 있다

한생이 일 년인 꽃들은 피어서 지면 다시 꽃이 되는데
칠십 평생을 수선하는데 다섯 시간 걸려도 꽃이 아니다

낭창하게 휘어진 허리가 뭉텅 거리며
잘리는 소리가 나고
입을 봉인한 식은땀이 상처를 받아 안는다

뻑뻑한 혈관 사이로 화사한 꽃이 진다

시간을 습작한 오후가 깨어지고
생사를 오고간 꽃 한 송이 숙면을 취한다

임영자
2016년 '시와 사람'으로 등단
솔문학 사무국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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