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검증시대, 도덕성 갖춘 능력자가 간절하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
2017년 06월 09일(금) 13:57 |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전 정권 타도의 기치로 '5대 비리 관련자 인사 배제' 원칙을 주장하면서 야당에게 공세를 위한 멍석을 제대로 펼쳐주고 말았다.
사실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정권만큼 인사청문회 잣대가 고무줄처럼 늘어나 도덕적으로 자격 미달에 해당하는 분들까지 인사청문회에 등장한 적이 없었다. 후보 한 명 한 명이 자체적으로 비리 복마전에 가까웠는데도 일부는 임명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상당수가 임명 전 자진 사퇴할 만 해서 사퇴했고, 리더로서 동력을 잃어 사임할 만 해서 사임하는 등 줄낙마가 당연하게 이어졌다. 당시 야당도 정권이 일을 하게 해주려고 억지로 봐주고 봐줘서 위장전입은 애교수준으로 이해해주고 임명을 했으나 정권 교체의 큰 흐름은 거스르지 못했다.
이제 판이 뒤집혔고, 수세의 입장이었던 측이 이제 반격할 차례가 되었다. ‘내가 하면 로맨스가 되고 남이 하면 불륜’이 되는 소위 ‘내로남불’이론을 등에 업고 본격적으로 검증의 잣대를 대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이 국민들의 80%에 가까운 지지를 받고 있을 때 창의적인 정책 입안과 추진이 가능할 텐데, 갑작스런 정권교체가 원인이겠지만 허니문 기간도 없이 개혁 질주에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인사 검증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보통 ‘나랏일 하는데 능력이 먼저냐 도덕성이 먼저냐?’는 질문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는 질문과 함께 답변하기 참 곤란하다. 능력 있는 사람이 도덕적이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능력 있다’는 말은 보통 재테크를 잘하는 사람을 지칭하는데, 재테크를 잘한다는 것은 그만큼 세금을 잘 피했다거나 부정하게 돈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물론 이 말이 일반화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하더라도 그러지 않고 공직자가 돈을 많이 모을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사실 고위직에 오르면 나무는 가만히 있으려 해도 바람이 가만 두지 않는 것처럼 주변에서 수많은 유혹이 있을 것인데 이 또한 거절하기 어렵다. 오죽했으면 김영란 법을 공무원이 청탁을 거절하기 쉽도록 만든 법이라고 했을까.
청백리로 이름난 사람을 손꼽으려 해도 많지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 청백리인 황희 정승은 1363년(공민왕 12)에 태어나 별세하신 1452년(문종 2)까지 조선 전기의 명재상으로도 이름을 날렸다. 그는 공직에 있으면서 북쪽의 야인과 남쪽의 왜구에 대한 방비를 강화하는 국방문제에 큰 관심을 기울였고, 원나라의 영향이 컸던 고려의 예법을 새로이 조선의 현실에 맞게 개정, 보완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세종대왕의 치세와 발을 맞춰 농업기술 개량과 보급 등에 큰 업적을 남겼다. 또 의견의 첨예한 대립으로 갈라선 관리들을 잘 인도하여 국정을 바로 세우는 기둥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그야말로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의 모범을 제시한 인물이다. 그런 그 조차도 요즘의 현미경 검증에는 걸릴 수밖에 없다는데….
당시 권력의 정점에 있던 황희 정승은 임기 중에 수차례 뇌물수수와 관직알선 등 의혹을 받았고, 그의 사위인 서달은 ‘정승의 사위인 자신을 몰라봤다’는 이유로 지방 관아의 아전을 때려죽인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황희는 가용 자산(?)인 고위층을 총동원해 축소·은폐한 의혹을 받았고, 결국 파직 처분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종대왕은 그를 다시 기용했는데 이는 황희의 탁월한 능력과 정치력을 높이사 그 정도의 흠결은 눈감아 줬던 것으로 역사가들이 평가하고 있다.
현대에서 이와 비슷한 청백리를 찾고 보면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이가 고건 전 총리이다. 그는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를 두 번, 장관을 세 번, 서울시장도 두 번, 그 외 국회의원, 도지사, 대학 총장을 두루 거쳤다. 그런 그의 이름이 빛나는 것은 그가 단 한 번도 부패 추문에 시달린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의 뒤에는 늘 청렴을 강조하며 실천하도록 교육시킨 부친이 있었지만 부친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여 청렴하게 공직을 마친 고 전 총리 본인의 부단한 인내와 노력이 있었음은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청사에 고결한 이름을 남긴다는 것이 이렇게 어렵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욕구가 있고 그 욕구해결을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욕구가 충족되면 또 다른 욕구를 찾아 헤매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욕구의 정점이 마약이라는데, 달콤한 마약같은 유혹을 뿌리치고 부디 좁지만 영광스러운 길, 힘들고 외로운 길을 힘차게 걸어가 줄 능력있고 도덕적인 공직자가 더욱 많이 양산되고 그 기운을 국민이 고스란히 받아 전 국민의 시민의식이 한 단계 성장하는 날이 어서 오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인사청문회가 빠른 시일 안에 마무리되어 새 정부가 국민의 입맛에 맞는 개혁의 페달을 힘차게 돌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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