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항만 크레인 부활하나?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
2017년 08월 11일(금) 11:55 |
BPA 국내발주 내부 결정에 최고 기술력 현대삼호중공업 큰 관심
국산 항만 크레인 업계는 한 때 세계시장을 석권했었다.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 각국 항만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남미와 아프리카 시장까지 장악했다고 한다. 이처럼 호황을 누리던 업계가 사업 포기 또는 중단, 업종 변경 등을 결심한 것은 중국 업체들의 저가경쟁 때문이었다. 10년 전 국산과 중국산과의 가격 차이는 무려 30%에 달할 정도였으니, 국내 업체들이 존립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던 국산 항만 크레인이 최근 부활의 움직임을 보인 것은 부산항만공사(BPA)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조선업체를 돕기 위해 새로 개장할 부산 신항 서컨테이너부두와 민자부두에 국산 하역장비를 도입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면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처음 문을 연 부산 신항의 하역장비는 대부분 중국산으로 알려져 있다. 운영사들이 저가를 이유로 국내 기업 제품을 외면하고 중국 제품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항 5개 터미널에 설치된 컨테이너 크레인 67대는 모두 중국 업체가 만든 것이고, 트랜스퍼 크레인 218대도 대다수 중국 제품이라고 한다.
부산 신항 1-1단계 개장을 앞둔 2005년 11월 이후 운영사들이 도입한 컨테이너 크레인의 가격은 최고 100억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트랜스퍼 크레인 등 다른 하역장비들까지 포함하면 1조원대의 돈이 외국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부산 신항 개장 당시만 해도 현대중공업, 한진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업체들이 컨테이너 크레인, 트랜스퍼 크레인 등 장비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었으나, 싼 가격을 앞세운 중국 제품이 들어오자 이들 국내 업체들은 생산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국산과 중국산 크레인의 가격 차이가 거의 없어졌다. 신항 개장 초기 중국산이 국산보다 30% 이상 쌌지만 현재는 비슷하거나 가격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구나 국내 업체들은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기술력이 중국 업체에 앞선다.
뿐만 아니라 항만 크레인은 한번 설치하면 길게는 20년 넘게 쓰기 때문에 고장이 났을 때 수리의 신속성과 부품가격 등을 고려하면 국산이 훨씬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한편 BPA가 국산 하역장비 도입 계획을 정함에 따라 항만 하역장비 생산 능력을 갖춘 국내 업체들이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사실상 국내 유일의 항만 크레인 업체인 현대삼호중공업으로, 최근 광양과 말레이시아 등지에 크레인 등 하역장비를 납품하며 기술력을 축척해온 터라 조직과 설비를 재정비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크레인 생산을 한동안 중단했던 한진중공업도 원천기술 복원과 설비 점검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산 신항 크레인 공사를 계기로 한때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국산 항만 크레인 업계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지, 이를 통해 조선업 회생의 기폭제로 삼게 될 될지 주목된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