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보 형제봉사건' 항일독립운동 재평가돼야 이승범 기자 stonetigs@hanmail.net |
2017년 11월 17일(금) 11:25 |
전남도의회 경제복지포럼(대표 우승희 전남도의원)은 지난 11월 13일 덕진면사무소에서 100여명의 주민과 유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남 항일독립운동 재조명과 선양사업 추진방안 마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영보 형제봉사건의 후손인 최윤호 유족대표의 '영보농민독립운동과 후손의 삶' 사례발표와 전남대 학생독립운동연구소 김홍길 연구실장의 '영보사례로 본 전남지역 항일독립운동'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토론자로는 전남서부보훈지청 보훈과 이승희 과장,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 김순흥 지부장, 전남도청 사회복지과 나윤수 과장이 참석했다.
김홍길 연구실장은 '1930년대 영암지방 적색항일운동의 재조명'이라는 주제발표문에서 "1930년대 이후 영암지역을 중심으로 한 전남지방 항일운동의 특징 중 하나는 광주학생운동 참여세대가 각종 사회운동에 지속적으로 출현했다는 점에서 영암지역 사회운동이 이 시기 항일운동에 미치는 영향이 막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교수는 이번 발표를 준비하면서 처음 확인된 것은 1919년 3·1 만세운동에 뿌리를 둔 영암의 항일운동 세력인 해방운동영암중앙부가 1930년대 와해된 조직을 복구하기 위해 ▲신간회 지부 복구와 영암농민조합 결성 ▲전남노농협의회 결성 ▲전남운동협의회 3갈래 방향으로 활동했다고 주장했다.
1933년부터 1934년 사이 전남운동협의회 참가자, 광주학생운동 투옥자, 해방 후 건준 영암지회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신간회 영암지회, 광주학생운동, 영보만세운동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이들이 1931년부터 1932년에 영암지역 농민운동 통합차원에서 영암공산주의자협의회를 결성했고, 그 당시 지주들의 소작권 강제이동 등의 문제와 결부되어 영보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났다고 했다.
김 교수는 "영보정 만세운동이 사회주의를 일제에 맞서기 위한 수단으로 받아들인 것이지 지금 알고 있는 사상적 목적이 아니었다"며, "1930년대 영암에서 일어난 최대 규모의 농민운동으로서 영암지역 전체 독립운동 차원에서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지금 영보만세운동을 재평가하지 않으면 앞으로 못할 수도 있다"며 재조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특히 "유족회 결성 및 기념사업회 추진, 관련자료 수집, 지역사회 및 후학들에 대한 교육활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사례발표를 한 최윤호 유족대표는 "20여년전 독립유공자 신청을 국가보훈처에 신청했으나, 항일만세운동이 공산주의 민중봉기로 비하된데다 당시 심사위원들이 대부분 편향적이어서 인정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주동자는 5년에서 1년 징역형, 70원에서 20원의 벌금의 중형을 받았지만 서훈에서 제외됐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또 "선친들은 나라를 위해 훌륭한 공을 세웠으나 후손들이 못나서 죄송할 따름이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진실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남서부보훈처 이승희 보훈과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보훈처가 장관급으로 격상된 만큼 소외된 독립운동을 찾아내고 유공자를 확대해 국민통합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독립유공자 후손 찾기가 추진되는 등 지역민과 미래세대가 함께하는 보훈활동을 추진해 나가고, 전남 차원의 항일독립운동 선양을 위한 조례제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족문제연구소 김순흥 광주지부장은 "단일사건으로 68명이 실형을 받은 영보만세운동은 3·1운동에 버금가는 역사적 사건"이라며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또 "독립운동과 사회주의가 결부되었다고 해서 독립유공자에서 모두 탈락시키는 건 문제"라며 "독립운동은 있는 사실 그대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석자 자유토론에서 유인학 전 국회의원은 "형제봉 만세운동을 영보로 국한하지 말고 영암의 독립운동으로 평가하고, 지역에서 역사적 기념 활동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복전 회장은 "영암의 독립운동사는 공부할수록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 전 군민적 토론 기회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최경천 전 아나운서는 "영보풍향제의 기원이 영보형제봉 만세사건인 만큼, 내년 40주년 행사는 영보의 정신을 살리고 혼을 불어넣는 행사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유족들이 서로 연락하고 역사바로알기 활동도 추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청회를 주관한 우승희 전남도의원은 "청산되지 못한 역사 때문에 독립운동가와 후손들이 수십 년 간 겪어야했던 억울함은 말로 다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왜곡 축소되었던 영보 형제봉사건에 대한 재평가와 독립유공자 인정 재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이어 "문재인 정부의 보훈정책 방향에 따라 항일운동으로 재조명되는 첫 사례가 영암이 되길 바라며, 영암 및 전남지역 항일독립운동의 맥락에서 이해하고 역사문화적 자산으로 활용하기 위한 지원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사라져야 한다. 독립운동가 자손들 한 분이라도 더 찾겠다. 독립운동을 기억할 수 있는 유적지는 모두 찾아내겠다. 잊혀진 독립운동가를 끝까지 발굴하고, 유적지를 보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승범 기자 stonetig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