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아니면 돼' 현상, 이제는 그만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7년 11월 17일(금) 14:34
우리나라 TV프로그램들이 시청률의 노예가 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성을 잃고 극한으로 치닫는 것 같아 한숨만 나온다.
드라마는 불륜과 패륜이 교차하는 막장 스토리가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예능 프로그램은 순위를 정해서 1등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도태되는 시스템이 가득하다.
3초안에 웃기지 못하면 채널이 돌아가는 사태를 막기 위해 방송사도 무한 경쟁을 하며 애를 쓰는 것은 알고 있지만 현대 사회가 포함하고 있는 각종 사회현상이 프로그램 속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여러 가지 사회현상이 있지만 그 중에서 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MC를 맡았던 강호동이 했던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말처럼 오랫동안 그리고 가슴 깊이 새겨진 문장은 없었다. 그가 지금은 1박2일에서 하차해서 없지만 다른 프로그램에서 또다시 '나만 아니면 돼!'를 외치고 있어 우려의 눈길이 간다.
'예능을 예능으로만 보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냥 예능으로 보기에는 그의 발언이 끼칠 사회적 영향력을 생각하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독서량이 적고 TV나 핸드폰을 통해 지식을 얻는 학생들이 영향을 더욱 많이 받게 되는데 TV 프로그램에서 전달되는 자극적 언어와 지식이 머릿속에 강력하게 자리잡아 새롭고 건전한 지식은 들어갈 자리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각종 사회현상을 주도하는 TV라는 매체의 위력은 그 상상을 불허한다. 한 때 '이경규가 간다'라는 프로그램에서는 누가 지켜보지 않더라도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사람이 나타나면 '양심 냉장고'를 제공하고 인터뷰를 해서 화제를 일으킨 적이 있었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이 진행되던 기간에 교통법규 준수율이 높아졌다는 통계가 나왔을 정도이니 프로그램 하나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 남음이다.
다시 돌아와서, 강호동이 외친 '나만 아니면 돼!'가 왜 문제인지 짚어본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말 속에는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님비 현상'과 '방관자 효과'가 포함돼 있다. 님비(NIMBY) 현상은 'Not in my backyard (내 뒷마당에서는 안 된다)'를 줄인 말인데, 위험시설이나 혐오시설 등이 자신들의 주거 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말한다. 사실 님비 현상도 좋은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입장에서 더욱 위험한 것은 '방관자 효과'이다.
방관자효과(bystander effect, 傍觀者效果)는 구경꾼효과라고도 하는데, 주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 경우 옆에서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방관자 효과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경우는 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지 않아 대형 사고나 사건으로 이어졌을 때 발생한다.
올해 7월 광주 대로변에서 한 여성이 남성에게 30여 분간 폭행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른바 '데이트 폭력'이라고 하는데, 남성은 여성을 쫓아가며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을 했다. 결국 여성은 전치 7주에 달하는 상처를 입었다. 여성이 폭행당하던 그 순간 이를 지켜보던 사람은 수십 명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 중에서 그녀를 보호하거나, 남자를 제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전형적인 방관자 효과의 모습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나라에 없는 '우리'라는 문화, 공동체적 인간관계로 5천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어머니를 말 할 때는 '우리 엄마', 집을 말 할 때도 '우리 집', 나라를 말 할 때도 '우리나라'라고 말 하는 것이 우리 민족인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라는 관계가 점점 약해져 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고, 서로 관계를 맺으며 돕고 살아야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데 점점 극단적 개인주의 또는 극단적 이기주의적 행동 양식이 나타나고 있다. 누구 한 사람이 나서서 교육을 한다고 하더라도 개선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 이유에서 공동체적 인간관계의 회복을 위해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말 대신 "같이 하자"라는 이타적 행동과 의식을 담은 계몽적 프로그램이 개발되길 바라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개인의 욕심이 아니라 시대적 요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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