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예산 확보의 虛와 實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7년 12월 08일(금) 15:06
지방자치가 시행된지 벌써 2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지방자치가 되기위해서는 자치입법권, 자주재정권, 자치조직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자치단체 스스로 지역실정에 맞는 규범을 제정하고 재원을 마련하고 자치단체의 행정기구나 정원, 사무분담을 자주적으로 정할 수 있는 기능을 말한다. 이중에서도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은 자주재정권이다, 자치단체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재원을 중앙정부의 간섭 없이 자주적으로 마련하고 이를 자율적 의사와 판단으로 결정하여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현행 우리나라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8:2다 국민이 내는 세금중 국가가 거두어 들이는 세금은 80%에 이르고 자치단체가 거두어 들이는 세금은 고작 20%에 불과하다. 재정자립도는 자치단체의 전체 재원중에서 자치단체가 거두어 들이는 자주재원(지방세+세외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는데 대부분의 자치단체 재정자립도가 극히 낮아 일부자치단체에서는 자체재원으로는 공무원 월급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영암군만 보더라도 재정자립도가 14.78%에 불과하다. 즉 말해서 현재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중앙정부의 재정지원 없이는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절름발이 지방자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자치단체마다 국가예산을 한푼이라도 더 얻어오기 위해 정부예산 편성시기가 되면 자치단체장들이 중앙부처와 국회를 찾아다니면서 예산확보를 위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고 이를 지역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
국비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산확보 활동을 어떻게 하는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감이 든다. 국가예산이라고 하는 것이 자치단체장들이 찾아와서 사정을 한다고 해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사정한다고 예산을 편성해 준다면 그것은 국가예산이 아니라 졸부가 돈자랑하면서 선심쓰는 것과 다를바 없다. 기본적으로 국가예산은 중앙정부나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의 중장기발전계획에 따라 장기적인 차원에서 검토되고 집행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예산을 요구할때는 이러한 중장기계획에 부합되는지를 먼저 살펴보고 사업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그리고 나서 이러한 사업계획에 대해 예산편성을 담당하고 있는 중앙부처 공무원들을 설득할 논리적 타당성을 준비해야 한다. 1∼2페이지 건의서만 달랑 가지고 예산을 확보하려고 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왜 사업이 필요한지, 어떤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우리지역이 갖고 있는 유리한 조건은 무엇인지, 왜 지금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이유를 자신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전문기관의 연구용역결과도 덧붙이고 관계전문가도 대동해서 논리적으로 완전무장을 한후 중앙부처 실무담당자부터 찾아가서 설득하는 전략적 노력이 필요하다. 흔히 속된 말로 “송곳은 끝부터 들어간다”는 말이 있다. 중앙부처 실무진 설득은 실과장들이 주도적으로 하고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사안에 대해서는 자치단체장들이 직접 나서서 예산확보에 영향력 있는 인맥을 찾아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이 순서고 역할분담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언론에 보면 자치단체마다 시장군수들이 중앙부처를 찾아가 국장, 과장을 만나고 국회를 찾아가 국회의장도 만나고 국회의원 누구 누구도 만나서 현안사업을 설명하고 예산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왔다고 요란하게 홍보를 하고 있다. 그러나 불과 몇분동안의 면담으로 이들에게 얼마나 지역현안사업을 자세하고 설득력있게 설명을 했는지, 또 만난 인사들이 예산확보에 얼마나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스럽다. 지역민들에게 보여주기식 예산확보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었는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지역민들 입장에서는 시장 군수가 누구 누구를 만난 것은 중요하지 않다. 많은 시간과 경비를 들여 중앙부처와 국회를 방문해 예산확보 활동을 했다면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가 궁금할 뿐이다. 내년도 정부예산안이 확정되었다. 지금까지 예산확보를 위해 열심히 노력을 했으면 이제 그 보따리를 풀어놓을 차례다. 보따리에서 어떠한 결과가 쏟아져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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