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정, 1535년 창건된 호남 最古의 射亭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18년 02월 02일(금) 09:58
영암 열무정은 1535년 창건된 호남 최고(最古)의 사정(射亭, 활을 쏘는 정자)이며, 1858년과 1879년 두 차례 대대적인 중수가 이뤄지는 등 모두 4차례 중수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열무정 사포계는 옛 향사례(鄕射禮)의 뜻에 따라 1797년 4월 창설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사정에 '열무정'이라는 정호(亭號)가 붙여진 시기는 정확하지 않으나, 1872년쯤으로 추정되며, 이는 초대 병마도절제사 마천목 장군이 1417년 축조해 1894년까지 전라도와 제주도를 포함한 53주 6진을 총괄한 육군총지휘부인 전라병영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이 같은 사실은 황용주 전 영암여중·고 교장(열무정 사두, 열무정 사포계 공사원)이 최근 <향토문화> 제36집(사단법인 향토문화개발협의회 刊)에 게재한 '영암 射亭(열무정) 창건 및 사포계에 관한 문헌고찰 -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160호 사포계문서 국역을 중심으로'라는 연구논문에 따른 것이다. <관련기사 12면>
연구논문은 열무정 소장 현판(1879년 9월 사정 중수기 기문)에 '이 고을에 정자를 세운 이후 실로 몇 백 년 만에 성공과 이공 같은 사람들에 의해 정자가 건립되었다'라는 표현으로 미뤄볼 때 열무정 창건은 대대적인 중수가 이뤄진 1879년보다 훨씬 이전으로 추정되며, 이는 영암사람들에게 전해져오는 '열무정의 역사가 약 400여년 되었다'는 說과도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또 사포계지 국역 등을 통해 볼 때 열무정의 창건연대는 1535년이며, 1935년 3월 열무정 중수기에 의하면 '호남에서는 가장 사정(射亭)이 오래되어 여러 번 개·보수하였다'고 되어 있는 점으로 미뤄 호남 최고(最古)의 사정이라고 연구논문은 강조했다.
연구논문은 또 열무정의 1차 사정 중수는 1858년 이뤄졌고, 2차 중수는 1879년 4월, 3차 중수는 1935년, 4차 중수는 2012년 4월이었다고 적시했다.
사포계의 시작에 대해 연구논문은 현전하는 사포계안의 서문·절목·약조·조목 등에서 확인된다며, 1797년 4월 '옛날 사람들이 향사(鄕射)의 모임을 결성한 뜻을 본받아 이 고장에서도 사포계를 조직했다'고 밝혔다.
또 사정을 '열무정'으로 명명한 시기에 대해 연구논문은 명확한 추정이 어렵다면서, 다만 서울대 규장각에 소장된 1872년 영암군지도에 따르면 영암읍성과 영암읍성 동문밖에 열무정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점으로 미뤄 1872년 전후라고 추정했다. 또 이와 관련해서는 1417년(태종 17년) 초대 병마도절제사 마천목 장군이 축조해 1894년(고종 31년) 갑오경장까지 조선왕조 500년간 전라도와 제주도를 포함한 53주 6진을 총괄한 육군총지휘부였던 강진 전라병영성의 운영과 관계가 깊다고 연구논문은 덧붙였다.
연구논문은 또 열무정 현판(懸板)을 쓴 정두칠(丁斗七)과, 열무정 중수기를 쓴 송명회(宋明會)가 어떤 인물인지는 밝히지 못했다며 과제로 제시하고, 1950년∼2010년까지의 문서가 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한 채 열무정 중수로 인해 도갑사 수장고와 사포계 사무실에 보관되어 있다며 이의 국역과 보관을 위한 수장고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구논문에 따르면 사정 중수기와 사포계지 국역 등을 통해 볼 때 열무정에서는 '매양(늘) 농작물을 심고 거둬들이다가도, 여가를 내 글을 읽고 외우다가도, 틈을 내어 자제들이 이곳에서 활쏘기를 익혔고, (기량이)해마다 향상하였다'고 되어 있다.
또 사포계 국역에는 '관가(官家)에서 향인(鄕人)들을 격려하고, 음우(陰雨)를 염려한 나머지 출연금을 내어주어 사포계를 창설한 것은 향사(鄕社)의 의미를 본받아 활쏘기를 권장해 때때로 익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향인들도 그 성취됨을 즐거워해 돈과 미곡을 내어 계를 시작한 지 이제 100년이 지났지만 그 의식과 절차가 아직 존속되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에 따라 열무정과 사포계는 무려 500여년 동안 면면히 이어져온 영암군과 영암사람들의 오랜 전통이자 삶이어서, 이를 대대적으로 재현할 경우 전국에 내놓을만한 자랑스러운 볼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구논문을 쓴 황용주 전 영암여중·고 교장은 "4,50대의 영암사람들은 지금도 열무정에서 호국의지에 불타는 장정들이 활을 쏘고 음식을 마련해 마을사람들과 나눠먹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열무정과 사포계는 500여년째 살아 숨쉬고 있는 영암군과 영암사람들만의전통풍습"이라면서, "각종 사료의 재해석과 전통풍습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이 절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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