王仁과 일본 황별 씨족 和邇씨는 동일씨족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
2018년 04월 06일(금) 09:56 |
"화이씨는 원래 도래계 씨족집단 천황가와 혼인관계로 황별 씨족 개변"
일본 최고의 역사서인 '일본서기(日本書紀)'에 기록된 왕인박사와 '고사기(古事記)'에 기록된 화이길사(和邇吉師), '신찬성씨록(新撰姓氏錄)'의 황별 외척씨족인 和邇씨는 모두 '와니'로 불리는 동일 인격 내지 동일 실체(집단)라는 학술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712년 편찬된 고사기는 화이길사(和邇吉師)가 논어 10권, 천자문 1권을 전했다고 기록하고 있고, 720년 편찬된 일본서기는 박사 왕인(王仁)이 일본에 건너가 태자 토도치랑자의 스승이 되어 여러 전적(典籍)을 가르쳤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815년 편찬된 신찬성씨록은 기내(畿內, 수도)를 본거지로 하는 일본의 총 1천182개 씨족에 대해 그 출신을 황별(皇別), 신별(神別), 그리고 제번(諸蕃, 蕃別)으로 구분해 수록하고 있다. 이중 황별 씨족은 천황가의 후예다.
특히 이번 연구결과는 韓日 양국학계를 통틀어 화이(와니)씨의 출자에 대해 왕인 및 그 후예씨족과의 관련성 속에서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전문적인 논문으로는 최초의 시도여서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관련기사 6,7면>
영암군과 (사)왕인박사현창협회(회장 전석홍)는 '2018 왕인문화축제'의 학술프로그램으로 지난 4월 5일 왕인박사유적지 내 영월관 2층 강당에서 '왕인박사와 일본 와니(화이) 씨족'이라는 주제로 학술강연회를 열었다.
왕인문화연구소가 주관하고, (재)호남문화재연구원이 후원한 이번 학술강연회에서는 동국대 동국역사문화연구소 박남수 교수가 '왕인과 '와니(和邇)', 무엇이 문제인가', 건국대 나행주 교수가 '왕인박사와 일본 고대 씨족 화이(와니)씨', 건국대 홍성화 교수가 '일본 近畿지역의 왕인과 화이씨 관련 유적'이라는 주제로 각각 주제발표를 했다.
특히 나행주 교수는 '왕인박사와 일본 고대 씨족 화이(와니)씨'라는 주제논문을 통해 "황별 씨족인 和邇(와니)씨 일족인 眞野(마노)씨가 백제계(왕인후예)인 번별 씨족 民(다미)씨와 동족이고, 번별 씨족인 백제계(왕인후예) 高志(고시)씨가 황별 씨족인 和邇(와니)씨와 大春日(오오가스가)씨와 동족인 점에서, 왕인(와니) 일족인 高志씨, 民씨와 和邇씨 일족인 眞野씨, 大春日씨는 결국 동족이라는 삼단논법이 성립한다"면서, "일본서기에 나오는 왕인박사와 고사기의 화이길사, 신찬성씨록의 황별 외척씨족인 화이씨는 모두 '와니'로 불리는 동일 인격 내지는 동일 실체(집단)를 말하고 있는 점은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나 교수는 화이(와니)씨의 씨명이 유래된 관련 지명에 대한 검토, 씨족 고유의 직장에 대한 검토, 황별 화이(와니)씨 동족집단에 대한 가바네의 변천 추적, 동조(同祖)관계와 실질적인 출자 추적, 출자개변의 정치적 현실적 이유와 의미 검토 등으로 미뤄 이들 일족의 공통성이 확인된다면서, 그 첫 번째 공통점으로 화이라는 씨족명과 왕인이라는 인명의 일본음 및 한자 표기가 모두 '와니'로 완전히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나 교수는 또 "왕인박사의 후예들은 추가와치(中河內)지역을 지역적 기반으로 하고 있고, 和邇=和珥(와니)씨의 경우도 이 지역과 깊은 관련성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지역적 공통성도 일족의 공통성을 확인할 수 있는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나 교수는 화이씨와 왕인박사 일족의 공통성을 확인하는 세 번째 근거로 천황가와의 관계를 들었다. "왕인박사의 집안과 응신왕가와의 혼인관계 성립 가능성을 충분히 추측할 수 있다"면서, "가와치(河內)신왕조를 창설한 응신천황에게 있어 왕인박사는 의지할 수 있는 최고의 브레인이자 정치고문이었고, 무엇보다도 응신에게 있어 왕인박사는 새롭게 창조한 신왕조의 정통성을 확보하고, 나아가 야마토국가의 국가체제 및 대외정책의 방향 등을 설계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귀중한 존재였을 것이며, 특히 왕인박사의 주도에 의해 백제식의 각종 지배체제가 직접적으로 도입 운영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나 교수는 또 왕인이 일본의 유학, 학문의 시조이자, 문학(특히 와카)의 시조로도 평가되고 있는 점도 화이씨와 왕인박사 일족의 공통성을 확인하는 근거로 보았다. 즉 문(서)씨로 대표되는 왕인 후예씨족이 한자문화의 사용을 전제로 외교(외교문서 작성)와 재정 등 문서행정에 깊이 관여한 점은 화이 씨족의 동족 가운데 외교에서 활동한 오노(小野)씨, 문학에 큰 자취를 남긴 가키모토씨와의 직장(職掌) 및 활동방면에서의 공통성이라고 지적했다.
나 교수는 화이씨의 출자가 번별 씨족인 도래계에서 황별 씨족으로 바뀐 이유에 대해 "화이씨=왕인 박사 집안과 왜국 왕실(천황가)과의 혼인관계로 인한 인척관계의 형성이라는 혈연적 결합에 의해 그 출자가 어느 시기인가 한반도계(번별)에서 일본계(황별)로 전환 또는 개변되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나 교수는 그러면서, "고대 일본에서는 제번 즉 도래계 씨족 가운데 한반도계(백제나 신라)에서 중국계(진한)로 개변된 경우로 秦씨(신라, 가야계 혹은 백제계)와 漢씨(백제계), 그리고 왕인후예인 文(書)씨, 왕인후예와 동족관계를 형성한 왕진이 후예씨족들을 들 수 있는 등 출자가 개변된 경우는 다수의 사례가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학술강연회에서 동국대 동국역사문화연구소 박남수 교수는 '왕인과 '와니(和邇)',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의 경연을 통해 "왕인박사와 일본 와니(和邇)씨족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고대 韓日관계사의 전반적인 문제이기도 하다"고 그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2018 왕인문화축제에서 ‘왕인박사와 일본 와니(화이) 씨족’이란 주제로 학술강연회를 하게 된 것은 왕인박사에 대한 연구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음을 의미한다"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또 홍성화 건국대 교수는 '일본 近畿 지역의 王仁과 和爾氏 관련 유적'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초기 왕인의 본거지는 나라현 덴리시(天理市) 와니정(和爾町) 일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한편 (사)왕인박사현창협회 전석홍 회장은 학술강연회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올해는 한국과 일본 학계에서 서로 의견이 대립되어 있는 왕인박사와 일본 와니(화이) 씨족의 관계를 주제로 삼아 왕인박사에 대해 좀 더 심층적이고 체계적으로 살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면서 "학술강연회가 왕인박사에 대한 이해를 한층 깊게 하는 귀중한 시간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