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탄력성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8년 04월 27일(금) 11:5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실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 사회경제적 지위가 하위 25%인 한국가정의 학생 중 3등급(Level 3) 이상 상위권에 든 학생 비율이 2015년 36.7%로 70개 조사대상 지역 중 9위를 기록했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하위 25%라면 가정형편이 어려운 이른바 '흙수저'들이다. 평가결과 이들의 학업탄력성은 2위였던 2006년 52.7%에 비해 무려 16%포인트나 떨어졌다. 9년간의 하락폭은 핀란드(16.7%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2009년엔 51.3%로 떨어지며 3위로 한 계단 더 밀렸다가 2012년 54.9%로 오르며 잠시 2위에 복귀했지만 2015년 다시 30%대로 급락했다.
PISA는 세계 각국 만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읽기, 수학, 과학 등의 학업성취도를 점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2015년 PISA 결과 학업 탄력적 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홍콩이었다. 53.1%로 2006년(52.5%)보다 0.6%포인트 상승했다. 마카오는 9년 사이 13.8%포인트 상승한 51.7%로 3위를 차지했다. 싱가포르와 에스토니아, 일본 등이 40%대를 기록하며 3~5위를 차지했고, 캐나다와 핀란드, 대만 등이 뒤를 이었다. 독일(32.3%)은 12위, 영국(28.2%)은 19위였다. 이번 조사에서 처음 대상에 포함된 중국은 25.9%로 22위였고, 프랑스(24.1%)와 미국(22.3%)은 각각 28위와 31위를 기록했다. 반면 도미니카공화국은 0%로 최하위를 기록했고, 코소보, 알제리, 페루, 튀니지 등도 1%에 못 미쳤다.
흙수저들의 학업탄력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취약계층 학생들이 어려운 가정 형편을 극복하고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것이 더 어려워지고 있음을 뜻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일이다. 빈곤의 대물림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개천에서 용(龍) 난다'는 우리의 속담은 점점 현실이 되기가 어려워져가고 있음이다.
OECD는 한국 학생들의 정기적인 등교와 교실의 훈육적인 분위기, 학교 내 과외활동 등과 학업 탄력성의 긍정적인 연관성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학생수당 컴퓨터 비율은 오히려 학업탄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았다. 당연하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컴퓨터는 물론 TV를 통한 학습조차 버거운 흙수저들의 실력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OECD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규율 바른 교실에서 학습하도록 보장하고 목적이 뚜렷한 과외 활동을 확충해야 학교가 더 포용력 있고 공정한 사회를 창조하는 선봉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교육당국이 새겨들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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