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째 동료 공직자 제사 모셔온 '새천년학우회'
이승범 기자 stonetigs@hanmail.net
2018년 06월 01일(금) 11:32
재직 중 뛰어난 업무능력을 보이며 일하다 사망한 공직자가 공무원연금을 수령할 유족조차 없자 동료 공직자들이 뜻을 모아 12년째 정성껏 제사를 모셔온 사실이 밝혀져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들은 1999년 당시 학산면사무소 근무자들로 결성된 '새천년학우회'(회장 김용조 미암면 총무팀장) 회원들로, 이들은 지난 5월 29일 고 이승하(2006년 5월 31일 사망 당시 지방기능8급)씨의 유해가 묻힌 군서면 왕인박사 유적지 인근 산 소나무 앞에 비석을 세우고 12주기 제사를 모셨다.
서호면 몽해리 출생인 고 이승하씨는 목포고를 졸업했으며, 1987년 4월부터 학산면 지방고용원으로 근무를 시작해 주로 학산면사무소와 서호면사무소 등에서 근무했다.
각종 공무원교육 등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뛰어난 업무능력을 발휘해온 이씨는 안타깝게도 2006년 5월 폐암으로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이씨는 사망 당시 형제자매들 외에는 배우자나 자녀, 부모 등 공무원연금법상 유족연금을 청구할 유족이 없을 정도로 혈혈단신인 상황이었다. 실제로 이씨가 사망하자 형제자매들이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유족연금을 청구하려했으나 거부됐다.
공무원연금법은 이씨의 경우처럼 유족 및 유족이 아닌 직계비속도 없는 경우 공무원 소속 연금취급기관의 장이 사용계획서를 첨부해 신청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당시 군은 이씨의 퇴직급여를 대신 신청했고, 일부는 이씨 사망 전 요양비 및 장례비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형제자매들의 동의를 얻어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한 장학사업을 위해 동강대학에 ‘이승하장학회’를 설립, 이를 기부했다. 장학재단의 기금은 1억2천여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남은 문제는 고인의 제사였다. 형제자매들이 제사를 모실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이에 1999년 당시 이씨를 비롯한 학산면사무소 근무자들로 결성된 '새천년학우회'가 나섰다.
김용조 회장과 황석태 총무를 비롯한 박상용(산림축산과장), 김광호(서호면장), 정회성(홍보팀장), 이재명, 고승일, 김수종, 김상곤, 박기호, 이명돈, 서성배, 박창길, 강훈홍, 정해일씨 등 회원들은 십시일반으로 2007년 첫 제사부터 모시기 시작해 올해는 수목장으로 이씨의 유해가 묻힌 곳에 작은 비석을 설치하고 12년째 제사를 모셨다.
김용조 회장은 "애연가였던 고인이 환하게 웃으며 열심히 일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면서, "새천년학우회 회원 가운데 마지막 회원이 정년퇴임할 때까지 고인에 대한 제사를 모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승범 기자 stonetig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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