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일지- 의원선서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8년 07월 20일(금) 13:13
"나는 법령을 준수하고 주민의 권익신장과 복리증진 및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주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지난 7월 6일 제 8대 의회가 새로 문을 열었다 모두 여덟 명의 의원이 원구성을 마친 뒤 군민 앞에 오른손을 들어 다짐했다. 말 그대로 어깨가 무겁게 눌리는 한편 가슴이 답답하였다. 다 맞는 말 같은데 마음에 확 와닿지 않았다. 생생하고 구체적이어야 다짐하는 의원이나 그 다짐을 받는 군민이나 머릿 속이 환해지고 다짐의 의지도 또렷해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다시 알기 쉽고 분명하게 내 생각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
먼저, 법령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법을 만드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니 법을 잘 지키는 것이야 당연지사겠다. 법의 정의를 비트는 탈법과 편법, 법의 권위를 초월하려드는 반칙과 특권은 안된다. 대표적인 예가 몇 가지 있다. 의원사업비가 그 첫째다. 의원은 사업(예산)집행권이 없다. 그런데 특정사업에 특정업자까지 낙점해서 버젓이 사업을 집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쓰는 돈이 한 해 의원 일인당 2억여원이 된단다. 명분이야 주민들의 긴급한 현안을 해결해주는 수단이라고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 폐해가 실로 크다. 의원과 친소관계에 따라 사업을 진행하니 지역민을 줄세우는 도구로 변질되고 의원과 업자 사이 부당거래의 유혹에 쉽게 빠지고 만다. 주민이 겪는 불편이나 사업의 시급성 중요도는 늘 뒷전이다. 의원 해외연수도 문제다. 군민의 세금으로 가는 해외연수면 그 취지에 맞게 제대로 보고 배워와서 군민에게 보고하여야 하는 것이다. 기왕 가는 바에야 군민의 대표, 이를테면 공모를 통해 농민 노동자 청년 여성 어르신 장애인 이주민 공무원을 뽑아 함께 연수하고 그 결과를 지역의 새길을 여는 데 활용하면 좋겠다. 의장 부의장 업무추진비는 또 어떤가. 정해진 명목에 맞게 사용하고 그 내역을 솔직하게 공개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이니 의혹을 사는 것이다. 의원이 인사문제에 개입하는 일도 결단코 안된다. 인사는 기준과 과정의 공정성이 생명이다. 인사를 둘러싼 흉흉한 소문이 공직사회를 분열하고 사기를 크게 떨어뜨릴 뿐 아니라 장래를 준비하는 청년들에게는 절망과 분노를 안겨준다. 이를 바로잡아야 할 사람이 바로 의원 아닌가. 이처럼 법령을 지키지 않은 관행과 무사안일한 태도, 불법조차 부끄러워하지 않는 몰염치 때문에 군민은 절망하고 의회는 불신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것이다.
둘째, 주민의 권익신장과 복리증진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지역주민의 권리와 이익을 침해하는 일 앞에서는 타협없이 싸워야 한다. 특히 선출직 공직자가 주민을 자신의 권력을 쟁취하고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오히려 주민의 자긍심을 한없이 높이기 위해 모든 노력을 일관되게 펼쳐야 한다. 나는 영암군민이 일할 기회를 누리고 경제적으로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 나는 영암군민 누구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하며 소외되지 않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마땅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나는 영암군민은 누구나 배움의 갈망을 채워야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과 철학을 이웃과 후세에게 전승할 의무가 있다고 믿는다. 나는 영암군민 누구나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향유할 권리, 창작에 참여하고 공유할 기회를 누려야 한다고 믿는다.
셋째,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서약했다. 2010년 고향으로 돌아와 오늘에 이르기까지 영암이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살아왔다. 어떤 모임이나 대회, 집회에 참석하면 영암경제가 어렵다, 농업과 농촌의 미래가 어둡다는 레퍼토리가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농민으로 9년 살아보니 어렵긴 정말 어려웠다. 폭락을 거듭하는 농산물 가격, 태풍과 병충해의 역습, 고령화와 일손 부족, 늘어나는 빚…. 그래도 삶은 지속되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게 농민의 일생인가 싶다. 의원이라면 마땅히 어려운 영암과 어두운 농업농촌의 현재를 돌파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딴데 신경쓸 여력이 없다. 힘에 부친다고 뒷짐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마을과 품목을 중심으로 한 경제공동체를 하나둘 만들어야 한다. 영암 가면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인식을 심기 위해 역사와 전통, 문화와 음식을 한데 엮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사람들, 청년과 여성이 선망하는 고장이 되게 마을공동체와 행정이 적극 나서야 한다. 의원은 바로 이같은 일을 만들기 위해 공부하고 행정과 지역민을 설득하고 더 잘하게 부추키고 굳건히 행진할 수 있게 보호막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양심에 따라 성실히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확약했다. 길이 아니면 가야 하지 않아야 한다. 불의와 타협은 없다. 양심에 어긋나고 정치적 신념과 충돌하는 일 앞에서 의원이라면 갈 길은 하나다. 정도다. 의원 개인의 안녕과 영리가 아닌 공공의 이익과 대의를 위해 헌신하는 정도 말이다. 의원은 게을러서도 안 된다. 더 생동하고 더 많은 민주주의를 위해 현장을 뛰고 주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공부해야 한다. 지역민과 격의없이 소통하고 전문가들과 대안을 찾기 위해 토론하고 공무원들과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손을 맞잡아야 한다. 그 결과를 제도화하기 위해 조례를 제정하는 것까지 완성해야 하는 게 의원의 임무라고 믿는다.
선거는 끝났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일화가 있다. '죽어서라도 한 표 주고 가고 싶다.' 선거과정에서 인연을 맺게 된 한 지역사회 선배가 죽음을 목전에 둔 그 절박한 순간에 말씀하셨단다. 그리고 주변의 만류를 무릅쓰고 사전투표장에 가셨다. 그 형님은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셨다. 선거가 끝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나는 그 분을 장례식장 하얀 국화꽃 속 환히 웃고 있는 영정으로 만나게 되었다. 그날 그 분과 약속했다. 바르고 의로운 의원 되겠다고. 형님의 응원과 지지 마음에 새기고 살겠다고.
오늘부터 첫 임시회가 시작되었다. 정치의 변화를 통해 영암군민이 행복해지는 즐거운 상상을 하니 회의장 들어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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