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평 군수 공직선거법 위반 수사 급반전 배경과 전망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
2018년 07월 27일(금) 10:01 |
하지만 6·13 지방선거 후 민주평화당 소속 박소영, 무소속 김철호, 박성호 등 세 후보자들이 고발의 유일한 근거로 삼은 지역신문S사의 의혹보도를 앞뒤 가리지 않고 신뢰한 점에서 ‘급반전’은 시작부터 이미 내재되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혼외아들 등 의혹 수사 '혐의 없음'종결가능성
S사 의혹보도 앞뒤 가리지 않고 신뢰했다 낭패
세 후보자들이 전 군수를 상대로 낸 고발은 2건이다. 하나는 S사가 제기한 전 군수의 혼외아들 의혹으로, 선거운동기간 관련 의혹이 보도되자 전 군수 측이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이를 강력 부인했고, 세 후보자들이 연대해 광주지검 목포지청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고발장은 민주평화당 전남도당 위원장인 법조인 출신 이용주 의원이 써준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고발장은 역시 S사가 전 군수의 혼외아들 의혹과 함께 제기한 인사비리, 관급공사 납품비리, 알파중공업 부채상환 의혹, 씨름단 창단 의혹 등을 묶어 세 후보자들이 연명으로 영암경찰서에 냈다.
영암경찰의 수사가 아직 종결되지는 않았으나 현재까지 진행상황을 짚어보면 이렇다 할 범죄혐의점은 찾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전 군수의 혼외아들 의혹의 경우 고발인들은 S사 대표 J씨가 증거로 제시한 S씨와의 녹취록을 절대 신뢰했다. S씨가 혼외아들의 구체적인 신상까지 밝힐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지난 7월 23일 경찰에 출두해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S씨는 녹취록에 나타난 적극적인 발언 취지와는 달리 자신도 혼외아들 의혹을 ‘소문으로 들었을 뿐’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체의 증거자료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설령 S씨가 혼외아들 의혹을 사실이라고 강변했더라도 최종적으로는 DNA 검사를 통한 친자확인만이 유일한 사실 확인 방법이어서 혼외아들과 친권자의 자발적인 검사가 이뤄지지 않는 한 진실을 밝히기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김철호, 박성호 후보자는 S씨가 참고인 조사를 받은 날인 7월 23일 영암경찰서에 들러 혼외아들 의혹 사건을 포함한 고발사건에 대한 수사진행상황을 들은 것으로 전해진다. 박 후보자는 이 자리에서 고발사건을 취소했고, 김 후보자는 변호사와 상의할 뜻을 밝혔다. 특히 혼외아들 의혹과 관련한 고발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전 군수 측은 혼외아들 의혹이 미궁으로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상황을 이미 확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 군수가 혼외아들 의혹에 대해 이를 여전히 강력 부인하면서, 사실 확인을 위해 "한 점의 의혹이 없도록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명한 사람과 DNA(유전자) 검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그 연장선으로 보인다.
또 다른 고발사건에 대해서는 영암경찰이 의혹 제기 수준일 뿐 구체적인 정황증거가 없다며 고발인들에게 고발장을 보완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발장이 별다른 양식이 없고 고발인의 구두진술만으로도 얼마든지 수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또 고발장에 적시된 의혹 가운데 일부는 민선 6기 들어 다른 언론 등에 의해 제기됐었다는 점에서 사실 확인 차원에서라도 적극적인 수사에 나섰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돈사 허가 관련 경찰수사 사태 급반전에 빌미
세 고발인, 특히 박성호 후보자는 지역신문S사 대표 J씨가 학산면 돈사 허가와 관련해 사기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된 상황을 고발 취소 등으로 입장을 바꾸게 된 결정적인 이유로 꼽고 있는 것 같다. 돈사 허가와 관련해 J씨가 금품을 수수했고 경찰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고발 취하 훨씬 전부터 떠돌았다는 점에서 박 후보자의 행동은 미심쩍은 부분이 없지 않아 보인다.
어쨌든 J씨를 앞세워 학산면에 돈사 건축허가를 받으려던 무안의 농업회사법인인 A사 대표 G씨는 자진 취하했던 건축허가 신청서를 영암군에 다시 접수하면서 J씨를 영암경찰서에 사기 등 혐의로 고소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전 군수 측으로서는 그야말로 ‘뜻하지 않았던(?)’ 반전의 계기가 된 셈이다.
막대한 이권이 걸린 돈사 등의 건축허가 분야에서 전문적인 업체로 알려진 A사는 지난 1월 18일 학산면 묵동리 산 79-12번지 일대 대지면적 1만6천306㎡, 연면적 1만2천768.82㎡에 지상 1층의 철근콘크리트구조 건물 3동을 건립해 돼지 8천600여두를 사육하겠다며 영암군에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영암군으로부터 주민 동의 미미 등으로 2차례에 걸쳐 보완요구를 받았으며, 보완기한을 맞추지 못해 이를 연장 신청한 끝에 지난 6월 14일에는 건축허가신청을 자진 취하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J씨는 영암군청 관련 부서를 찾아다니며 허가를 독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세 후보자들은 S신문 보도를 근거로 "민원인들의 인허가를 선거(6월 13일) 전에는 보류하라는 행정지시를 내려 담당공무원의 직무유기를 조장하는 등 6개월 이상 군수직권을 남용했다"며 고발장을 내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A사는 6·13 지방선거가 끝난 뒤인 지난 6월 18일 건축허가를 다시 신청했다. 또 J씨에 대해 고소장도 접수했다. 일각에서는 A사가 어쩌면 돈사 허가를 낙관했을 것이고, 여기에는 모종의 ‘배경’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고 있으나 아직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또 전 군수가 선거운동기간 묵동리 주민들에게 돈사 허가 불허 입장을 밝혔다는 소문도 있어 앞으로 군의 민원처리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A사가 돈사 허가를 다시 신청하고 J씨에 대해 고소장을 접수한 때부터 전 군수 측에서는 ‘J씨가 선거운동기간 각종 의혹보도를 쏟아낸 것은 돈사 허가를 해주지 않은데 따른 보복성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며, 따라서 모든 의혹은 해소될 것’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흘러나왔다.
따라서 세 후보자들이 영암군 바로세우기 운동본부의 집회 전날에야 J씨가 개인적 비리로 경찰 수사 대상이 되어 있고, 지역신문S사가 전 군수의 혼외아들 의혹 등을 제기한 배경에는 돈사 허가를 해주지 않은데 따른 보복성 의도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고발 취소 등의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워진다. 군민들 상당수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세 후보자들만 그때까지도 모르고 있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전동평 군수 vs 세 후보자 측 명운 극명한 대조
전 군수, 의혹 일단 수면 아래로…통합행보 필요
세 후보자, 군민에 사죄 필요…정계 은퇴 요구도
공직선거법 위반 수사가 급반전되면서 당연히 전 군수 측과 세 후보자 측의 명운이 엇갈리고 있다.
전 군수 측은 당선에도 불구하고 선거 뒤 거의 한 달여 동안 군정을 제대로 챙기지 못할 정도로 대응책 마련에 골몰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영암군바로세우기운동본부’가 출범도 못하고 사실상 와해된 데다, 자신에 대한 두 건의 고발사건 모두 취소될 것으로 보여, 일부 남아있는 선거법 위반사건을 제외하고는 자유로운 입장에 서게 됐다.
이는 물론 전 군수가 운신의 폭에 제한이 없어졌다는 뜻일 뿐, 그동안 제기된 모든 의혹에서 자유로워졌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혼외아들 의혹이나 인사비리 의혹 등은 본인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일단 덮어진 것이지 해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 군수는 민선 7기 군정 수행에 있어 보다 겸손하고 투명하며 깨끗해야 한다. 또 그동안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어온 공직자들과의 신뢰관계 형성이나 소통 및 통합행보도 절대 필요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반면 세 후보자들은 정계를 떠나야할 만큼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정치인으로서 생명이나 다름없는 군민들의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또 실제로도 이들이 선거운동기간 혼외아들 의혹과 관련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혐의로 목포지청에 고발장을 냈을 때 영암군기독교연합회는 S신문의 의혹보도가 사실이 아닐 경우 유권자들을 기망한 만큼 군민 앞에 사죄하고 정계를 떠나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향후 이들이 다시 정치활동을 재개할 경우 이번 사태가 꼬리표처럼 붙어 다닐 것이고, 군민들의 사퇴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세 후보자 가운데 김철호 후보자가 ‘영암군바로세우기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를 맡지 않기로 한 것은 이런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성호 후보자가 자신의 고발 취하와 관련해 쓴 글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 후보는 ‘전동평 군수 고발 취소의 변’이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조사를 받으며 각종 의혹들에 대해 제 스스로 정밀하게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그동안 보도된 내용과 녹취파일은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자료로 판단했다”면서, “또한 팩트체크를 해본 결과 보도된 의혹들을 뒷받침할 근거나 자료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또 “특히 영암군청에서 발주한 내용들에 대해 특혜의혹으로 보도됐는데 조사한 결과 가장 공정하고 투명하게 발주가 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지금까지 의혹으로 보도된 내용들을 단 한 줄도 신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전 군수와 관련된 모든 고발을 취소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후보는 이어 “태산명동 서일필이라는 말처럼 태산이 무너질 듯 요란했지만 사실을 확인해보니 쥐 한 마리도 나오지 않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후보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영암군이 각종 비리의혹으로 얼룩져있다며 고발과 영암군바로세우기운동본부 결성에 가장 앞장섰다. 또 자신이 직접 군청 홈페이지를 통해 분석했다며 각종 수의계약의 특정업체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박 후보자의 갑작스런 태도변화의 이면에 더불어민주당 입당설 및 차기 영암군수 후보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지역정가에서는 이에 대해 “박 후보자가 전 군수에 대한 각종 의혹을 근거로 고발하는 등 목소리를 높이더니 돌연 영암군정을 최고로 깨끗하다고 칭송하고 나서니 당황스럽고 측은하다는 생각까지 든다”는 분위기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