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문화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
2018년 07월 27일(금) 13:56 |
지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과정에서 국민들은 TV토론회를 통해 출마자들의 자질과 인품을 판단할 수 있기를 기대했으나 실망감만 안겨주었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비젼을 제시하고 차별화된 정책과 공약으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보다는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네거티브 토론에 골몰하는 모습이었다. 상대방의 질문을 경청하고 그 질문에 대해 논리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과는 상관이 없는 동문서답식 답변을 하고 일방적으로 자기 자랑만 늘어놓는 발언으로 토론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모습을 보고 아직도 우리사회가 성숙한 토론문화를 기대하기에는 갈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론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시각이 다른 상대편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시각의 차이가 얼마나 다른 현실을 만들어 내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옛날 이야기가 있다.
옛날에 우산 장수와 짚신 장수를 하는 두 아들을 둔 어머니가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늘 수심에 잠겨 있는 것이었다. 하루는 이웃 사람이 그 이유를 물었다. 어머니는 한숨을 크게 쉬며 말했다. "내게는 우산 장수인 큰 아들과 짚신 장수인 작은 아들이 있다오. 그런데 햇볕이 나는 날에는 큰아들이 장사가 안되고 비가 오는 날에는 작은 아들이 장사를 망치니 내가 하루라도 마음 편할 날이 있겠소? 그저 해가 떠도 걱정, 비가 와도 걱정뿐인게 내 신세라오." 그러자 이웃 사람이 말했다. "그런 걸 가지고 무얼 그리 걱정하십니까? 이제부터는 햇볕이 나면 짚신 파는 둘째 아드님 장사가 잘 될 것을 기뻐하고 비가 오면 우산 파는 큰 아드님 장사가 잘될 것을 기뻐하십시오." 듣고 보니 과연 그러하였다. 그 뒤부터 어머니는 해가 떠서 즐겁고, 비가 와도 그저 신이 날 뿐이었다.
다툼은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전에 학생들의 무상급식 실시에 대해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이 크게 대립한 적이 있었다.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진보진영에서는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무상급식을 주장했다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면 가난한 가정형편으로 무상급식을 받고 있는 학생이 동료 친구들로부터 동정이나 따돌림을 받는 일이 없게되고 누구는 혜택을 받고 누구는 받지 못한다는 불공정한 관계도 해소 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반대로 선별적 복지를 주장하는 보수진영에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에게만 무상급식을 제공하자고 주장했다. 선별적 무상급식을 할 경우 지원이 꼭 필요한 아이들에게만 혜택을 주게 되니 국가 전체적으로 볼때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게 되고 수혜자들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수혜 폭 조절이 가능 하다는 논리였다. 양쪽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주장이므로 활발한 토론을 통해 서로다른 시각의 차이를 좁혔더라면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주장만 내세우다가 결국은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에 회부하였으나 유효투표율을 채우지 못해 시장직을 중도사퇴한 일이 있었다.
시각의 차이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 하는 것은 토론에 있어서 서로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상대를 인정하는 것이 올바른 토론문화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자기 생각과 맞지 않는다고 상대방 의견을 무조건 배격하고 일방적으로 자기 의사만 관철하려고 하면 토론이 될 수 없다. 틀림이 아닌 다름이 있음을 인정해야 건전하고 생산적인 토론문화가 형성된다. 상대를 인정할 줄 아는 포용력을 갖고 감정이 아닌 이성적인 소통으로 상대방을 받아들이는 성숙한 의식이 형성될 때 토론문화는 꽃을 피우게 된다. 성숙한 토론문화는 갈등 해소의 원동력이고 국민통합을 이루는 바탕이 된다. 올바른 토론문화 형성으로 우리나라가 한단계 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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