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산의 교훈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8년 09월 21일(금) 09:52
활성산 영암태양광발전소 착공식이 열렸다. 백운규 산업통상부장관까지 참석해 전국 최대 규모임을 강조했다. 사업시행사는 대명GEC다. 활성산에 2㎿급 풍력발전기 20기를 가동 중인 바로 그 업체다. 이 회사가 총 사업비 1천400억원을 투입해 2020년까지 건설하게 될 태양광발전의 규모는 100㎿다. 연간 4인 가족 3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라 한다. 장관까지 착공식에 참석한 이유를 알 만하다.
영암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설 금정면 연소리 659번지 일원은 바로 활성산 정상이다. 1년 전 회사 측이 주민설명회를 통해 밝힌 자료에 의하면, 정상부분 1㎞ 반경 350만4천여㎡에 달하는 부지 가운데 대부분이 이미 대명GEC 소유로 알려져 있다. 또 100㎿급 전력을 생산하기 위한 태양광 집광판 면적만 모두 57만4천여㎡에 달한다. 이제 활성산 정상은 20기의 풍력발전기와 태양광 집광판이 뒤덮게 된다.
본보는 바로 1년 전 영암태양광발전소 건설계획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었다. 첫째는, 국립공원 월출산과 함께 영암군을 상징하는 또 다른 명산(名山)인 활성산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고, 둘째는 대명GEC가 겉으로는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 운운하면서 실제로는 기업이익만 쫓는 모습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초 대명GEC 서기섭 대표는 당시 김일태 군수와 체결한 투자협정 양해각서에서 영암군이 풍력발전단지 조성에 행정적 지원을 하는 대신 장학사업과 주변지역에 대한 지원 등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심지어 풍력발전단지 건설의 일정 부분을 지역 업체가 일부 시공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풍력발전소가 가동되면 지역민을 우선 채용한다는 약속도 했다.
또 이 MOU 체결에 따른 ‘세부사항 이행문’을 통해서는 장학기금 지원과 발전기금 지원, 발전소 내 농·특산물 판매장 설치 지원, 승마와 산악용 오토바이 오토캠핑장 등 영암군 관광 활성화 및 지역발전 투자 확대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회사가 지킨 것은 장학기금과 발전기금 지원 등이 고작이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는커녕 심지어 풍력발전소를 구경하려는 관광객들에게 꼭 필요한 진입로 개설조차도 외면했다. 본보가 약속이행을 거듭거듭 촉구했음에도 소귀에 경 읽는 격이었다.
이랬던 회사가 다시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겠다며 태도를 바꿔 지난해 9월 이맘때 금정초·중학교 금정관에서 주민설명회를 열고 풍력발전소 건설 때와 비슷한 약속을 제시했다. 엊그제 열린 착공식을 앞두고는 금정면민들과 두 차례 협상을 갖고 가조인식도 했다는 소식이다. 대불산단의 조선업종 사업체와 170억 규모의 태양광 기자재 공급 협약을 체결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앞장서겠다는 약속도 했다. 금정면민들에게는 1㎿급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무상으로 기부할 계획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회사 측이 지난 1년 동안 무슨 절차를 어떻게 밟았기에 전원개발 허가가 나자마자 관련 부처 장관까지 내려와 일사천리로 착공식까지 하게 됐는지 자세히 알 길은 없다. 하지만 영암태양광발전소 착공을 본 많은 군민들은 착잡하다. 뭔가 중대하고 소중한 것을 빼앗긴 것 같은, 안타까운 상실감도 억누를 길 없다.
영암군민들이면 잘 알고 있듯 영암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설 활성산 정상은 원래 서광목장 자리다. 모기업인 서광그룹이 부도가 나자 운영이 중단됐다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04년 말 서울의 S그룹이 인수했다. S그룹 대표는 영암 출신이다. 당시 S그룹은 월출산이 한눈에 바라다 보이는 활성산 정상의 탁 트인 경관과 완만한 구릉지가 골프장 용도로 최적지로 판단하고, 이곳에 36홀 규모의 골프장과 리조트, 위락시설을 건설하려 했다. 주민설명회 등을 개최하는 등 사업추진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하지만 지역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봉착했다. 환경파괴와 친환경농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장흥댐 수질 오염도 우려된다는 것이 주된 반대 이유였다. 결국 S그룹은 위락시설 건설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곧이어 회사 사정까지 어려워지자 대명GEC에 부지를 매각하기에 이른다.
국립공원이 있는데도 변변한 위락시설 하나 없어 그 활용가치를 전혀 못 느끼는 곳이 바로
영암군의 현주소다. 그렇다면 주민들이 적극 지지하는 가운데 활성산 정상에 36홀 골프장이 들어서고 리조트와 오토캠핑장이 건설되었더라면 어땠을까? 아름다운 월출산을 조망하고, 일출과 일몰을 감상하기 위해 수많은 체류 관광객들이 몰려들지 않았을까? 조선업 일색인 지역경제가 관광서비스업까지 더해져 지역민 고용효과로 이어지지는 않았을까? 풍력발전기와 태양광 집광판으로 뒤덮이거나, 골프장과 리조트, 오토캠핑장이 들어섰을 활성산 정상, 이 중 어떤 모습이 영암군의 미래와 더 어울릴까?
물음에 자신 있게 답할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조만간 전원단지로 변할 활성산이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은 의미심장하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미래의 후손들을 위해 영암의 주인 노릇을 제대로 했는가를 묻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받아들인 현실이 지역의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는가를 따지고 있기 때문이다. 군민 모두가 곰곰이 생각해보자. “드넓은 초지와 그곳에서 본 월출산의 비경이 천하제일이었던 활성산 정상에 과연 어떤 결정이 영암의 미래를 위한 최선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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