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의원 김기천 사용설명서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8년 09월 21일(금) 11:49
석 달이 지났다. 그동안 세 차례 의회가 열렸다. 제8대 의회를 구성한 뒤 군정업무보고를 듣고 조례 몇 건을 제정했다. 뒤이어 추경예산안을 심의 의결했고 지금은 2017년 결산안을 심의 의결하는 네 번째 회기가 열리고 있다. 회의가 열리지 않는 날에는 사무실로 찾아온 지역민을 만나 민원을 듣고 지역현장에 직접 나가 가능한 많은 분들과 만나려고 하지만 성에 안 찬다. 각 실과에 요청한 자료를 검토하며 담당공무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도 나누고 지역현안에 대한 다양한 대안도 토론해보고 있다. 틈틈이 예산이나 감사, 조례 제·개정 관련 자료를 읽으며 실전적응훈련도 하곤 한다. 하루하루가 배움의 시간이다.
지역주민들을 만나면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있다. ‘할 만하냐’ 하신다. 내 대답은 간명하다. “네. 할 만합니다. 보람 있습니다 밥값 제대로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빈번한 주문은 ‘의원사업비’와 각종 인허가 및 보조금 관련 민원이다. 솔직한 용기가 필요한 대목이다. 이미 누차 약속한 대로 의원사업비 쓰지 않는 의정활동 하겠다고 하면 당장 뒤따라오는 반문 ‘그러면 힘들 텐데...옳게 쓰면 되지 뭘 그리 예민하게 반응하냐’ 하신다. 내 생각은 이렇다. 각종 민원은 수집단계에서부터 공정하고 민주적이어야 한다. 나는 451개 마을의 현안을 속속들이 꿰차고 있는 마을대표 이장과 탄탄한 11개 읍면행정조직의 힘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 경로를 통해 수집된 민원의 시급성과 중요도를 따져 우선순위를 정한 뒤 계획적으로 추진하면 될 일이다. 그리고 의원은 행정이 제대로 집행하는지 감시하면 된다고 믿는다. 나는 최근 <국민디자인단>이라는 이름으로 금정면 청용리에서 실험하고 있는 주민자치의 모델에 주목한다. 지역민이 전문가그룹의 도움을 받아 직접 지역현안을 발굴하고 토론 같은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사업계획을 세운다, 더 나아가 예산계획까지 수립한다면 예산 낭비는 크게 줄이고 주민생활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믿는다. 주민참여예산제의 바로 원형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인허가와 보조금은 공정성과 투명성이 생명이다. 하나 덧붙이면 형평성이다. 기회는 고루 주어지되 어렵고 힘든 처지에 있는 군민들에게 더 자주, 더 빠르게, 더 따뜻하게 열려야 한다. 나는 그런 길을 여는 의원이 되고 싶다. 지난 추경에서 이장단 해외연수비와 군 체육단체 국외연수비를 삭감한 까닭이다. 당사자들은 무척 서운하겠으나 일선에서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이장들의 처우와 권익을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 이장단 일부를 해외로 보내 위무하는 것은 잘못된 처방이라고 생각했다. 떠올려보시라. 도민체전 성공을 위해 얼마나 많은 군민들이 땀 흘리고 애썼던가. 나는 지금도 5월 뙤약볕 아래서 성화를 맞이하고 공설운동장 그늘 막 하나 없는 곳에서 값싼 빵 한 조각으로 허기를 달래며 응원했던 어르신들의 고된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성공개최의 공은 바로 그 분들에게 돌아가야 마땅하다.
어디를 가나 술자리는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술 한 잔 권커니 잣커니 하는 게 인정이란 건 잘 안다. 술을 잘 마셔야 지역민과 친밀해지고 정치도 잘할 수 있다는 말씀도 듣는다. 맞는 말씀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술 냄새 풍긴 얼굴로 주민들을 만날 염치가 없다. 무엇보다 맑은 정신으로 주민의 얘기를 듣고 싶다. 더 나아가 연로하신 부모님을 떠올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부모님은 의원이 돼버린(?) 아들 덕에 지난봄부터 지독한 폭염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단 하루도 쉴 날이 없으셨다. 농사짓기 불편한 수로와 농로를 끼고 있어도 사사로운 민원 한마디 보태신 적이 없는 분이다. 나는 그런 부모의 기대에 부응해 정신 차려서 일해야 한다고 다짐을 거듭하고 산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입에 단 음식은 감각을 무디게 한다. 기름진 식탁은 정신의 긴장과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흐트러뜨린다. 의원들 일 잘하게 만들려면 적당한 허기와 소찬이면 족하다. 농부는 뱃심으로 일한다며 살 빼라는 아내의 잔소리를 눙치던 때가 엊그제인데 지금은 한 끼를 굶어도 줄지 않는 아랫배가 부끄럽기 짝이 없다.
정치는 곧 말이다. 딱 석 달 의원생활하면서 정치인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엄중한지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종종 말하는 자의 의도가 생략된 채 떠도는 말들로 듣는 이들의 가슴에 깊은 생채기를 내고 마는 일을 겪곤 한다. 말처럼 퍼 나르기 좋은 것이 또 있을까! 모든 갈등과 이간질은 바로 이 말에서 비롯한 것이니 갈등을 조정하고 화해를 모색해야 할 정치인의 입술은 아무리 무거워도 모자라지 않는 셈이다.
지역주민의 기대와 칭찬은 물론이고 지역 언론의 날카로운 비판과 쓴 소리조차 분에 넘친다. 무슨 얘기든 귀 기울여 듣고자 하고 어떤 민원인의 외침도 가슴으로 받아들이려고 한 지난 90일이었지만 그저 부족할 뿐이다. 몰라서 넘겨버린 일도 많고 알면서도 제대로 손대지 못한 일도 적잖다. ‘하늘의 새는 두 날개가 없으면 날지 못하고 땅위의 사람은 친구가 없으면 힘을 쓰지 못한다’ 는 몽골속담이 떠오른다. 뜻을 같이하는 군민들의 협력과 지지가 간절하다. 초선의원 김기천을 제대로 써먹으시라고, 영암의 변화와 새 길을 함께 꿈꾸어보자고 거듭 호소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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