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정승 삼녀지시비 개시(三女之是非 皆是)의 교훈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18년 10월 26일(금) 14:34
어느 날 황희 정승 집에서 일하는 여자 하인 둘이 손님맞이 준비를 하다가 말다툼을 벌였다. 한참을 다퉜지만 결론이 나지 않자 황 정승에게 달려가 현명한 판결을 구했다.
먼저 한 여종의 '손님맞이에는 음식부터 장만하는 게 옳지 않느냐'는 질문에 황 정승은 "네 말이 옳다!"고 했다. 이에 질세라 다른 여종도 나서서 '손님맞이에 집 안 청소가 우선이 아니겠느냐'는 질문을 하자 황 정승은 또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도 옳다"고 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부인이 따지듯 '이 말도 옳다고 하고 저 말도 옳다고 하면 대체 어느 쪽이 옳다는 말이냐'는 말에 황 정승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듣고 보니 부인 말도 옳소!"라고 답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모두 의아하게 여겼다. 이에 황 정승은 "모두 잘했다고 하니 그런 줄 알아야지 어쩌겠소. 서로 사소한 일에 양보할 줄 모르고 반드시 시비를 가리려 들면서 '제 탓' 아닌 '남의 탓'으로 돌리니 싸움이 일어나는 것이오"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한 번 쯤은 들어봤을 이 황 정승의 일화인 삼녀지시비 개시(三女之是非 皆是)는 시시비비를 가릴 때 모두의 의견을 경청하고 잘못을 스스로에게서 찾으라는 교훈을 준다.
그러나 요즘 사회 통신망의 발달로 일방적인 의사전달이 많아지고 듣기를 게을리하다보니 황 정승의 교훈은 바람에 흩어진지 오래고 연일 큰 사건과 사고가 야기되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됐던 '김포 어린이집교사 자살 사건'이 한 예다. 김포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아동학대 의심자로 지목되면서 마녀사냥을 당해 자살한 사건이다. 당시 맘카페(온라인 커뮤니티)에 피해자의 이모라는 사람이 자신이 학대 현장을 목격한 것처럼 글을 게재하며 어린이집의 실명을 공개했다. 내용에서는 직접 목격한 것처럼 써 놓고 마지막 문단에 자기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놨다. "봤냐고요? 아니요. 10여명의 인천 서구 사람들에게 들었다"라며 "날씨도 추웠는데 밀쳐져 마음마저 추웠을 조카를 생각하면 심장이 조여든다"라며 마무리했다.
이모는 그렇게 떡밥을 던졌고, 할 일이 없고 세상에 불만이 많았던, 그리고 별다른 생각이 이슈만 찾던 엄마들이 냉정을 잃고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며 그 떡밥을 덥석 물어버렸다.
소문이 일파만파 커져갔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이 올라갔으며 여교사의 신상이 공개되면서 여교사는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했다. 결국 가족과 약혼자를 남기고 억울함을 품은 채 자살에 이른다.
인터넷에서 논란이 됐던 '차돌박이 된장찌개 사건, 채선당 임산부 사건, 240번 버스 사건' 등은 이번 '어린이집 교사 자살 사건'과 같은 서사구조를 가진다.
먼저 피해자라고 밝힌 사람의 일방적인 주장이 사실인양 인터넷 상에 논란이 된다. 이때 상대방은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사람으로 표현된다. 상대방은 이미 지구상에 발을 붙이기가 힘들 정도로 압박을 받는다. 그러다 어떤 계기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면서 상황은 급반전 된다. 이때가 되면 초반에 여론몰이를 했던 피해자라던 사람과 그 사람의 말에 휘둘려 열심히 소식을 전했던 사람들은 '내가 언제 그랬느냐'며 자신의 흔적을 지우기 시작한다.
그런데 진실이 밝혀질 때에 이르면 가해자로 지목됐던 억울한 피해자는 이미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놓인 경우가 많다. 이런 얘기가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답답하고 안타깝다.
결국, 거짓말을 한 사람의 일방적 얘기에 휘둘려 자신도 모르게 또 다른 가해자가 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들이 황 정승처럼 한 번 만 더 긴 호흡으로 냉정하게 듣고 상대방의 말도 들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요즘에는 나쁜 뉴스에 휘둘려 일시적인 기분에 악성 댓글을 달아도 송사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조심하고 또 조심하면서 말 할 때나 들을 때 좋은 말을 하고 냉정하게 평가하고 내가 직접 본 것이 아니면 옮기지 말 것이며, 직접 봤더라도 사정을 모르면 확인할 때까지 기다리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영화 '타짜'에서 주인공이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마라. 그런 거 안배웠어?'라고 명대사를 날린 적이 있다. 참으로 시대를 뛰어넘어 곰곰이 곱씹어 볼 명대사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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