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현실의 ‘괴리’, 축산농의 ‘가슴앓이’

김명준 본지 편집국장

김명준 기자 gm119415@hanmail.net
2008년 09월 19일(금) 09:41
우리가 흔히 쓰는 바닷소금 즉 천일염이 식품으로 인정받은 것은 지난해 11월의 일이다.

그 전까지 천일염은 ‘식품’이 아니라 ‘광물’이었다. 즉 배추절임 등의 처리용으로만 활용될 수 있었을 뿐 천일염 형태의 판매나 수출은 불법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11월 말 ‘염관리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지난 3월부터 모든 식품의 제조나 음식물의 조리에 자연 그대로 가공되지 않은 천일염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우리의 법이 현실과 얼마나 괴리가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현실과 괴리가 있는 법 때문에 얼마나 많은 피해가 발생하는지를 보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프랑스의 ‘게랑드 소금’은 고가에 팔리는 세계적인 명품이다. 하지만 전남지역에서 생산되는 천연 미네랄이 풍부한 갯벌 천일염은 여기에 견줄 수 없을 만큼 맛과 품질이 뛰어나다. 그런데도 식품이 아닌 광물로 취급되면서 생산에 제한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드넓은 염전은 하나둘씩 사라져 지금은 전남 서남해안을 중심으로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문화재청이 최근에야 신안 증도의 태평염전 등을 문화재로 지정하고 나섰다. 만시지탄의 일이다.

물론 법과 현실은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법이 현실의 변화를 지나치게 따라잡지 못하거나, 법을 적용하는 사람의 잣대가 현실의 변화를 감안하지 못한다면 그 피해 또한 너무나도 크다.

실제로 영암등기소는 농민들이 지은 축사에 대해 ‘건축물이 아니다’는 이유로 소유권보존등기를 해주지 않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 축사는 영암군청 등 행정기관으로부터 건축허가, 건축물 신고, 사용승인 등을 받아 건축물관리대장에 올라 있는데도 정작 소유권보존등기만은 등기소에서 받아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고, 이 때문에 재산권 행사를 전혀 못하고 있다고 하니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등기소가 건물로 등기하기 위해 요구하는 조건을 채우다 보면 축사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형편인데도 “등기 불가”를 고집하고 있고, 다른 지역에서는 관련 법 규정을 현실적으로 해석해 등기를 해주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영암등기소가 과연 국민들을 위한 기관인지 의구심까지 든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축사를 지어 행정기관의 건축물관리대장에 올려놓고 재산세까지 납부해온 농민이 등기소를 찾아 소유권보존등기를 하려했던 이유는 축사를 담보로 시설자금을 받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영암등기소는 ‘축사가 강파이프구조의 기둥에 칼라강판지붕을 갖추고 있으나 커텐식으로 개폐가 가능한 1면 또는 2면의 벽면 또는 차단시설을 갖춘 정도로는 건물로서의 요건에 해당되지 아니해 건물소유권보존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등기선례를 내세우며 ‘축사가 건물소유권보존등기가 되려면 뒷면, 좌측 옆면, 우측 옆면 등 3면이 콘크리트로 3/4가량 쌓고 나머지 1/4은 강판으로 쌓는 등 완전한 벽을 갖추라’고 했다고 한다.

사방이 막힌 구조로 축사를 지었을 경우 더위와 환풍의 문제 때문에 소를 키울 수가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이점에서 등기소의 요구는 그야말로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더구나 지금 축산업의 현실은 미증유의 악조건임을 감안할 때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법 적용의 잣대는 횡포에 가깝다.

법이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어서는 안된다. 법적용에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법 앞에 평등이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접한 시군은 등기소장의 재량으로 보존등기를 해주는데 영암등기소처럼 원리원칙만을 고집하며 불가를 외치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된다. 더구나 엉터리 법 적용으로 힘없는 농민들이 재산상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면 문제는 그냥 넘길 수 없다.

법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면 개정되어야 한다. 법을 적용하는 이는 나날이 변화하는 현실을 감안해 법 적용의 잣대를 슬기롭게 들이대야 한다. 더구나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법이라면 과감히 법을 고쳐 그 피해를 막아주는 것이 공직자의 책무일 것이다.


김명준 기자 gm1194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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