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증하는 동·식물관련시설 건축인허가 대책 없나 이춘성 기자, 이승범 기자 yanews@hanmail.net |
2018년 11월 30일(금) 10:44 |
전문기업형 축산업자들 주도, 지역민 생존권 보전 차원 적극적 대응 절실
올 들어 축사와 돈사 등 동·식물관련시설 건축인허가가 폭증하면서 인적이 드문 임야에서부터 심지어는 막대한 국고가 투입되어 조성된 영산강 간척지에 이르기까지 마구잡이로 인허가 신청이 쇄도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관련기사 4면>
더구나 최근 동·식물관련시설 건축인허가를 신청하는 이들은 전문기업형 축산업자들로, 자금력을 앞세워 인허가를 위해 동의가 필요한 인근 주택이나 임야 등을 마구잡이로 사들이는 경우까지 있어 군이 정해놓은 '가축사육 제한거리'도 사실상 유명무실화 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군은 인허가 신청에 대해 관련 법규에 저촉되지 않는 한 인허가가 불가피하다는 식으로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미암면 호포리 돈사 신축 민원처럼 집단민원이 점점 빈번해지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개발행위에 대한 행정청의 재량권을 폭넓게 해석하고 있는 판례에 비춰 군이 지역민의 생존권 보존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인허가 심의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건축인허가 신청 실태
동·식물관련시설 건축인허가는 올 들어 말 그대로 '폭증세'다. 2007년 7월 농지법 개정에 따라 농업진흥구역에도 축사 건립이 손쉬워졌다. 축산업도 농업행위로 본 것이다. 이로 인해 축사건축인허가는 2008년 18건, 2009년 27건, 2010년 66건 등으로 늘어났으나, 이후 한해 20∼30건을 유지하다가, 2014년 21건, 2015년 33건, 2016년 54건, 2017년 78건으로 늘더니, 올 들어서는 11월 27일 현재 무려 150건에 이르고 있다.
부지도 인허가요건을 쉽게 충족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는다. 인적 드문 야산에서부터 영산강 간척지까지 신청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인허가 여부에 큰 관심이 쏠려있는 학산면 묵동리 돈사가 전자의 경우라면 미암면 호포리 돈사는 후자에 속한다. 특히 영산강 간척지의 경우 주변에 인가가 거의 전무해 인허가에 아무런 장애가 없다는 점이 악용되고 있다. 실제로 호포리 돈사 건축인허가는 사실상 유일한 장애가 현행 건축법상 축사 부지면적이 7천500㎡를 초과할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는 규정이다. 하지만 이를 피하기 위해 각각 명의를 달리해 부지면적을 7천495㎡로 쪼개 신청이 이뤄져 이역시 유명무실해졌다.
올해 폭증하는 축사건축인허가의 또 다른 문제는 신청이 주로 전문기업형 축산업자들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이다. 미암면 호포리의 경우 신청자는 경남 하동과 전남 고흥에 주소를 둔 이들로 영암군과는 관계가 없는 외지인으로 알려졌다. 학산면 묵동리의 경우도 무안에 주소를 둔 업자다. 이들은 특히 돈사의 경우 허가만 받아 되팔경우 큰 이권이 된다는 점에서 인허가를 얻기 위해 '검은 거래'도 불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영암에서는 지난 8월 학산면 묵동리 돈사 인허가를 빌미로 돈을 받은 혐의로, 전동평 군수 측과 대립해온 지역신문 대표가 구속되기도 했다.
■가축사육 제한거리도 무용지물
학산면 묵동리 돈사의 경우 '영암군 가축사육제한지역에 관한 조례'에 명시된 가축사육 제한거리도 무용지물일 정도다. 해당 업자가 제한거리 내에 있어 동의가 필요한 인가는 물론 해당 주민이 소유하고 있는 임야까지 웃돈을 줘가며 모두 사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업자는 더 나아가 부지 인근의 근로자 기숙사까지도 매입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허가의 걸림돌을 자본력을 앞세워 아예 제거해버린 것이다.
학산면 묵동리의 경우 지난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동평 군수가 마을이장에게 '절대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취지의 약속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업자가 이처럼 집요한 대응에 나서면서 결국 군은 11월 29일 군 계획심의에 묵동리 돈사 건축인허가 건을 상정해 주민들은 분개하고 있다.
■대책은?
학산면 묵동리 돈사에 대해 군은 '허가를 내주지 않을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미암면 호포리 돈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호포리의 경우 영산강간척지로, 이번 인허가가 이뤄지면 막대한 국고를 투입한 영산강 간척지가 동·식물관련시설 건축인허가가 집중되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일단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해당지역 주민들이나 군민들은 군이 법 해석에만 매달려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할 일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기천 영암군의원(정의당)은 "학산면 묵동리의 경우 현재도 무려 21곳에 이르는 축사가 있고 돈사만 4곳이며, 로프공장 등 공장도 3곳이나 돼 더 이상 축사 허가가 난다면 주민생존권을 더욱 위협하게 된다"면서, "개발행위에 대한 행정청의 재량권을 폭넓게 해석하고 있는 판례도 있는 만큼 군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군은 최근 축사 인허가가 폭증함에 따라 가축사육 제한거리를 대폭 늘리고, 축사 등이 들어서서는 안 될 간척지나 청정지역 등에 대해 3년 동안 지정(1회에 한해 2년 더 연장 가능)할 수 있는 가축사육 제한구역을 새로 설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조례 개정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춘성 기자, 이승범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