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의원 생활 6개월의 회한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
2018년 12월 07일(금) 14:32 |
포기하지 말라고 설득하고 싶어 부인과 통화를 했다.
월 80만원을 받는 일을 하는 민원인은 치매 걸린 시어머니를 보살피느라 충분한 생활비를 벌 수 있는 경제활동이 불가능했다. 가슴이 미어졌다. 게다가 아들은 고3이고 딸은 대학생이다. 어떻게 한꺼번에 이런 고난이 들이닥칠 수 있는가?
“우리 좀 살려 주세요!” 울먹이는 민원인의 말에 “어떻게!∼”하는 탄식만 나올 뿐이었다. 함께 울어 버렸다. 통화하는 내내 같이 우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읍사무소와 군청에 전화하고 국회의원에게도 알아봤지만 모두가 법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 가슴이 무너졌다. 나도 이러는데 당사자 심정은 어떨까?….
다행히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아 병원비 감면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주는 것으로 병원치료를 포기하는 것이나마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한 것이 아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아직도 계속하고 있다. 이런 고민에 대한 답을 찾고, 제도를 마련하는 일들을 해야 하는데, 전남도의원의 일정이 만만치가 않다.
전남도의원에 당선된 지 6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밀려드는 민원과 파악해야하는 도정업무, 검토해야하는 각종 조례와 자료, 각종 행사 참석 등으로 영암과 전남도의회를 몇 번씩 왕복하며 하루하루가 지나간다.
영암군의원 때보다 넓어진 지역구이기에 민원이 조금은 늘어나는 정도겠지 라고 예상했었는데 완전히 오산이었다. 지역구 민원뿐만 아니라 전남 전 지역에서 민원상담이 들어온다. 멀리서 오겠다고 하니 일정 조절이 안 되면 행사 참석을 취소하고 민원 상담 약속을 잡는다. 그동안 얼마나 속앓이를 했으면 직접 만나러오겠다고 할까 하는 마음에 의회 일정에 결석할 수는 없는 것이어서 주로 행사 참석을 취소하는 경우가 많다.
전남도의회는 상임위원회 위주로 의정활동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모든 분야를 다루던 영암군의원 시절보다는 조금 한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것 역시 오산이었다.
전남도의회 보건복지환경위원회의 업무가 군정 전반의 업무보다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예산으로만 비교해 보아도 영암군 예산이 5천억원대라면 보건복지환경위원회의 예산은 2조원대에 이른다. 그러다보니 업무량도 방대해서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심의기간에는 밤 10시까지 회의가 진행되곤 한다. 도정질문부터 행정사무감사, 2019년 본예산 심의까지 쉼 없이 일정이 잡히다보니 준비기간이 부족해 고등학교 시절 기말고사를 보듯이 매일매일 다음 날 있을 해당 사무국의 업무를 공부하느라 밤 12시를 넘겨 의회 사무실에서 퇴근하기 일쑤다. 40여일을 내리 그렇게 다니다보니 임파선염이 생겨 병원신세까지 져야했다.
또 인사를 다녀야하는 행사는 왜 이리도 많은 것인지.
영암군 행사와 전남도 행사를 모두 챙기려니 역부족이다. 하루에 여섯 일곱 군데를 다녀도 못 간 곳이 생긴다. 안가면 서운해 하시는 분들이 계시니 가능하면 참석하려 노력하지만 행사만 쫓아다니다 언제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결례를 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약속을 잊기도 하고 전화 통화한 민원 내용을 잊어버리는 일도 발생한다. 큰 실례가 될 것임을 알면서도 나의 뇌 용량을 초과해 넘쳐나는 것들을 잡을 도리가 없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가족을 살게 해달라던 기초생활수급자 가족과 같은 울부짖음을 못 듣고 지나가는 사정들이 수없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든다.
모든 사정들을 다 담아내지는 못할지언정 하나라도 더 챙겨내기 위해 정신줄을 단단히 잡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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