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신랑 바람 피우고 내 애간장 다 녹았어"

금정면 세류리 봉황동 윤 순 임할머니(94세)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2008년 10월 09일(목) 19:02
항상 활동하시며 일 즐겨
“딸들 보고 싶은디 안와…
일 많이허먼 건강허고 오래살어”
“생전 재미지게 못 살았어, 우리신랑 바람만 피고, 먼디다(먼 곳에) 작은각시 얻어놓고… 내 애간장 다 녹았어, 내가 이야기를 허자먼 오늘 하루도 다 못혀”

그렇게 미운 할아버지이건만 할머니는 줄곧 “우리신랑, 우리신랑”이라 했다.

아무리 미운 남편일지라도 부부란 미워할수 없는 사람, 어쩔수 없는 인연(?)인가 보다.

금정면 세류리 안산 봉황동마을에 사시는 윤순임(94) 할머니. 강진군 도암면 항촌 해남윤씨 집성촌이 고향인 할머니는 17살에 가마타고 금정면 수성최씨 집안으로 시집왔다.

“동짓달 열 엿셋날이었어”

그 나이에도 가마타고 오시던날을 정확히 기억하고 계시는 윤 할머니. 할아버지와 9살 새다.

“점쟁이가 그런디 본래 내가 명이 잘룬디(짧은데) 나이 많이 먹은 사람한테 시집보내면 오래산다고 혔어”
딸 오래오래 잘살기를 바랐던 친정 부모님들이 9살 연상인 할아버지(최윤옥)와 짝을 지어주셨단다.

“우리신랑 일제때 징용갔다 왔어… 시아버지는 일본군에 총맞아 돌아가셨어”

시아버지는 한말 이 지역 의병을 이끌었던 신남호 장군 휘하에서 중군장으로 맹활약했던 의병장 최재현 장군이시다.

젊었을 적 할머니는 바느질 솜씨가 무척 고으셨다고 한다. 인정받는 바느질 솜씨인지라 이곳 저곳에 바느질 품을 많이 팔았다. 자식들 옷은 모두 손수 바느질을 해 입혔다.

“내 바느질로 돈 벌었제… 모시 질쌈, 미영, 명지 질쌈 다 해봤고, 누에도 쳤어”

“우리신랑? 농사 쪼까 짓다가 말다가…”

4남 2녀 6남매를 키웠다. 큰 아들 최병휴(73·농업)씨 내외가 할머니를 봉양하며 산다. 막내아들(최강·50)이 속병이 있어 병원신세를 지고 있는 것이 항상 마음에 걸린다. 자나깨나 막내아들 걱정 뿐. 자식보다 먼저 가는 것이 소원이라고.

먼 곳에 사는 딸들이 보고 싶다는 할머니. “딸들 안오니까 괘씸혀. 보고싶은디… 미안허다고 전화만 혀싸”
할머니는 생전 집안에 가만히 앉아계시질 못하고 항상 활동하시며 일을 즐기신다. 올 여름 내내 무더운 날에도 산비탈 밭 혼자서 다 메셨다.

나이가 믿기지 않을만큼 정정하신 걸음걸이, 붉은 혈색과 검은 머리, 고르고 흰 이. 참 곱게 늙으셨다.
그토록 건강하신 비결을 물으니 “일 많이허고 고상 많이허먼 건강허고 오래살어”라고 하신다.

할머니 오래 건강하세요!

/변중섭 기자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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