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직불금, 그 허와 실에 대한 소회(所懷)

정재학 영암도포중학교 교사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2008년 10월 23일(목) 20:11
요즘 쌀 직불금 문제로 나라가 어수선하다. 이봉화 차관이 물러가고, 농민단체는 논을 갈아엎고 일부 좌익들은 이 기회를 이용해 다시 국민선동을 하고자 촛불시위에 나서고 있다. 이 와중에 안티이명박 카페를 운영하면서 촛불집회를 선동하다가 검거를 피해 조계사로 피신한 자가 검거되었다. 쌀 직불금 촛불시위에 가담하려고 조계사를 빠져나가다가 체포된 모양이었다

난 농촌 출신이다. 그래서 농삿일이란 트랙터 모는 것만 빼고 모두 다 해봤다. 지금도 관사 텃밭을 갈아 농사를 짓고 있다. 올해도 아마 논농사를 제외한 밭작물은 거의 다 심었던 듯싶다. 지인(知人)이 와서 둘러보고 하는 말이 “아예 농업박물관이네, 뭐.”할 정도다. 언젠가 심은 작물을 헤아려 보니 37가지던가. 그만큼 흙 만지는 것을 좋아하고, 또 그만큼 농촌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농촌의 고단함도 나는 잘 안다.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의 노동이란 옛 선비들의 목가적인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아예 형벌에 가까운 고통이다. 괭이질을 하다 숨이 턱 차오를 지경이면, 뚝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에 젖어서 눈이 감길 정도다. 눈은 쓰라리고 열은 온몸을 벌떡거리게 하고, 물을 찾아서 그늘에서 쉬고 있으면, 온 혈관이 부풀어 터질 지경이다.

흙일을 업(業)으로 하는 것도 아니라서 이 정도지, 만약 직업으로 하는 전문 농삿꾼이라면 어떻겠는가. 힘이 닿는 한 땅을 벌어야 하니, 쉴 틈이 어디 있겠는가. 일을 끝낼 때까지 노동은 한정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땅에서 나오는 소득으로 부모 봉양과 자식 부양에 바쳐야 할 것이니 쉬고 놀 여유가 어디 있을까.

그러나 힘든 노동이야 그저 노동이라 치지만, 풍년이 들어도 걱정, 흉년이 들어도 걱정인 게 농민이다. 올해는 배추가 풍년이고 배가 풍년이고 온갖 과일이 다 풍년이어서 농민들은 팔리지 않은 작물을 보면서 환장을 한단다. 결국 논을 갈아엎고 배추밭을 갈아엎는 장면이 TV 보도 화면에 들어온다.

그래서 국가는 이 손실을 보전해 주려 쌀 직불금 제도를 만들었다. 손실보전에 대한 안전장치인 셈이다. 쌀의 경우, 이 직불금은 두 가지로 나뉜다. 직불금은 농지 1ha당 60∼70만원씩 일괄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직불금과 정부가 목표로 정한 쌀 1가마니(80kg) 값과 현지 시세 차액의 85%를 보상해 주는 변동직불금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정부가 목표한 쌀값보다 현지 시세가 1만원 정도 낮을 경우, 1가마니 당 차액인 85%인 8500원을 정부가 현금으로 지급한다.

참으로 좋은 의도의 정책이지만, 이 직불금을 농부가 아닌 땅임자가 타먹는다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가난한 농민에게 가야 하는 쌀 직불금.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나는 간척지 인근에서 누군가는 억대에 가까운 고정직불금을 받는 농민도 있다는 것을 안다. 얼마나 논이 많은지, 농사를 짓는 시늉만 하여도 수천만 원이 들어오는 논 많은 부자 농민.

그리고 이에 비해 몇 마지기 정도 땅임자의 논을 빌려 짓는 가난한 농민. 이들은 1년 단위로 계약을 하여 농사를 짓는다. 이 가난한 농민에게 직불금이 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나,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땅을 빌린 계약상황을 관청이 어떻게 아느냐는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관이 지주와 소작인 사이에 이루어진 계약을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면이나 군에서 그 일을 확인한다는 것은 조사인력의 태부족도 이유지만 매년 변동하는 상황을 어떻게 해마다 조사하고 지불하느냐는 문제. 그리고 계약의 부자유성도 불가능의 이유가 된다. 땅임자가 소작을 주는 대신 직불금 포기를 요구하면 거기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소작인들의 현실이다. 그리고 누가 농촌에서 농사짓는 계약을 서류로 일일이 하겠는가. 이러니 직불금이 가난한 농민에게 가는 일은 절대 없다.

그래서 직불금은 모두 자기 땅으로 손수 짓는 자작농이나 땅임자에게 간다. 소작인은 직불금 근처에 갈 수 없다. 현실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무원이 이 직불금을 받은 일은 묵과할 수 없다. 우리나라 공무원의 도덕성과 인간적인 양심이 얼마나 더럽냐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우리는 공무원 개혁을 위해 이 일을 덮어둘 수 없다. 공무원 봉급으로 괜찮은 삶을 살면서도 그 몇 푼 안 되는 돈까지 탐내는 탐욕. 그런 자들이 나랏일을 양심적으로 하리란 생각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대대적인 사정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우리의 국운(國運)이 왕성하는 길은 무엇보다 이 일을 수행할 공무원의 자질에 달려있다. 찾아오는 국운(國運)을 나라 발전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선 대한민국 공무원들의 자질 개선과 도덕성 함양은 무엇보다도 우선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쌀 직불금 문제에 관계된 공무원은 모두 엄격하게 밝혀내고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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