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영암과의 정서적 교감”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2009년 02월 13일(금) 14:04
이 충 렬 감독 아버지께 반성문 쓰는 마음 성원해주신 고향분들께 감사 영암에서 상영·사인회 계획 서호면 성제리가 고향. 무송동 마을 이순균(75·부)·김정숙(68·모)씨의 3남 1녀중 차남인 이충렬(43) 감독. 서호초, 서호중학교와 대동고, 고려대를 졸업한 이 감독은 방송 3사의 외주 다큐멘터리 제작 PD 15년의 경력이다.
그동안 본인이 제작한 애니메이션과 논픽션 다큐멘터리는 수 백편. 이번 자신의 작품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워낭소리’의 예기치 못했던 흥행에 따라 매일 쇄도하는 언론매체들의 인터뷰 요청에 요즘 적잖이 바쁜 이 감독이 지난 9일 고향 영암과 본사를 찾았다.
이 감독은 기자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많은 질문에도 불구하고 겸손함을 잃지않고 성의를 다해 답했다. 인터뷰 내용을 요약한다.

▲영암군민들의 관심이 대단하다. 고향분들께 하고 싶은 말은?

- 제 삶의 모든 에너지의 원천은 고향 영암이다. 사정상 경북 봉화군을 배경으로 했지만, 작품 저변에 녹아있는 것은 고향분들과의 정서적 교감이다. 제가 낳고 자란 고향 영암을 기반으로 한 모티브이고, 영암의 정서가 그만큼 많이 담겨 있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성원해주신 고향분들께 감사드린다.
▲’워낭소리’ 제작 의도는 무엇인가?
- 이땅의 모든 아버지들께 사죄하는 마음으로, 특히 고향분들께, 아버님께 반성문을 쓰는 마음으로 제작했다. 한국의 어머니 아버지들의 삶과 정신을 보여주자는 의도였다. 할머니, 할아버지, 늙은 소 이들은 운명공동체 같은 존재다. 이들의 ‘관계’에 촛점을 맞추면서 땀의 소중함을 배웠다. 삶, 노동, 쇠락, 늙어감, 농촌의 어려움… 거기에 투영되는 우리 부모님의 모습을 봐달라.
▲남도에서 대상을 찾고 남도를 배경으로 할 의도는 없었나?
- 영상미 뛰어난 남도를 배경으로 하고픈 생각이 왜 없었겠는가? 그러나 고향 영암을 배경으로 한다는 것은 아버님께 더 큰 죄를 짓는 것 같았고 아버님이 무서웠다. 지리산 계곡의 한 마을에서 소를 찾았고 그곳을 대상으로 하려 했지만 제작 전 소가 죽는 바람에 포기해야 했다. 지리산 자락의 아름다운 영상을 담지 못하게 된것이 아쉽다. 배경이 어디든 모두가 우리들 마음속의 고향이다.
▲감독 자신이 생각하는 흥행 돌풍의 원인은 무엇인가?
- 7080세대들에게는 생생한 고향에 대한 추억과 유년의 기억을 끄집어냄으로서 감성을 자극한 것이 한 이유다. 20대 에게는 새로운것을, 그리고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재의 차별성이 흥미를 끌었다. 또 경제적으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하소연 하고픈 곳, 의지하고픈 곳을 찾던 사람들에게 잔잔한 고향에 대한 추억과 향수는 울고싶을 때 실컷 울어버릴 수 있는 꺼리를 제공했던 것 같다.
▲어느정도 흥행을 예상을 했나?
- 많아야 관객수 10만명 정도를 예상했었다. 이렇게 반응이 좋을줄 몰랐다. 그러나 판이 너무 커져 당황스럽다. 이젠 앞만 보고 달려가는 수밖에 없다. 영화가 뜨는 만큼 제 자신 행동과 말 한마디가 모두 조심스럽다. 현재 상황으로 미루어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은 흥행을 누릴지 예측할수 없다.
▲절제와 대조의 기교가 돋보인다. 영농기계와 쟁기질하는 소, 고급승용차 옆에 주차된 소와 달구지, 미국산 소 수입반대 시위대 앞을 지나는 소 달구지 등 대조되는 장면은 감독이 의도한 것인가?
- 그냥 자연스런 일상 속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그것은 엄연한 ‘농촌풍경’이다. 연출했느냐는 말을 많이 듣지만 아니다. 촬영 당시 시위대는 진짜 시위대였고, 갑작스럽게 나타난 소달구지 때문에 시위대들이 더 많이 당황하는 코미디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동시대의 같은 장소와 같은 시간 속에 소의 두 가지 모습이 존재한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앞으로의 다큐멘터리나 극영화 제작 계획은?
- 詩처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보이지 않는 내면의 이야기, 일상의 소소로운 일, 삶 속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을 가슴으로 느낄수 있는 다큐멘터리와 고향 영암의 정서와 소재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싶다. 또 나의 표현 능력이 가능하다면 극영화도 해보겠다. 표현상의 문제이지 장르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고향 영암에서 ‘워낭소리’ 특별상영할 계획은 있나?
- 있다. ‘한국독립영화협회’를 통해 군과 협의를 할 계획이다. 상영 때 사인회도 갖을 예정이다.
/변중섭 기자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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