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계획하는 선진적 의원연수를 바란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2019년 01월 11일(금) 15:01
정기영 세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들이 캐나다 공무국외여행 중 현지 가이드를 폭행하고 접대부를 부를 것을 요구해 논란이 거세다. 물론 예천군의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일탈 행위는 그간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최근의 예로 지난 2016년 7월 충북도의원들의 '수해 중 해외연수'를 들 수 있다. 당시 김학철 도의원의 '레밍 발언'까지 더해져 지방의회 해외연수 문제가 이슈로 대두되었지만 곧 흐지부지됐다.
6·13 지방선거 당시 정의당은 외유성 해외연수를 아예 없애고, 소속 의원들의 해외연수 참여를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해외연수 뿐 아니라 그간 지방의회 의원들의 일탈 행위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고, 때문에 지방의회 무용론도 걸핏하면 등장한다. 그러나 지방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반이다. 지방의회의 역할을 제고하고 싶다면 해외연수도 잘 발전시키면 된다.
해외연수가 논란이 되는 것은 연수 명목과는 달리 관광성 외유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연수 후 보고서에 나오는 장소는 우리가 익숙한 장소이다. 인도의 경우 가령 타지마할·아그라성 등이 들어간다. 영암군의회 의원들이 2017년에 다녀온 싱가포르의 경우도 머라이언 파크, 센토사 섬 등이 필수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TV 예능 <꽃보다 누나> 흥행 직후에는 크로아티아 등으로 지방의회 연수가 몰리기도 했다. 일정이 비슷하면 당연히 보고서도 비슷하게 나온다. 굳이 갈 필요도 없이 보고서만 공유해도 기본 목적은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지방자치법에는 지방의원들에게 연1회 선진지 해외연수 기회를 주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은 관광성 외유라면 국민 정서와도 동떨어지고 차라리 폐지하는 것이 낫다. 그렇지 않다면 해외연수의 방법을 획기적으로 고쳐야 한다. 일반적으로 현재의 여행사를 이용하는 방식의 경우 일반 패키지 일정하고 똑같이 짜고, 중간에 견학 시설을 잠깐 방문하는 형식이 대부분이다. 패키지 일정에서 '관광'이라는 용어를 빼고, '방문' 내지는 '견학'이라는 용어를 쓴다고 표현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런 가운데 충북 제천시의회 일부 의원이 자비로 해외 테마답사를 다녀와 눈길을 끈다. 제천시의회에 따르면 의원 3명이 최근 개관한 제천 의림지 역사박물관에 접목할 수 있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 일본 오사카와 교토 지역 박물관과 저수지 등을 둘러보고 왔다고 한다. 직접 계획하고 여행사 도움 없이 스스로 일정을 소화했다고 알려졌다.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사례도 매우 배울만 하다. 5명의 의원들은 덴마크와 독일로의 연수를 준비하면서 여행사를 배제하고 의원들이 직접 일정을 짜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기관 방문 등을 협의했다. 관광지 견학은 아예 뺐고 현지에서 이동할 때도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했다고 한다. 연수 일정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도민들과 공유했다. 해외연수의 선진사례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즉 이렇게 몸으로 체험하는 연수야 말로 도움이 되는 연수다. 단체버스가 아닌 현지의 대중교통을 이용해야만 우리의 대중교통과 비교할 수 있고, 직접 방문지를 찾아가 봐야 현지의 사정과 우리의 사정을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언어와 현지정보 등의 어려움을 호소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 기초자치단체에도 우수한 젊은 공무원들이 많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주변의 대학의 이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대학은 비교적 현지경험이 많은 교원들이나 최근에는 학생들의 도움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같이 동행하는 젊은 공무원이나 대학생들의 도움으로 휴대폰기반 위치정보를 이용 목적지를 찾아가 보고 그 과정에 전철, 버스 등을 현지주민들과 함께 타보고, 현지 주민들이 가는 시장, 골목식당 등에서 식사하고, 그런 경험을 한 후에 현지 국가의 지방공무원, 지방의원들과 대화를 한다면 정말 의미 있는, 직접 의정에 도움을 주는 해외연수가 될 것이다. 가능하다면 대학의 기숙사나 민박을 이용할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하루 밤 자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연수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선진적 해외연수가 우리 영암군에서도 실시되었다는 뉴스를 빨리 접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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