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파1저수지 관련 대법원 판결 큰 파장 농어촌공사 영암지사, "관리권 상실로 수혜구역 유지관리 불가능"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
2019년 01월 18일(금) 09:58 |
서호면 엄길리 학파1저수지가 농어촌공사 명의의 농업기반시설이 아니라는 대법원 확정판결의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그동안 저수지를 유지 관리해온 농어촌공사 영암지사가 대법원 판결로 관리권을 상실함에 따라 수혜구역 유지관리가 불가능한 상황임을 관련 농업인들에게 통보하면서, 지역민들 스스로 저수지 소유자들과 관리방안을 협의해야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특히 농어촌정비법에 저수지 소유자가 개인이더라도 농업생산기반시설에 대해 선량한 관리의무가 있음을 명시하고는 있으나, 국가 외 4곳으로 나뉜 토지소유 구조 상 이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때문에 자칫하면 당장 올 영농에 큰 차질을 줄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3일 농업법인 신안이 낸 '농업기반시설등록 및 공사 관리지역 편입처분 무효청구' 행정소송에서 "서호면 엄길리 1345번지 유지 51만937㎡ 상의 학파 제1저수지에 대해 피고인 한국농어촌공사가 한 1997년 3월 20일자 농지개량조합구역 편입처분과, 또 다른 피고인 전남도지사가 한 2002년 1월 24일자 농업기반시설 등록처분은 각각 무효임을 확인한다"며, "한국농어촌공사는 원고에게 서호면 엄길리 1345번지 유지 51만937㎡를 인도하라"고 확정 판결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1997년 당시 영암농지개량조합이 조합구역으로 편입한 학파저수지는 옛 농지개량조합법 제18조 조합구역 편입요건 중 국가, 지방자치단체, 농업기반공사가 설치한 기반시설이 없고, 1996년부터 1997년 사이 학파지구경지정리사업으로 서호양수장 용수간선과 학파저수지가 연결된 사실은 인정하나 그 지역은 조합구역으로 편입할 수 없는 지역이므로 영암농지개량조합의 조합구역 편입처분은 위법하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또 조합구역 편입에는 조합원 3분의2의 동의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당시 경지정리사업 및 조합구역 편입동의서상 조합원인지 여부가 불분명해 편입절차상의 하자가 존재하고, 편입절차과정에서 사전공고, 농림부장관의 승인이 이뤄졌다는 증거가 없다고도 판시했다.
대법원의 이 같은 판결의 취지는 학파1저수지가 옛 영암농지개량조합의 조합구역 편입에 따라 농어촌공사가 관리하기 이전인 1997년 개인 소유 상태로 되돌려졌다는 의미다.
영암지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학파1저수지에 대한 영암지사의 관리권이 상실됐다”면서, “더 나아가 현재 추가적인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수혜 구역 농업인들에게 저수지 관리와 관련된 조언이나 향후 계획 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히기 어려운 입장에 처했다”고 토로했다.
이는 영암지사가 지난 1월 9일 학파1저수지 수혜민들에게 보낸 안내문을 통해 “대법원 판결로 수혜구역에 대한 영암지사의 유지관리가 불가능하게 됐다”면서, “수혜민들이 저수지 부지 소유자들과 협의하는 등 수혜구역 및 저수지가 선량하게 관리되도록 노력해달라”고 한발 물러선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당장 학파1저수지를 이용하는 지역민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저수지 소유자들과 협상을 통해 저수지 유지 및 관리방안을 논의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지역민들이 스스로 움직이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데다, 저수지 소유자가 제방을 소유한 국가 외에 4곳으로 나뉘어 각각 협상을 벌여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리주체가 없어진 학파1저수지에 대한 새로운 관리 및 운영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학파1저수지 관계면적인 서호면 엄길리 일대 426㏊의 논에 영농차질이 우려된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 학파1저수지 대신 영산강물을 공급하면 서호양수장으로 가는 농업용수가 그만큼 줄어들어 미암면과 삼호면 일대 농경지가 물 부족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누구보다 영암군이 지역민들을 중심으로 대책위원회를 신속히 구성하도록 독려하는 한편, 토지 소유자들과 연결해 저수지에 대한 선량한 관리의무를 다하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농어촌공사도 관리권 상실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학파1저수지에 대한 관리권 회복 방안을 신속하게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실제로 영암지사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후속조치로 일단 수혜민들로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저수지 소유자들과 협력해 올 영농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한편, 국가 소유인 제방에 대한 농업기반시설등록 및 학파저수지와 수혜구역을 포함한 학파지구 전체에 대해 공사관리지역으로 신규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소유자들로부터 토지를 매입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현재 농업법인 신안이 2015년에 낸 부당이득반환청구 민사소송이 계류 중인데다, 농업법인 서호랜드도 2018년 토지인도 및 부당이득반환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해놓은 상태여서 농어촌공사가 당장 움직일 여력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한편 1962년 준공된 학파1저수지 전체면적은 82만㎡로, 이 가운데 국가 소유는 4%에 불과하고, 농업법인 서호랜드가 30%, 농업법인 신안이 6%, 학파농장 36%, 신승남(전 검찰총장)씨 24% 등으로 나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농업기반시설로 관리되어오다가 법적분쟁을 통해 저수지 소유권이 개인에게 넘어간 사례는 경주지사의 허영저수지 사건에 이어 이번이 전국에서 두 번째 사례로 알려지고 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