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끝낸 연주

미암서초등학교 현악반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2009년 02월 13일(금) 14:33
17일 마지막 졸업식 후 폐교… 연주회 준비

‘올드랭사인(Auld Lang Syne 석별)’을 연주하는 동안 눈물을 글썽이는가 싶더니 연주를 마치고 결국 몇몇 고학년 아이들이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지휘 선생님이 달래는 사이 손등으로 눈물을 훔쳐내고, 다시 베토벤 ‘No.9 합창’ 연주가 시작됐지만 교실 분위기는 왠지 서글프고 숙연하기만 했다.
미암서초등학교(교장 나순옥) 현악반 학
생들이 오는 17일에 있을 마지막 졸업식에서 연주할 곡을 한창 연습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날엔 미암서초등학교 학생으로서는 마지막 연주회가 된다.
오는 3월 초 개학과 동시에 미암초등학교와 통합되는 미암서초등학교. 지난해 3월 나순옥 교장이 부임하면서 창단된 전교생 37명으로 구성된 미암서초등학교 현악부는 그동안 적잖은 연주회를 가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전교생 전원이 연주에 참가한다는 것과 이들의 수준급 연주 실력에, 그리고 폐교를 앞둔 학교의 현악반이라는 아쉬움에 많은 이들이 갈채를 보냈다.
지난해 11월 월출학생예술제에서, 12월 영암군민예술제에서도 현악반은 멋진 연주솜씨를 선보여 지역민들로부터 많은 사랑과 찬사를 독차지 했다.
현악반은 “농촌 학생들에게 악기를 접할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특기계발 등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시작했다”는 나순옥 교장의 소신있는 교육정책의 산물이었다.
방과후학습으로 진행된 현악반은 아이들의 열의도 대단했고, 목포에서 한달음에 달려와 지도를 맡아준 한정근(57) 선생의 힘도 컸다. 영암교육청이 악기를 대여해주는 등 많은 도움을 베풀기도 했다.
콘트라베이스 3, 첼로 6, 바이올린 28명의 어린 연주자들은 통합되는 미암초등학교에서도 계속 활동될 예정이어서 다소 희망적이긴 하지만, 오는 17일 이들의 마지막 연주회는 서글픈 연주회가 될것 같다.
/변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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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암서초등학교 나순옥 교장
“더 좋은환경 만나게될 아이들
자신감과 희망 심어줘야지요”

“마음이 허허롭습니다”

얼마후 폐교를 앞둔 미암서초등학교 나순옥(58) 교장은 아쉽고, 슬프고, 안타깝고, 가슴 휑한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듯 그저 “마음이 허허롭다”고 답했다.

“방학중 텅빈 학교를 둘러보면서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그러나 아이들이 더 많은 친구글을 만나게 되고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 희망적입니다”

“그동안 두 학교가 단체행사를 함께 치렀고, 협동교육(통합교육)을 실시해 왔기때문에 통합 후에도 아이들이 쉽게 적응할 겁니다. 단지 교육 장소만 바뀔 뿐이지요”

그러나 모두들 희망찬 새학기를 준비하고 있는 시기에 폐교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기만한 나 교장은 “더이상 이처럼 폐교되는 학교가 있어서는 안되겠어요. 너무 가슴아프거든요”라며 말을 이었다.

“동문과 학부모들의 심정 저변에 아픔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그러나 통합되는 학교에서도 특기계발 교육프로그램은 지속되고, 특히 현악반은 그대로 존속시키기로 약속해 학부모들이 안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 교장은 광주교육대학을 졸업하고 광주교대 목포부설초등학교에서 첫 교편을 잡은후 무안초등학교, 청계남초등학교 교사, 목포석현초등학교 교감을 거쳐 지난해 3월 미암서초등학교에 초임 교장으로 부임했다.

미암서초등학교는 1966년 개교이래 오는 17일 제38회 졸업생 8명을 포함해 총 1천403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3월초 폐교된다.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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