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마디가 된 사람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
2019년 01월 25일(금) 15:57 |
정찬열 군서면 도장리 출신 미국 영암홍보대사 |
시 묶음을 꺼내 들추어 보던 중, '당신'이라는 시 한 편에 눈길이 멈췄습니다.
"대숲이 / 바람에 쓸린다 // 속 빈 대나무를 저리 / 높이 키워 올린 것은 / 거센 바람에 낭창 휘어지다가 / 버팅기며 끝내 일어서는 것은 / 짱짱하게 받쳐 준 / 마디 / 때문이다"
'당신'이 누구일까. 여리디 여린 나를 여기까지 데려다 준, 내 인생의 길목에 '마디'가 되어준 사람이 누구였을까. 아내 얼굴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차근차근 사람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갑니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나를 위해 바쳐진 수많은 분들의 애정과 헌신에 대해 생각합니다.
살을 에는 바람이 불던 서울 밤거리, 갈 곳 없는 나를 따뜻이 맞아주던 친구 동하, 득춘이, 등록금 3만원이 부족하여 애를 태울 때 생활비를 축내어 선 듯 보태준 양자누님…. 내 삶의 고비고비에서 넘어지지 않도록 붙잡아 주었던 얼굴들을 떠올립니다.
내게 상처를 남겨준 사람도 함께 생각납니다. 견딜 수 없는 일을 견뎌내야만 했던 때가 있었지요. 그가 던진 가시 돋힌 말, 무례한 행동은 지울 수 없는 상흔으로 남았습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그 또한 모두 저에게 약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내 인생의 스승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어차피 누군가의 제자이면서 동시에 스승이기도 합니다. 파도가 서로 어깨동무를 하여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주면서 대양을 건너오듯, 사람도 결국 뒤엉켜 살고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 속에서 깨닫고, 삶 가운데 가르치면서 함께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돌이켜보면, 덕택으로 살아온 인생입니다. 스물한 살 늙은(?) 녀석을 고등학교 신입생으로 받아준 교장선생님, 대학 문턱도 밟아보지 못할 뻔 했는데 방송통신대학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학교가 불쑥 생겨나 대학이란 곳을 갈 수 있었던 일. 등록 기일을 넘겼지만 입학을 허락해준 총장님. 감사할 일이 참 많습니다..
내 생의 '마디'를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입니다. 약하디 약한 나를 지금에 이르도록 보살펴준, 거센 바람에도 짱짱하게 버팅기며 마침내 일어설 수 있게 한 '마디'를.
선생님, 당신의 삶에도 마디가 되어준 사람이 있었나요. 우리 지금부터 서로가 서로에게 마디가 되어주지 않으시겠습니까. 이 한 해, 저로 인해 당신이, 선생님 덕택으로 제가, 더 단단해지기를. 그리고 더 깊어지고 넓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머잖아 시집이 묶여나와 출판기념식에 선생님을 초대할 수 있게 된다면 참 행복하겠습니다. 내 작은 기쁨을 당신께 나누어 줄 수 있게 되기를 빕니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