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2019년 02월 22일(금) 14:50
이진 前)영암군 신북면장 前)전라남도 노인복지과장 前)완도부군수
손혜원 국회의원이 목포근대역사문화공간 일대 건물을 매입한 것에 대해 부동산 투기냐 문화재 보호 차원이냐에 대해 정치권이 시끄럽고 지역에서도 찬반 양론이 갈리면서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사실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이번 논란으로 국민들은 근대문화유산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평소에는 사람 구경하기도 어려웠던 목포 구도심 일대에 연일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드는 웃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문화유산이란 무엇인가? 문화유산은 역사적 의미를 간직하고 있고 높은 예술적 가치와 선조들의 지혜와 숨결이 담겨있는 귀중한 자원이다. 우리는 문화유산을 통해 역사를 배우고 선조들의 삶과 사고방식에 다가가고 우리의 전통과 얼을 이어 가는 것이다. 그럼으로 문화유산은 이를 잘 지키고 보존해야 한다. 문화유산을 지키는 것은 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 아니라 세계 인류의 보편적 가치다. 그래서 국제연합 전문기구인 유네스코에서는 1972년부터 인류의 소중한 유산이 인간의 부주의로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세계유산협약을 체결하여 보존가치가 있는 유산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근대문화유산의 역사적 배경과 관련하여 존치할 것인지 철거할 것인지에 대해 한때 논란이 되었던 일이 있었다. 일제가 식민통치의 위엄을 과시하기 위해 1926년 경복궁 근정전 앞에 세운 조선총독부 건물에 대해 이를 철거하여 식민통치의 잔재를 청산하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의견과 그대로 존치하여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으나 문민정부 시절인 1996년 결국은 철거를 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에게 고통을 주었던 역사유물이지만 존치하더라도 더 이상 고통을 주지 않는 유물이라면 그대로 존치하여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문화유산은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문화유산 뿐만 아니라 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지방문화유산도 많이 있다. 지방문화유산의 역사적 의미를 살리고 그 가치가 훼손되지 않고 후대에 온전하게 전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가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치단체가 관리하는 문화유산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중앙정부에 비해 자치단체는 문화유산관리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과 자격을 갖춘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그 가치에 대해 주민들의 관심도 그다지 높지 않아 자칫하면 귀중한 유산을 훼손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치단체가 지방문화재를 복원하거나 정비할 경우에는 반드시 관련 전문가의 자문을 얻고 고증을 받아 그들의 의견을 존중해서 사업을 하도록 해야 하고 보존가치가 있는 새로운 문화유산 발굴에도 힘써야 한다.
우리지역에도 지방문화유산이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구림마을은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는 한국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전통마을이다. 더군다나 구림마을 일대는 통일신라시대 우리나라 최초로 시유도기를 생산한 역사적, 학술적으로 큰 의미를 갖고 있는 가마터 유적이 있고 유교문화유산인 누각과 정자도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러한 구림마을에 들어선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도기박물관'이나 그 옆에 자리하고 있는 현대식 건축양식의 '하정웅미술관'을 보면서 유서깊고 고즈넉하고 전통의 숨결을 이어온 구림마을의 정서에 어울리는 건축물인지 한번쯤 생각해 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문화재 사업은 오직 문화재사업으로 시작하고 문화재 사업으로 끝을 내야 한다. 거기에 정치논리가 개입하고 자치단체장의 치적쌓기 사업으로 변질되면 불행한 일이다. 이번 손혜원 의원의 논란을 보아도 그렇다. 목포근대문화유산의 역사적 배경과 가치, 지역자원으로서 활용가능성에 대한 관심보다는 여야 모두 정쟁의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투기냐 아니냐는 문제를 놓고 치열한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그 와중에 지역 국회의원은 자신의 치적홍보 이해득실을 따지면서 오락가락 하는 행보를 보여 지역민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번 기회에 정치권에서도 싸움박질만 하지 말고 지방문화유산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평가하고 보존 및 지역자원화 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계기로 삼기를 기대해 본다.
손혜원 의원의 의도가 투기 목적이었는지 아니면 지방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애정이었는지 진실은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나전칠기공예 전문가로서 식견을 갖고 목포의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부동산을 매입했다는 그의 진정성을 믿고 싶다. 정치적 이슈가 되어 시끄러워지고 나서야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지는 현실이 안타깝고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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